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저는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워드프레스 호스팅의 비용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국내 호스팅 서비스의 가격표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X(구 트위터)에 짧은 비판의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공감과 관심을 보여주셨고, 이는 이 문제가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날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 즉 한국의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호스팅’이 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와,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호스팅사 A와 B의 사례
제가 X에서 언급했던 두 회사, A사와 B사는 국내 호스팅 시장의 대표적인 사업자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호스팅’의 실상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아닌, 시장 전반에 퍼진 안일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례 1: B사의 낡은 마차 – 지원 종료된 PHP
먼저 B사의 경우, 2025년 말을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PHP 7.4 버전을 주력으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PHP 7.4는 2022년 11월에 이미 공식적인 기술 지원이 완전히 종료(EOL, End of Life)된 버전입니다.
사례 2: A사의 녹슨 창고 – 구식 데이터베이스
A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무려 2021년 2월에 지원이 종료된 MySQL 5.6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4년도 더 된, 이제는 ‘유물’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소프트웨어를 고객의 소중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낡은 기술의 대가: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지원이 종료된 낡은 기술을 계속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실질적인 위험과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합니다.
보안의 실종: 지원이 종료된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어도 아무도 책임지고 막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PHP 7.4와 MySQL 5.6은 이미 알려진 여러 보안 허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해커들에게 ‘들어오십시오’ 하고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SQL 인젝션 공격으로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유출되거나, 사이트가 악성코드 유포의 숙주가 될 수 있습니다.
성능의 저하와 호환성 문제: 최신 워드프레스와 플러그인들은 PHP 8.0 이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개발됩니다. 낡은 환경에서는 웹사이트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이는 방문자의 이탈률을 높여 결국 검색엔진 최적화(SEO)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최신 기능을 사용하는 플러그인이나 테마를 업데이트할 때 ‘치명적인 오류(Fatal Error)’를 마주하게 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결국 사용자는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안고 살아가거나, 사이트의 성능 저하를 감수하거나, 혹은 최신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비교: Kinsta는 어떻게 다른가?
이러한 국내 서비스의 현실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해외 호스팅 서비스인 Kinsta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Kinsta는 결코 저렴한 서비스가 아니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래 표는 워드프레스 공식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국내 대표 서비스와 Kinsta를 비교한 것입니다.
| 구분 | 국내 호스팅 (A사/B사 사례) | Kinsta (글로벌 스탠더드) | 워드프레스 최소 요구사항 |
|---|---|---|---|
| PHP 버전 | 7.4 (지원 종료) | 8.0 ~ 8.5 최신 버전 선택 가능 | 8.3 이상 |
| 데이터베이스 | MySQL 5.6 (지원 종료) | MariaDB 11.4.7 (최신 버전) | MySQL 8.0+ / MariaDB 10.6+ |
| 보안 (WAF/DDoS) | 제한적 또는 유료 부가서비스 | Cloudflare 통합 WAF/DDoS 보호 기본 제공 | HTTPS 지원 |
| 해킹 복구 | 고객 책임 또는 유료 | 무료 해킹 복구 서비스 (Security Pledge) | – |
| 자동 업데이트 | 코어 업데이트만 지원 (불안정) | OS/코어 기본, 플러그인/테마 (회귀 테스트 포함) 옵션 | – |
| 백업 | 제한된 기간/용량 | 최소 14일 자동 백업 (추가 옵션 가능) | – |
| 성능 최적화 | 별도 설정 필요 | 서버 캐싱, CDN, DB 최적화 기본 제공 | – |
| 초기 구축 | 설치비 청구 | 무료 사이트 이전 서비스 | – |
Kinsta는 워드프레스가 권장하는 최신 기술 스택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강력한 보안 기능과 성능 최적화 도구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고객이 신경 쓰지 않아도 서버는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든든한 백업과 복구 정책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매니지드 호스팅’입니다.
해외 서비스, 과연 정답일까? 그림자도 보자
물론 해외 서비스가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사용자가 Kinsta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감수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장벽은 언어와 결제입니다. 기술 지원은 24시간 채팅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지지만, 모든 소통은 영어를 기본으로 합니다. 복잡한 기술 문제를 영어로 설명하고 해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결제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Visa, Mastercard 등)로만 가능하며, 달러(USD)로 청구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국내 간편결제나 계좌이체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해외 서비스는 ‘최고의 성능과 안정성’을 위해 언어와 결제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뒤처지고 있는가? 공급자와 사용자의 ‘공범 관계’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의 호스팅 시장만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공급자인 호스팅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보수적인 성향과 맞물려 만들어진 일종의 ‘악순환의 고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때 국내 웹 환경을 지배했던 ‘제로보드 4.0’는 공식 지원이 끊긴 후에도 수많은 웹사이트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1년경 대규모 해킹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개발이 중단된 프로그램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혹은 ‘마이그레이션이 귀찮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하려는 경향이 분명 존재합니다. 호스팅 업체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고객들이 원하니까’, ‘기존 사이트와 호환성 때문에’라는 명분을 내세워 낡은 기술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는 결국 기술 투자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고, 저가 경쟁에만 매몰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결국 ‘낡은 기술을 유지하는 공급자’와 ‘변화를 꺼리는 사용자’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공범 관계가 형성되어 시장 전체의 기술적 퇴보를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결론: 현명한 소비가 ‘공범 관계’를 끊는다
저의 의도는 특정 기업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워드프레스를 사용해 온 블로거로서, 정체되어 있는 국내 시장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제는 우리 소비자들이 더 현명해져야 합니다. 단순히 가격표의 숫자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 내가 이용할 서비스가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지, 보안과 성능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는지,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늘어날 때, 기업들도 비로소 변화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정체된 국내 호스팅 시장에 건강한 경쟁과 발전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