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애니메이션 방화 살인 사건 1주기

세월이 참 무상하게 흐르다

세월이 참 무상하게 흐릅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지난달 말에는 생일을 맞이해서 한 살 더 먹었고, 그리고 교토애니메니션 방화 살인 사건(‘쿄애니 사건’)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날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서 트위터와 뉴스를 보면서 정신이 들었던것이 기억 납니다. 처음에는 그냥 불이 났다더라 정도만 알게되었습니다만,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졌지요. 그리고 한 보름여간은 이 사건에 매달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 조차도 불분명했던 시기였습니다. 사상자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고 나서 초점이 된 것은 과연 쿄애니 제1 스튜디오의 데이터가 온존해 있는 것인가? 였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핫타 히데아키 사장이 모든 것이 탔다라고 울부짖을때는 정말 ‘이걸로 이렇게 끝인가…’ 하며 머리를 쥐어쌌습니다만 그나마 디지털 데이터를 담은 서버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저와,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분들의 안도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재건을 약속했지만, 야속하게 흐른 1년은 아직은 너무 이르다

2001년 미국 동시다발 테러사건(‘9/11 테러’)이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4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대형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고 후유증 또한 오래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건을 다짐한 핫타 히데아키(八田英明) 사장 말마따나 언젠가는 반드시 쿄애니는 부활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렇더라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세 사건이 그러했듯이 그 전과 그 후의 모두의 마음은 결코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년은 이렇게 너무도 간단하게 왔지만 약속했던 부활과 재건의 길은 아직 머나먼 느낌입니다. 일단 사고 후 첫 제작/공개 작품이 될 예정이었던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이 전술한대로 코로나19 사정으로 인해 9월로 미뤄졌고, 여타 작품에 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가시적인 일정이라는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교토애니메이션 자체는 남아 있는 인원이 열심히 사업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애니메이터)의 채용공고라던가, 양성숙의 학생 모집재개라던가. 지인과 얘기하며 참 가슴 아팠던 것인데 이 와중에 터진 코로나 19 판데믹으로 그러잖아도 멀쩡한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조차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1주기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도 행사다운 행사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지라 제발 바라건데 내년에는 코로나 사정이 어느 정도 수습되어 모두가 즐겁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사건 이전 처럼으로 최대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어째서” 라는 의문만이

풍화라고 해야할지 한때는 거의 뜸해졌던 구글 뉴스의 관련 뉴스 알림은 사건 1주년을 맞이해서 다시 북적이고 있고 용의자인 아오바 신지(青葉真司)도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일단 벗어나 구속되어 출정하는 장면이 지난 5월에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점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만, 그래도 의료진의 노력 끝에 살아난 만큼, 해괴한 변명이나 억지 논리 없이 진실되고 가감없이 하다못해 억울하게 사그러져간 이들을 위해서라도 동기를 밝혀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그에 대한 원한을 잊을 수 없고, 용서하지 않았으며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저는 범인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용서안한들 뭐가 달라지겠냐만서도.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 바로 옆에 그의 자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이런 참상이 없기를

범인을 용서하든 안하든, 그가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에 있든 아니하든, 결국 그가 앗아간 생명, 다치게 한 사람들은 완벽히 원래대로 돌아 올 수 없습니다. 결국 이제와서 할 수 있는건 진상규명,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무력하고 무대책한 결론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결국은 이런 것 밖에 없다는게 이번 사건이 저에게 더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번을 말하지만,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과 피해자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사족

쿄애니의 오프라인 점포는 문을 닫았지만 온라인 점포는 오늘도 성황중이죠. 사건이 있고 나서도 여러번 마치 공양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물건을 질렀고 잘 받아서 소장하고 있습니다(복각 상품이 많이 판매되었지만 상당수 이미 지른게 많아서 많이 지르지는 못했네요). 하루는 결제하다 트러블이 발생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고마웠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