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에 이른 시간에 RSS 사용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Bluesky에서 이런 댓글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오래 하던 사람들도 GPT 딥리서치 돌린 이런 글을 올리게 된 세상이구나…
우선 사실관계부터 정정하자면, 저는 ChatGPT Deep Research를 사용해 그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써보고는 싶네요). 하지만 이 사실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응이 나온 맥락입니다.
이해는 갑니다만
저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요즘 인터넷을 둘러보면:
- AI로 생성된 저품질 콘텐츠의 범람
- SEO만을 목적으로 한 무의미한 글들
-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피로감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그럴싸한’ 글을 보면 “또 AI로 쓴 글이겠지”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 댓글이 예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가 실제로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추정만으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죠.
기업의 책임
제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회사인 만큼 기업들도 좀 더 책임감 있게 다뤄야 한다.” 매우 동의합니다.
AI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을 배포하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품질 콘텐츠 생성이나 표절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저는 LLM을 활용한 글쓰기 자체에는 찬성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정보 제공의 가치
LLM을 사용하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 공공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 정보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유용한 경험을 공유한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콘텐츠입니다. 도구가 무엇이었든 상관없이요.
2. AI가 쓸 수 없는 것
결정적으로, LLM은 글을 대신 써주거나 다듬어줄 수는 있지만 ‘글의 동기’까지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 왜 이 글을 쓰는가?
-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인가?
이런 것들은 여전히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쓸 것이고, 누군가는 클릭을 모으기 위해 쓸 것이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쓸 것입니다. 이 동기의 차이는 LLM에게는 그저 ‘입력값’일 뿐이지만, 글쓴이에게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글쓴이의 의도나 사상을 AI가 좌우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AI는 그 의도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죠.
완벽함의 함정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걸작보다, 흠결이 있더라도 완성된 작품이 우수하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완벽한 글을 쓰겠다고 끊임없이 고치다가 결국 발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세상에 내놓아야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AI가 이 과정을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어준다면 그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왜 쓰는가’입니다. AI를 사용했든 안 했든, 그 글이 진정성 있고 가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추정으로 누군가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서로를 대하는 태도도 함께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