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가 점령한 일본 PC 시장

사실 어느 나라를 가나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세는 피할 수 없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에서부터 세계 최빈국까지, 중국산 공산품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일상 생활과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배제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전세계가 화웨이 컨슈머 제품과 인프라스트럭쳐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큰 시간과 비용을 치뤘는지 돌이켜보면 이는 자명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PC 시장은 단순히 중국제가 넘치는 수준을 넘어서서, 중국 기업의 본격적인 침략과 점령이 끝난 상태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본의 PC 매출 상위 10개사(NEC, 후지쯔, 다이나북, 파나소닉, 델, HP, 마우스컴퓨터, 이이야마(마우스컴퓨터의 자회사), 애플, 바이오) 중 다음은 중국계/타이완계 또는 중국 또는 타이완과의 합작회사입니다.

  • NEC 레노버 – 레노버
  • 후지쯔 – 레노버
  • 다이나북 – 샤프(폭스콘)

일본의 PC 시장에서 순수하게 일본 회사는 즉, 파나소닉과 마우스컴퓨터(산하의 이이야마 포함), 그리고 바이오 뿐입니다. 그러나 파나소닉과 바이오는 주로 B2B에 치중하고 있고, 마우스컴퓨터 계열은 소규모의 BTO(Build to Order; 주문 제작) 방식 위주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2017년에는 NEC 레노버(약 24.6%)와 후지츠(약 17.5%), 다이나북(약 3%)을 합치면, 약 45.1%였던 것이, 2024년에는 NEC 레노버(24.6%), 후지쯔(13.3%), 다이나북(14.7%)을 합쳐 약 52.6%가 되어 3사 과점이 더욱 공고해져 사실상 중국/타이완 자본의 과점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제 PC’나 과거의 PC-98의 이미지를 가지고 일본 메이커 PC를 선택 한다고 NEC PC를 사고 보니 레노버의 일본 변종 모델이라 글로벌 모델의 키보드를 변형해 들여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판매가 많이 되는 중저가 모델에서 이런 경향은 뚜렷합니다.

물론 PC 자체가 일상재화 되어 저마진의 일종의 사양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 역시 저렴한 모델 위주로 OEM/ODM 모델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만…

이런 경향이 가속화 된 것은 도시바가 몰락한 것, 그리고 그와 대조적으로 불채산 사업이나 심지어 본사 사옥까지도 과감히 정리해서 턴어라운드한 소니나 히타치, 후지쯔의 방식이 일본에서 칭송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러한 방식이 장기적으로 옳은지는 시간만이 대답해 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