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기능의 등장과 유튜브 정보 콘텐츠의 위기

밤하늘 유성 곁에 앉은 사람을 배경으로 한 Comet 브라우저 로고

최근 Microsoft Edge 브라우저나 퍼플렉시티(Perplexity) Comet 브라우저에서 제공하는 AI 요약 기능을 사용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유튜브 동영상의 내용을 순식간에 정리해 주고, 심지어 외국어 영상이라 하더라도 한국어로 핵심 내용을 뽑아주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이 보편화될 경우, 정보 전달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 콘텐츠가 상당 부분 도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성 동영상의 한계

많은 유튜브 영상은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엑셀 사용법, 생활 꿀팁, 최신 IT 뉴스 요약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AI 요약기는 이 과정을 압축해 버립니다. 10분짜리 영상을 볼 필요도 없고, 광고를 참을 필요도 없으며, 시간을 들여 결론에 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TED 강연 유튜브 영상 화면 옆에 Comet의 요약

결국 사용자는 “영상은 안 보고, 요약만 보고 끝!”이라는 소비 패턴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생 시간과 조회 수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들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콘텐츠는 무엇인가?

그렇다고 모든 영상이 영향받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습니다.

  1. 참여형·체득형 콘텐츠 요가, 피트니스, 악기 연주, 어학 학습처럼 실제로 따라 하며 체득해야 하는 콘텐츠는 단순 요약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2. 여가·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드라마 리뷰, 게임 플레이, 브이로그처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요약은 본질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3. 개인적 매력 기반 콘텐츠 특정 유튜버의 개성, 유머, 스토리텔링은 AI 요약이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가치입니다. 시청자는 정보를 넘어서 그 사람 자체를 보기 위해 영상을 찾습니다.

유튜버들이 취해야 할 전략

앞으로 단순 정보 전달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몇 가지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 심화된 맥락과 해석 제공: 단순한 사실 나열을 넘어, 개인적 경험과 분석을 덧붙여 차별화해야 합니다.
  •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 제작: 요약에 맞서려면 오히려 짧은 쇼츠 형태로 핵심을 즉각 제공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커뮤니티·상호작용 강화: 시청자와의 교감, 라이브 스트리밍, 멤버십 콘텐츠가 중요해집니다.
  • 스토리텔링 강화: 같은 정보라도 ‘이 사람의 방식’으로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플랫폼 차원의 대응

유튜브 역시 광고 기반의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무작정 AI 요약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향후에는 요약을 제공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은 본편에서 확인하세요” 같은 유도 장치가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구조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블로그에게 다시 오는 기회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텍스트로 정리된 정보”라면, 굳이 영상을 볼 이유가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이 논리라면 오히려 블로그 같은 텍스트 기반 매체가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 AI 요약은 영상의 구조를 압축하지만, 글은 처음부터 읽기와 검색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글은 링크, 이미지, 표 등과 결합해 맥락을 훨씬 더 명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 무엇보다 검색엔진은 여전히 텍스트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블로그 글은 노출과 접근성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즉, “정보만 필요하다면 글로 찾아본다”는 습관이 다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상 시대에도 꾸준히 살아남았던 블로그가, AI 요약 시대를 맞아 역설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는 셈입니다.


맺음말

AI 요약 기능은 분명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정보만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 제작자에게는 냉혹한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 전달형 콘텐츠의 가치는 줄어들고, 참여·여가·개성 중심 콘텐츠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문자로 된 정보”를 다시 찾게 되면서 블로그 같은 전통적인 텍스트 기반 매체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크리에이터들은 “정보 제공”에서 “경험 제공”으로, 그리고 텍스트와 영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지형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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