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온 트랙볼, MX Ergo S 사용 후기

MX Ergo S

다시 찾은 트랙볼

거의 20여 년 만에 트랙볼을 다시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잠시 사용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옵티컬 트랙볼은 솔직히 좋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아, 그동안 트랙볼을 멀리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목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들어왔고, 무엇보다 제 담당 의사들이 하나같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전문가들이 손목을 위해 실제로 쓰고 있다면 나도 다시 한 번 써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죠. 그래서 MX Ergo를 장바구니에 넣다 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1) 이제 Phase-out 되고 있는 Unifying이란 점 2) 요즘 세월에 microUSB 충전이라는 점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하다, 이 점을 바로 잡은 신제품이 나왔으나, 로지텍 코리아 특기대로 세월아 네월아 한국 출시를 뭉개는 통에 못지르다. 로지텍 코리아도 수입을 하겠다, 수중에 용돈도 생겼겠다 싶어서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로지텍 MX Ergo S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적응이 될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머슬 메모리’ 덕분인지 순식간에 익숙해졌습니다. 손 전체를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만 까딱까딱 하면 되니, 이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더군요. 사실 침대 위에서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는 것은 상정한 것이라 예상대로, 라고 할 수 있고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리클라이닝에 몸을 맡기고 웹 서핑 하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MX Ergo S의 특징과 장점

MX Ergo S 사용 예시 사진.

직접 사용해 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손목 부담 감소: 20° 기울기 설계 덕분에 팔과 손목이 훨씬 편안합니다. 확실히 일반 마우스보다 부담이 적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 손가락만으로 조작 가능: 엄지손가락으로 커서를 움직이는 방식 덕분에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충분합니다. 좁은 책상에서도 공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쓰던 시절의 버릇으로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볼을 굴리는데요, 엄지 손가락 하나만 쓸 때 보다 제어가 좀 더 세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 조용한 클릭과 USB-C 충전: 1분 충전으로 하루를 버티고, 완충 시에는 120일간 신경 쓸 일이 없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멀티 디바이스 연결과 Flow 지원: 여러 기기를 오가며 일하는 환경이라면 특히 유용합니다. 다만 다른 MX 시리즈 마우스처럼 3대까지가 아니라 2대까지만 연결된다는 점은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사용 경험과 아쉬운 점

DPI(정밀 모드) 버튼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의 쓰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기본 포인터 속도만으로도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했고, 세부 조정이 필요할 때는 Logi Options+ 소프트웨어에서 슬라이더로 조절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결국 “굳이 DPI 버튼을 자주 누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보통은 다른 용도로 매핑하여 사용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트랙볼 구조상 정기적인 청소와 메인테넌스가 필요합니다.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움직임이 둔해지므로 주기적으로 볼을 꺼내 닦아줘야 합니다. 볼을 제거할 때는 끝이 뭉뜩한 길죽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또한 휠의 감각은 MX 시리즈답지 않게 평범한 일반 마우스 휠 수준이라, MX Master 시리즈의 ‘MagSpeed’ 휠에 익숙하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버튼 수가 적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휠 아래 버튼은 오직 기기 전환 전용으로 고정되어 있어, 다른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버튼에 매핑해 쓰던 분이라면 제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론

20년 전 경험이 별로 좋지 않았던 탓에 한동안 트랙볼을 외면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MX Ergo S는 손목과 팔의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DPI 버튼 없이도 대부분의 작업을 쾌적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고, 다른 MX 시리즈와 달리 휠 감각이 평범하며, 두 대까지만 연결된다는 점, 그리고 버튼 수로 인한 커스터마이징 제약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X Ergo S는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랙볼이 익숙하지 않아 망설이고 계신다면, 저처럼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셔도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분이라면 특히 더 큰 만족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 아니면 저처럼 침대에서 손가락만 까딱이며 인터넷을 하고 싶으신 분에게도 추천해요.

푸른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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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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