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SIM·듀얼 SIM 관리 제도의 불합리함

작년 연말,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저는 제 휴대폰에 eSIM을 사용 중이었는데, 그 시기에 동생의 단말기가 갑자기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동생의 물리 SIM을 제 휴대폰에 꽂아 테스트를 했는데, 그 순간부터 제 회선이 정지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게 되었고, 더 시간이 지나면 해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겁니다.

복수 명의 SIM 확인 문자
모든 악몽의 시작

문제는 이 과정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통신사 간 공조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SIM을 제거하고 나서도 몇 시간이 지나서야 상황이 반영되다 보니, 저는 그동안 “내 회선이 정말 해지되는 건 아닌가?” 하며 새벽 내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SIM을 뽑았는데도 계속 시한폭탄처럼 메시지가 왔거든요. 결국, 저와 동생은 상가집에서 야간 상담 부서를 붙잡고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협박을 해가며 간신히 “또 다시 타인 SIM을 꽂았을 때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제한을 풀고서야 원래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동생을 돕기 위해 SIM을 잠시 꽂았을 뿐인데도 말이지요.


SIM 교체는 원래 자유로운 것이 당연한데

SIM은 본래 필요할 때 자유롭게 교체하고 옮겨 쓰도록 설계된 모듈입니다. 단말기를 바꿔 쓰거나, 해외에서 현지 SIM을 이용하거나, 듀얼 SIM으로 개인·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SIM의 본래 취지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범죄 방지를 명분으로 이 자유로운 사용이 과도하게 제약되고 있습니다.

타인 명의의 SIM이 꽂히면 일정 시간이 지나 정지, 더 지나면 해지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정상적인 상황(가족 간의 임시 사용, 테스트, 해외 체류 등)까지 위협합니다. 결국 ‘보이스피싱 방지’라는 명분 아래 선량한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도의 문제점

  1. 정상적 사용과 범죄 목적을 구분하지 못함 가족의 SIM을 잠시 꽂은 것조차 위험 행위로 처리됩니다.
  2. 실시간 반영 부재 안내 문제를 넘어, 사업자 간 공조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아 수 시간 동안 상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 이용자는 불안에 떨 뿐입니다.
  3. 과도한 제재 방식 단순한 안내나 확인 절차 없이 정지·해지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집니다.

개선이 필요한 이유

해외에서는 SIM 교체 자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대신 금융 거래 단계에서 본인 인증을 강화하거나,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으로 사후 차단을 합니다. 단순히 “다른 명의 SIM이 꽂혔다”는 이유로 회선을 정지·해지하는 방식은 효과적인 방범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분명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이를 막기 위해 전체 이용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저처럼 단순히 가족을 돕다 해지 직전까지 몰리는 사례는 결코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불합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맺음말

eSIM과 듀얼 SIM은 이제 흔한 기능이 되었습니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SIM을 교체하며 쓸 수 있는 환경은 보장되어야 하며, 범죄 방지는 금융거래 보안 강화와 이상 탐지 시스템으로 풀어야 합니다.

저는 할머니의 장례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단순히 동생을 도와주려다, 제 회선이 해지될지 모르는 불합리한 제도의 희생자가 될 뻔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