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맥북 프로는 300만 원이면 충분히 상위 사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격은 600만 원을 넘어섰고, 이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갤럭시 폴드 4는 210만 원이면 최고 트림을 살 수 있었지만, 최신 갤럭시 폴드 7은 294만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300만원짜리 2010년형 맥북 프로를 쓸 때, 영국인 교수가 가격에 놀랐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근데 이 지경이라니.
이처럼 디지털 기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을 흔히 ‘디지털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능과 기술을 담는 과정에서 가격 상승 폭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매년 새로운 기술을 탑재합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AI 연산 전용 칩, 초고속 SSD, 미니 LED·OLED 디스플레이 등은 모두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기능이지만 동시에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과거에는 같은 체급의 제품을 일정한 가격대에서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예전과 같은 수준의 상위 기기’를 원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환율과 공급망의 영향
단순히 기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원자재와 부품비, 인건비 상승, 그리고 글로벌 환율 변동이 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특히 한국처럼 전자제품을 수입하거나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시장은 환율이 오르면 체감 가격이 더 크게 뛰어오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체 주기가 겹칠 때의 압박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교체 주기까지 한꺼번에 다가오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 동생의 윈도우 10 노트북은 지원 종료 때문에 새로 사야 하고,
- 인텔 맥북 프로는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 압력을 받고 있으며,
- 갤럭시 폴드 4는 보증이 끝나고 성능도 떨어져 교체 시기가 다가옵니다.
이처럼 여러 기기의 교체 시점이 겹치면 지출은 순식간에 수백만 원, 심지어 천만 원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정말 부담이 없는 집이 있을까?
우리 집이 못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 앞에서 “완전히 부담이 없는 집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맥북 600만 원, 스마트폰 300만 원, 노트북 수백만 원이 동시에 필요하다면, 웬만한 가정도 지갑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인플레이션은 결국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현대 가정이 공통으로 겪는 부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말로 씁쓸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