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 한글 논란이 있고나서 동생을 보노라니

얼마 전에 Threads에서 아래아 한글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나 봅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수저를 얹어서 생각을 Threads에 적긴 했는데요. 그 이후로 동생 녀석이 오늘 늦게 귀가를 해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사 메신저와 네이버 웍스와 아래아 한글을 띄워 놓고 죽어라 타이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아래아 한글로 작성된 파일을 수정하고 있었는데요. 이게 아주 죽여주는 상황이었습니다.

  1. 네이버 웍스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합니다.
  2. 그리고 수정을 합니다.
  3. 편집이 끝나면 저장해서 네이버 웍스에 올립니다.
  4. 상대편에서 수정과 함께, 피드백이 옵니다.
  5. 다시 파일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6. 편집 합니다.
  7. 다시 파일을 저장해서 네이버 웍스에 올립니다.
  8. (계속 반복 중)

이쯤 되니 기함할 수 밖에요. 드롭박스는 물론이요, Microsoft Office와 통합된 OneDrive나 SharePoint를 이용하면 데스크톱에서도 파일 하나를 열어놓고 동시에 수정이 가능합니다. 십수년 전 부터 이 분야야 말로 Google의 독무대 였습니다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피를 쏟는 노력 끝에 많이 따라 잡았습니다.

물론, 한컴의 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인 한컴독스를 사용하면… 한글 2024를 통해서… 가 아니라 웹을 통해서 공동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동생의 회사에서 1명당 1만원 남짓하는 라이센스 요금을 달달이 더 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아래아 한글이 한글과 우리 말글 사정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공공기관/공기업직원들의 마법과 같은 공문서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고, 표와 조판 기능이 Microsoft Word가 비빌 데 없이 훌륭하고, 등등을 다 떠나서 21세기의 이런 기초적인 협업 기능이 부재하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컬래버레이션과 버전 기능이 형편 없으니 ‘최종’ ‘진짜 최종’ ‘정말로 최종’ 같은 파일 이름을 쓴다는 우스개가 있지요.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담으로 이 날, 저 역시 한컴 땜에 골 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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