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귀에 애플이 20여년에 걸쳐 쌓아 올린 아이덴티티

애플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 사람에 따라 다를 것 입니다. 과연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나 맥을 사용하는 사람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가장 쉬운 방법을 귀에 에어팟(AirPods)을 끼우고 있는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는 이어팟(EarPods)이었고, 그 이전에는 이어버드(Earbuds)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흰색 이어폰은 지난 20년간 쌓아온 애플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이었죠.

저는 검정 실루엣의 사람이 흰색의 아이팟과 이어버즈를 끼고 춤을 추는 애플의 CF를 아직도 기억하는데요. 그게 2000년대부터니까 거의 20여년에 걸쳐 쌓아올린 애플의 또 다른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큐어모피즘의 스캇 포스탈과 그를 이어서 수년뒤에 조니 아이브가 관두고도 흰색의 이어폰 만큼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폰을 다룬 이전 포스트에서 아이팟의 앞면이 폴리카보네이트로 되어서 기스 투성이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습니다만 애플 제품에서 폴리카보네이트를 주 재질로 여전히 유지하는 몇 안되는 제품(또 하나는 매직마우스려나요)이다보니 말이죠.

사람들이 귀에서 콩나물이라는 둥 놀리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귀에서 우동(耳からうどん)이 튀어나온다고 할 정도로 처음에는 반응이 영 뜨드미지근 했습니다만, 지금은 돌려서 보면 ‘아, 저 사람 에어팟 쓰는구나’ 알 수 있을 정도라서 알다가도 모르는게 사람 일이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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