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이메일함을 열 때마다 불안합니다. 또 어떤 구독 서비스가 가격 인상을 알려올지 몰라서죠. 그런데 최근 가격 인상 메일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AI 기능을 추가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늘어나는 구독, 오르는 가격
구독 경제의 피로감은 이제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옵니다. 구독해야 할 서비스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고, 이미 구독 중인 서비스들의 가격도 하나둘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스포티파이, 각종 클라우드 스토리지, 생산성 앱들까지. 어느새 매달 결제되는 금액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의 명분입니다. “AI 기능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서비스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그 AI 기능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조사에 따르면 68%의 소프트웨어 벤더가 AI 기능을 별도 요금으로 청구하거나 프리미엄 티어에만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선택권 없는 AI 업셀
가장 답답한 부분은 선택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AI 기능이 필요 없어도, 이미 ChatGPT나 Claude, Gemini 같은 범용 AI 도구를 쓰고 있어도, 그 서비스를 계속 쓰려면 AI 기능이 포함된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는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데, AI 기능 추가라는 명분을 달아서 정당화하는 셈입니다. 많은 경우 AI 기능은 그 서비스의 핵심 기능도 아닙니다. 북마크 앱에는 북마크 관리 기능이, 문서 편집기에는 문서 편집 기능이 중요한 것이지, 거기 AI 요약이나 생성 기능이 필수적인 건 아니거든요.
쏟아지는 구체적 사례들
Google One AI Pro – 스토리지와 AI의 강제 결혼
Google도 개인 사용자를 겨냥한 비슷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Google AI Pro(이전 Google One AI Premium) 플랜은 월 $19.99로 Gemini Advanced와 2TB 스토리지를 묶어서 제공합니다.
언뜻 보면 합리적입니다. ChatGPT Plus도 $20/월이고, 2TB 스토리지 단독으로도 월 $10 정도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선택권입니다. 그냥 Gemini Advanced만 쓰고 싶어도 2TB 스토리지 비용을 함께 내야 합니다. 이미 충분한 저장공간이 있거나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비용이죠.
Microsoft 365 Personal/Family – 숨겨진 Classic 플랜 논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인용 구독은 더 논란이 컸습니다. 2025년 1월 16일부터 모든 Microsoft 365 Personal과 Family 플랜에 Copilot이 기본 포함되면서 가격이 대폭 인상되었습니다.
미국 기준 가격 변화:
- Personal: 연 $69.99 → $99.99 (약 43% 인상, 월 $9.99)
- Family: 연 $99.99 → $129.99 (약 30% 인상, 월 $12.99)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에서 “미국에서 출시 이후 처음으로 Microsoft 365 Personal과 Family 가격을 월 $3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간 구독 기준으로 Personal은 $30 인상, Family는 $30 인상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없는 저렴한 “Classic” 플랜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2025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를 고소했습니다. Classic 플랜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사용자가 구독 취소 절차를 시작한 후에야 해당 옵션을 공개했다는 이유였습니다.
ACCC 의장 Gina Cass-Gottlieb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도적으로 Classic 플랜에 대한 언급을 생략했고, 더 많은 소비자를 비싼 Copilot 통합 플랜으로 유도하기 위해 구독 취소 과정에서만 그 존재를 공개했습니다.”
게다가 Family 플랜의 경우 Copilot은 구독 소유자만 사용 가능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6명이 공유할 수 있는 플랜인데 AI 기능은 1명만 쓸 수 있는 셈이죠.
Microsoft 365 Copilot (기업용)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Microsoft 365 구독에 사용자당 월 $30를 추가로 청구하는 Copilot을 출시했습니다. 정작 많은 사용자들은 Word, Excel, PowerPoint의 기본 기능만 필요할 뿐입니다. 이미 ChatGPT나 다른 AI 도구를 사용 중이라면 굳이 Microsoft의 AI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죠.
Google Workspace의 강제 AI (기업용)
2025년 3월, Google Workspace는 Gemini AI 조수를 Business와 Enterprise 플랜에 강제로 추가하면서 사용자당 월 $2-4(약 16-33%)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AI 기능을 제거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50명 규모 회사라면 연간 $2,400(약 32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Adobe의 97.5% AI 크레딧 삭감
Adobe는 2025년 6월 가장 논란이 된 가격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Creative Cloud All Apps를 “Creative Cloud Pro”로 리브랜딩하면서 월 $59.99에서 $69.99로 인상(약 17% 인상)했습니다. 연간으로는 $659.88에서 $779.99로 올라 $120(약 16만원)의 추가 부담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격 인상을 피하고 싶어 “다운그레이드”를 선택한 사용자들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Standard 플랜으로 전환하면 AI 생성 크레딧이 기존 1,000개에서 25개로 97.5% 감소합니다. Adobe 커뮤니티에는 “AI 기능을 완전히 제거하는 옵션에 오히려 돈을 더 내겠다”는 항의까지 올라왔습니다.
Notion의 이중 잠금
가장 교묘한 사례는 Notion입니다. 2025년 5월 이전까지 Notion은 모든 플랜(무료 포함)에 월 $8-10의 AI 애드온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AI 기능을 Business 플랜($20/user)에만 통합했습니다. Plus 플랜($10/user) 사용자는 AI를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20회 체험판만 제공). 결과적으로 AI를 계속 쓰려면 플랜 전체를 두 배 가격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이전에 Plus($10) + AI 애드온($8)으로 $18에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20에 강제로 구매해야 하는 셈이죠.
Raindrop.io – 작은 앱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제가 사용하는 북마크 앱인 Raindrop.io에서 AI 기능 추가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건가요?”
북마크를 정리하고 검색하는 데는 AI가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태그와 검색 기능이면 충분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모든 앱이 AI 기능을 추가하고, 그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됩니다. AI 기능 구현에는 실제로 비용이 듭니다. GPU 서버, API 호출, 추가 인프라 등.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AI 네이티브 앱 지출은 평균 $400,000로 전년 대비 75.2% 증가했습니다.
AI 서비스의 수익성도 전통적인 SaaS보다 낮습니다. AI 기능의 총 마진율은 50-60% 수준인 반면, 전통적인 SaaS는 80-90%에 달합니다. GPU와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비용을 모든 사용자에게 강제로 전가한다는 점입니다. 선택적 추가 기능으로 제공하면 될 것을 기본 요금제에 포함시켜서 전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은, 결국 AI 붐에 편승해서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AI 기능은 OpenAI ChatGPT($20/월), Claude($20/월), Gemini($20/월) 같은 범용 AI 도구로 충분히 대체 가능합니다. 오히려 더 강력하고 유연한 경우도 많죠. 그런데도 각 서비스마다 자체 AI 기능을 억지로 끼워 넣고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AI 기능의 실제 투자 수익률(ROI)은 불분명합니다. 2026년에는 2025년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갱신 시점을 맞이하면서 “갱신 절벽(renewal cliff)”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구독을 냉정하게 재평가하세요. 정말 이 서비스가 필요한지, AI 기능 때문에 오른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Adobe의 경우 Affinity나 DaVinci Resolve 같은 대안이 있고, Notion 대신 Obsidian이나 로컬 도구를 쓸 수도 있습니다. Microsoft 365의 경우 Classic 플랜이나 LibreOffice, Google Workspace 무료 버전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둘째, 범용 AI 도구 하나로 통합하세요. ChatGPT Plus, Claude Pro, Gemini Advanced 같은 범용 AI 도구 하나면 여러 서비스의 AI 기능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월 $20로 Notion, Adobe, Google Workspace, Microsoft 365의 AI 기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면 훨씬 경제적입니다.
셋째, 선택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호하세요. AI 기능을 선택 사항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쪽을 지지하는 것이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길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결국 시장을 바꿉니다. Microsoft가 Classic 플랜을 “한시적”으로만 제공하겠다고 한 것도, 사용자 피드백이 많아지면 정책이 바뀔 수 있습니다.
넷째, 가격 인상 통지를 받았다면 즉시 대응하지 마세요. 취소 절차를 시작하면 숨겨진 저렴한 옵션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Microsoft의 사례가 보여주듯, 회사들은 이탈하려는 고객에게만 할인 옵션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구독 모델을 위하여
AI 기능 추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용한 경우도 있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용자도 분명 있습니다. 문제는 선택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능 추가는 선택사항이어야 합니다. 기본 요금제와 AI 포함 요금제를 분리하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그 기능을 원하는 사람은 기꺼이 돈을 내고, 필요 없는 사람은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추세는 우려스럽습니다. 2025년 소프트웨어 가격 인상 분석에 따르면, 50명 기업 기준 연간 소프트웨어 비용 증가가 평균 $66,108(약 8,800만원)에서 $6.8M(약 90억원, 5,000명 기업 기준)에 이릅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제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구독 서비스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추가한 AI 기능, 정말 모든 사용자에게 필수인가요? 아니면 그저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가요?
우리는 이미 ChatGPT를 쓰고 있습니다. Claude도 쓰고 있고, Gemini도 쓸 수 있습니다. 각자의 서비스에서 핵심 기능에 집중해주세요. AI는 우리가 알아서 선택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