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저도 귓병이 생겼습니다.
커널형 완전 무선 이어폰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마다 거의 매년 한 두개 쯤의 플래그십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보급형까지 포함하면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2009년부터 인이어형(소위 말하는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해왔었는데 에어팟이 나오고 완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 커널형으로 된 완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 왼쪽 귀에 경도의 외이도염을 앓고 있습니다. 누구랑 공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비인후과 의사께서는 ‘스피커를 써요!’ 라고 일갈을 하시지만서도, 한편으로 알레르기 비염과의 연관성을 얘기를 해주시긴 하시더군요. 귀와 코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그건 아무래도 좋고. 아무튼 의사가 그닥 권장하지 않는 커널형 완전 무선 이어폰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혹은 권장하지 않는 몇가지 방법을 반드시 지키실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썼습니다.
우선 이어폰, 케이스를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우선 여러분이 하셔야 할 일은 깨끗한, 젖은 천으로 이어폰의 몸체와 케이스, 특히 귀와 이어폰이 닿는 부분, 케이스와 이어폰이 닿는 부분을 잘 닦아 주셔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놀라울 것 없지만, 이어폰을 좀 쓰고 나면 귀에서 나오는 귀지와 분비물로 지저분해집니다. 그걸 깨끗하게 닦아주셔야 합니다. 이상적인 것은 매번 쓰고 닦는 것이겠지만 우리 세상사 그렇게 결벽증적으로 살기에 한가하지 않다는 거 아니 하루에 한 번이나 며칠에 한 번 정도 닦아 주도록 해주십시오. 이 역시 결벽증적으로 알콜 스왑을 써도 되겠습니다만 그냥 적당히 물 휴지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이어팁이 중요합니다.
이어팁을 잘 관리하던 것이 수년간 훨씬 더 깊이 넣는 인이어 이어폰을 쓰면서도 귓병을 걸리지 않았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이어폰에서 분리해서 물로 헹궈주시고, 만약 물비누나 중성세제가 있다면 그걸 사용하셔도 좋은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비벼서 분비물이 없도록 닦아주시고 깔끔하게 물로 헹군뒤 잘 말려주세요. 드라이어 등을 사용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이 사항을 지키라고 하는 회사가 드뭅니다.
여기서 드는 갈등 사항인데요, 제가 접촉한 완전 무선 이어폰 메이커 중에서 옵션품으로 이어팁을 상시 판매하는 회사는 애플 정도 밖에 보지를 못했고(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더 있을 지도 몰라요). 서비스 센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회사가 소니 등 몇몇 회사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유선 이어폰 시절에는 위의 절에서 설명한 청소를 정기적으로 함과 동시에 몇달에 한번은 새 이어팁으로 교체를 권장해왔기 때문이지요. 커널 팁의 탄력이 떨어져서 음질면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니와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완전 무선 이어폰의 경우 이어팁을 제품이든 벌크든 공급하는 회사가 굉장히 한정적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럴 경우 최대한 깔끔하게 씻어서 쓰시라… 라고 밖에 할 말씀이 없기 때문이죠. 경우에 따라서는 호환 제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찾아 보시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노이즈 캔슬링과 편안한 착용감은 유혹하지만…
노이즈 캔슬링이 주는 정적하에서 음악은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기타 등등 시나리오에서 도움을 많이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착용감은 나날이 나아지고 있죠. 하지만 긴 시간 연속 착용은 귀에 좋지 않습니다. 귀안을 습하게 만들고 세균을 자라나게 하죠. 그러니 최소한 일정 시간에 한번 벗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시는것이 좋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에어팟 프로 같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십중 팔구는 위생 문제와 함께 장시간 사용이 문제일겁니다.
다른 사람과 공유는 절대 삼가셔야
또 다른 문제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건 커널형 이어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부터 당연히 금지 사항이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귓병을 옮길 우려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이어폰을 공유하시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시던 이어폰을 사용하시거나 하지 않으시길 강력하게 권장드립니다.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유선 이어폰을 나눠 끼워가며 음악을 듣는 장면이 꼭 나오곤 하지만… 그 시절에 주로 사용하던 이어폰이 귀 깊숙히 삽입하는 인이어 이어폰은 아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플이나 삼성에서는 각자의 이어폰을 동시에 나눠, 한 대의 휴대폰으로부터 여러 사람이 같이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어쩔수 없이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하다못해 팁을 교체하던지 팁과 몸체를 철저하게 세척하던지 소독하던지 하시기 바랍니다.
음량에 대해서는 제각각
음량에 대해서는 아날로그 시절과는 달리 제품마다 제각각이라 이렇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유럽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메이커 제품이라면 일정 이상 볼륨이 올라가지 않거나 일정 이상 볼륨을 올리면, 한번 볼륨키를 눌러서 올릴때마다 볼륨의 올라가는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모두가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무래도 전자 장치로 컨트롤 되는 만큼 예전처럼 무책임하게 위험한 볼륨이 나오는 경우도 드물구요. 또, 애플의 경우에는 자사 제품과 일부 서드파티 제품이 낸 음량을 기록해서 1주일간 너무 큰 음량으로 들은 경우 자동으로 음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아마 삼성도 자사 제품 사용시에는 가능할겁니다)도 덧붙여 둡니다. 좋은 세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