나의 실수

나는 2005년에서 2006년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커다란 실수를 했다. 소니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망할 줄 몰랐다. 나는 컨텐츠와 하드웨어, 플랫폼의 컨버전스를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란 훌륭하게 성숙한 컨텐츠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키워낸 경험이 있고, 컨텐츠 풀도 충분한, 전자회사가 이렇게 폭삭 주저 앉을 줄이야. 오히려 일본 내부에서는 ‘중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을 삼성에게 맡겼기에 패널 단가 하락으로 대손해를 보는 샤프 파나소닉 보다 덜 손해를 보는거다’ 할 정도로 체면이 구겨져 버렸다. 그 요인은 여러 설이 있으나 내부의 협력이 안되는 관료주의설 내부정치설 등에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소니 자체가 2012년까지 ATRAC을 포기를 못할 정도로 정신을 못차린 면도 있고…

하여, 결과적으로 말해서 나는 삼성을 과소평가했고(물론 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변인에게 삼성주식을 있는대로 매입하고 보유하라고 했었다, 들은 인간이 없어서 유감이다) 소니를 과대평가했다. 그걸 내 거의 치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에 내가 삼성을 평가 절하한 이유는 하드웨어에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였다. 아이러니하게 재빠르고 맹렬하게 전략이 되는 하드웨어를 갈아타는 것이 삼성을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게 했으니 참 이 얼마나 짖궂은가(당시에는 액정TV를 비롯한 중대형 LCD에 조금씩 열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였을 것이다, 오늘날 액정TV는 포화시장이다).

재미있게도 소니가 몰락한 컨버전스의 왕좌를 애플이 꿰차고 있는데 그 ‘소니가 못했던 일’을 아마도 스티브 잡스라는 미치광이 독재자가 일도양단으로 해치웠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참고로 그것을 보좌해서 아이튠스라는 컨텐츠 제국을 이끌은 사람이 지금 애플의 현재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에디 큐(Eddy Cue)였다. 그가 앞으로 뭘할지 아주 기대가 크다). 팀 쿡 조차 ‘애플에는 사내 정치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고 스콧 포스탈이 짤렸던 이유 중 하나가 회사에서 파워게임을 하려던 게 아녔던 것 아니었나? 라는 언급이 있다.

소니가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소니에 대한 예측이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나서, 나는 섯부른 예측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기적인 추측이던 장기적인 전망이던 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떤 기시감에서부터다. 물론 소니의 몰락의 이유가 되는 일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 2000년대 중반 이전부터 있었고, 사유 또한 복합적인 사유에서 비롯한 것이고, 회사의 규모 또한 소니와 애플의 규모는 차이가 크지만… 왜인지 애플 또한 뛰어난 컨텐츠와 플랫폼, 스토어, 하드웨어 등의 에코시스템을 두고 있고 견실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일히 단기적인 변동이나 흐름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지만 팀 쿡을 비롯한 애플로써는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것이다.

소니라는 이름의 개구리

J-POP 팬인 나는 갑자기 일본 아이튠스에서 구매하는 횟수가 급증했다. 다른게 아니다. 아이튠스의 라이브러리가 하룻밤만에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저팬(SMEJ)가 드디어 백기를 들고 아이튠스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그간은 mora라는 전용 음원 사이트에서만 음원을 공급했었던 소니가 얼마전부터 mora에서 DRM을 푼 음악을 제공해서 아이폰/아이팟에 전송할 수 있게 하더니 결국은 아예 깔끔하게 아이튠스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일본 특성상 서드파티 스토어에 참여하지 않은 아티스트는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소니 뮤직이 참여한 것만으로 검색창에 쳤을때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애니메이션 쪽 장르가 되면 최근 소니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오히려 드물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아이튠스가 되면 장점은 명약관화하다. 소니뮤직 아티스트의 싱글이던 앨범이던 좋아하지 않는 곡까지 음반 단위로 떠안아 살 필요가 없고, 해외에 있는 나로써는 배송료까지 더해서 더욱더 커다란 장점이다.

자, 이제 의문은 자연스럽게 왜 아이튠스 저팬 스토어가 들어온지 거의 5년이 되어서야?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은 가설을 제시한다. 애플의 적이니까라는 설인데, 그냥 단순하다. ATRAC(DRM) 때문이다. 소니는 2012년 10월에서야 ATRAC을 폐지하고 AAC로 돌아섰다.

ATRAC… 이 단어를 들으면 벌써 머리를 싸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소니의 독자 음악 포맷이다. 거슬러가면 MD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의 네트워크 워크맨 시절 초기에는 MP3를 받지 않고(!) 모든 음악을 ATRAC으로 변환해서 사용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심에 소니 뮤직의 압력이 있었고… 그외에 여러가지 실패에 힘입은바 있으나, 일단 ATRAC이 결정타가 되어 초기 장악에 실패했고,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양보했고 결과적으로 정신차리고 ATRAC 전용을 철회해 놓고 보니 이미 그 후발주자를 정리해 버린 아이팟에 시장을 통째로 넘겨주고 난 다음이다 라는 것이 정설이다.

자 다시 아이튠스로 돌아와서 애플의 경우에는 2012년 2월 22일까지 아이튠스 플러스(256kbps의 DRM 프리)를 하지 않았는데 흥미로운점은 이것을 실시함과 동시에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SMEI)의 곡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우연일까? 그리고 소니뮤직저팬이 DRM을 품과 직후에 아이튠스에 소니뮤직저팬의 곡이 들어왔다. 아주 톱니가 착착 물려들어간다. 이로써 아이튠스 스토어에 일본 메이저 레이블이 완성 되었다.

뒷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런 유추가 가능하다. 아이튠스 플러스를 실시하면서 소니 뮤직을 비롯한 일본 레이블과 곡 제공 협의가 시작/갱신되었고 밀고 당기기 끝에 소니가 일단 해외 레이블부터 양보했고, 결국 소니의 일본 국내 레이블은 최후까지 버티다가 DRM을 포기한 다음에 아이튠스에 곡이 제공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자사 서비스에서도 DRM을 안풀었으니).

즉, 소니는 일본 모든 메이저 레이블 중 마지막까지 자사 전용 포맷과 DRM을 사수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iTunes도 버텼고, 그걸 소니의 자존심이라고 할지 뭐라고 할지는 맘대로 해야겠지만 mora에서 제공되는 AAC 음원도 아직 라이브러리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니 내 생각에는 소니의 자존심이라기 보다는 포맷 사수에 가까울 듯하다. 결국 포맷을 사수한 이유는 워크맨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제와서 스마트폰은 커녕 윈도우에서도 전용 플레이어가 아니면 재생하기 쉽지 않은 ATRAC을 사용한 것은 결국 DRM이나 이런저런 제약이 없는 음반판매에 있는것 아닌가 싶다. 음반판매는 해치고 싶지 않고..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한 형태가 된 것 아닌가. 그러다 결국 시류를 못이기고 제일 마지막으로 DRM을 풀고 독자포맷을 포기하고 아이튠스로 들어온 것이다.

뭐 단순히 그냥 한 음반회사가 한 서비스에 늦게 참가했네 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회사가 너무 커다란 서비스에 너무 늦게 참여했다. 소니라는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느려터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적자는 쌓여가는 것이다. 소니라는 개구리는 열탕에서 익어가고… 내 아이폰에는 어찌됐던 소니 뮤직 저팬의 음원이 차오르고 있다. CD 값은 물론 배송료가 굳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뒤늦게나마 경사로세 경사로세.

나는 완벽을 추구한다.

블로거라는 ‘직업’은 사실 자신의 이름를 파는 직업이다. ‘나의 지혜를 웹에 덜어서 자랑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파는’ 직업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생활을 추구하기 위해서 ‘푸른곰’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으나 언제 내 실명을 사용해서 프로로 돌아갈 지 모르는 노릇이다.

이름을 파는 직업에서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자신이 어떠한 평판을 얻느냐는 것이다. 나는 자체적인 분석툴을 쓰기도 하고 Google Analytics 툴을 쓰기도 하고 각 페이지의 소셜 툴을 통해서 얼마나 많이 공유되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특히 어떤 페이지가 많이 검색되었는지와 어떤 페이지가 많이 공유되었는지는 그 페이지가 얼마나 인기있었는지 얼마나 유익했는지를 살펴보는 지표가 된다. 그런데 한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바로 투니버스판 도쿄 매그니튜드 8.0의 더빙에 관한 트위터 코멘트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프로필 사진과 이름은 삭제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단순히 더빙판을 까려는게 아니다.

보통 ‘더빙판’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면 흔한 오타쿠의 난리로 여겨지기 일쑤라 나로써도 참, 깨름직하다.  (본문 중)

우선 첫째로 본문에서도 말했듯, 전반적인 품질은 우수했다. 다만 그 장면의 질이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에 그를 비판한 것이다.

물론, 나는 마지막회 연기를 보면서 잠시 눈시울이 시큼해졌다. 분명 성우들은 매우 훌륭한 연기를 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차가워졌다.

나는 완벽을 추구한다. 특히 프로의 작업이라면 더더욱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블로그 글 하나를 작성하면서도 조사를 거듭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영 Draft 상태에 머물거나 Trash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 ‘까는 글’ 하나만 하더라도 수 차례의 초고작업과 수정과 작성을 통해 몇 시간의 집중을 거친 작업 끝에 작성된 글이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까는’ 글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남의 부탁을 매우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완벽을 기할 수 없다면 나는 그 일을 맡지 않는다. 물론 나와는 달리 녹음 현장의 프로페셔널은 타협을 해야할 때가 있다. 비용과 시간과 능력의 효율 밸런스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완벽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디테일에 대한 완벽주의, 그것이 무언가 다른 것을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 이런걸 붙이는게 구차하게 느껴지지만, 내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 그리고 한창 때의 소니를 좋아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깠던’ 이유이다. 나는 그만큼 투니버스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투니버스 태그를 검색해보시길)

 

욕구를 만족시키는게 아니라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라

소니의 전 회장인 모리타 아키오는 사장 재임 당시 뉴욕과 도쿄를 빈번히 왕복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프레스맨이라는 오디오 카세트 레코더에 헤드폰을 스테레오로 출력할 수 있는지를 떠올렸고, 프레스맨을 개조한 시작품의 제작을 의뢰해서 클래식 음반을 넣어서 들어보니 꽤 괜찮았다. 그때까지는 카세트 테이프에 담긴 오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커다란 카셋트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시끄러운 비행 중에 그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즐길 수 있었다. 조용히 나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발상이었고 워크맨은 음악을 듣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했다. 다시 말하자면, 음악을 듣고 싶다 라는 단순한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음악을 들으며  나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새로운 욕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러한 일례는 좀 더 가까운 시간내에서 애플의 성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 음악을 모두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라는 iPod(아이팟)의 성공에서 시작해서, 전혀 새로운 전화의 사용 방법을 제공한 iPhone(아이폰), 그리고 거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iPad(아이패드)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인 애플을 매년 주시하고 신제품이 나올때 열광한다.

무난한 실적을 이끌기까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 따르면 된다. 그러나 뛰어난 실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사람들 조차 몰랐던 것을 내놓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자신은 제품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설문조사를 믿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신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사람들이 소니의 제품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라는 목표를 밝혔다. 새로움을 잃어버린 소니는 과연 어떻게 할까? 한편으로,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사실 나로써도 갤럭시 노트는 꽤 흥미가 깊은 제품이었다. 점점 진보하는 느낌이기에 향후가 더 기대가 된다.

삼성전자 – 무서운 스프린터

삼성전자는 무서운 회사이다. 이런 말을 하기 안타깝지만 나는 약 10여년 전까지 소니의 미래를 유망하게 보았다.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소니 픽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라는 강력한 음악, 영화, 게임 컨텐츠 네트워크을 가진 소니는 그 자산을 활용하여 자신의 특기인 전자 기술을 활용해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던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금 소니는 몰락했다. 나는 그 당시 비관적으로 보았던 삼성전자는 역설적으로 세계 1위의 전자기업이 되었다.

소니의 분산. 삼성의 집중

무엇이 이를 이루엇는가?를 나는 생각한다. 소니는 놀라운 기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컨텐츠를 보유했던 소니는 자신의 컨텐츠를 지키기 위해서 디지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ATRAC이라는 컨텐츠 보호 기술을 예를 들어보자. 다른 메이커들이 MP3 플레이어를 만들때 불법복제를 우려한 소니는 ATRAC이라는 불법복제가 불가능한 전용의 포맷만을 리핑하여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쉽게 리핑을 해서 아이팟과 다른 플레이어에 선수를 빼앗겼다.

소니는 디스플레이에 지나치게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아날로그 시절의 최상의 TV라는 명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LCD로 나뉘고 플라스마로 나뉘고 트리니트론 CRT로 나뉘었다. 여기에 OLED가 가세했다. 그리고 서로 다투었다. 기술은 서로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소니는 미래가 OLED에 있다고 보고 OLED에 투자를 했지만 그건 너무 먼 일이었다. 그 동안 서로 주도권을 다투었다.

그동안 삼성, LG와 샤프는 재빠르게 LCD로 들어가서 패널 대형화 경쟁에 들어갔고, 파나소닉은 중형 이하의 텔레비전은 LCD로 대형은 플라스마로 정리하게 된다. 시장은 대형화가 곤란했던 까닭에 LCD보다 PDP 텔레비전 위주였으나 LCD가 대형화에 성공함에 따라 빠르게 LCD로 재편되었다. 이 시점에서 주로 플라스마로 내던 소니는 대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LCD에 대해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던 소니는 삼성과 합자를 선택하게 된다.  S-LCD의 탄생이다.

여기서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삼성의 LCD 생산 능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랩톱에 들어갈 정도의 TFT LCD를 만들던 회사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중대형 텔레비전의 LCD를 양산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최고의 LCD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애플의 성공 뒷편의 삼성

소니가 워크맨의 주도권을 애플에 잃고 있을 때, 애플의 히든 카드가 등장한다. 아이팟 나노였다. 여기에는 삼성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사용되었다. 그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삼성전자의 타 사업부가 원망을 했을 정도라는 메모리는 애플이 삼성과 어마어마한 양의 대량 계약을 맺으므로써 박리 다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이팟 나노는 어마어마하게 팔렸고 애플도 삼성도 윈-윈 하게 되었다. 이 성공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다. PC용 DRAM 반도체는 이미 포화 상태로 가격이 급락하고 가격 변동이 심하다. 신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그 대안으로 만든 것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였고 그 사업으로 꽃을 피운 것이 아이팟 나노였던 것이다.

한편으로, 낸드 플래시의 수익이 레드 오션이 되자 삼성은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SoC였다. 인텔이 과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애플과 함께 아이폰4/4S, 아이패드/2의 프로세서를 개발, 생산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의 동반자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 팔로워, 자신만의 색으로 칠할 수 있는가?…

이 몇가지 사례는 삼성의 놀라운 질주 능력을 알 수 있다. 2009년 아이폰 쇼크 당시 이건희 회장이 뭔가 달라져야 한다. 라는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12년 현재 삼성의 위상은 확실히 다르다. 텔레비전은 이미 일등을 하고 있고, 스마트폰 판매도 호조이다. 필자는 미국의 매체를 살펴보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삼성 갤럭시 S2 휴대폰의 성능을 예찬해 마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사용해본 삼성 제품은 마감과 소프트웨어에서 항상 약간의 부족을 느낀다. 늘 지적 받는 사항이다. 잘 만들었지만 쿨 하지는 않다. 이것저것 갖춰져 있지만 세심하게 편리하지는 않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는 제품이 언젠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개선될 것이라고 느낀다. 이미 디자인의 경우 SADI라는 조직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을 보면 삼성에 대한 분석을 자주 본다. ‘패스트 팔로워’라는 표현과 함께. 여기에는 일류가 된 삼성에 대한 호기심과 고찰, 부러움 그리고 경계가 묻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패스트 팔로워로 일본과 미국을 따라하며 일류가 된 삼성은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색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인가? 라는 물음이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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