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코미케가 끝나가며 판치는 전매를 보면서

코미케(코믹마켓) 97이 이제 폐막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올림픽 개최가 이뤄지는 내년은 더 그러겠지만 개최 준비로 인해 올 한해 참 파란만장했던게 코미케였는데, 여차저차 올해 코미케는 내일 하루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트위터로 이런저런 일러스트레이터를 팔로우하면서 한동안 트위터가 코미케 홍보의 장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더랬습니다. 개중에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계시고. 뭐 그렇습니다만, 코미케에서 배포한 책들에 대해 대응이 제각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분은 아예 시작부터 통신판매 예약을 한 경우도 있고, 너무 수요가 넘치니 위탁을 하겠다고 밝힌 경우도 계시고, 그냥 회장 한정으로 못박은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세번째, 회장 한정인 경우네요. 물론 동인지라는게 전연령이 아닌 경우 법적인 문제가 미묘하고, 2차 창작인 경우에는 권리 관계가 복잡하죠. 하지만 자기가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의 경우, 특히 전연령 일러스트집의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해당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이 분야의 경우 재판이나 위탁, 통신판매가 비교적 유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러스트레이터가 꽤 되고, 그러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고 회장에서 팔고 땡! 인 서클의 경우 벌써부터 전매상들이 옥션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붙여서 경매를 부치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인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개인 동인이라서 재고 예측을 실패하면 그야말로 악성재고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캐리어에 끌고 철수하거나 그도 어려워서 택배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찍으면 찍는데로 팔리고, 줄을 전시장 바깥으로 빼면서 오후 되기도 어렵게 매진되는 인기 서클에서 ‘회장 한정’이라고 하고 아무런 대책을 구사하지 않는 것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동인은 상업이 아니고, 배본을 하는 작가와 책을 입수하는 사람은 판매자와 고객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일단 그것이 본래 동인 정신이긴 합니다. 그러니 책을 사는 쪽에서 마치 상업 제품의 고객 마냥 뭐라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인 정신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원격지의 팬을 위한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고, 원래 있어야할 동인 정신대로라면 ‘내가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다르지만 이상대로라면 대형 서클도 개인 서클도 평등한데, 어느 곳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다 보여주고 싶어도 더 보여줄 수 없고, 반대로 어느곳은 묻혀서 더 보여주고 싶어도 다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내놓으면 팔리는 수준의, 연간 수익으로 확정신고를 해야할 수준의 대형 서클에는 그래서 재삼 느끼는 겁니다만, 재판이든 통판이든 위탁이든 방법을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이를 수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동인 서클에 달린 문제고, 서클의 자유재량이지만 어떠한 수도 쓰지 않는다면, 한편으로 팬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전매상들을 배불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 또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비판을 듣지 않는 팔자 좋은 얘기는 픽션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