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프로(2018) 애플 가로수길 A/S 후기

11월 2일 새벽에 화면에 뭔가 있는걸 발견합니다. 도레이씨에 물을 적셔서 질긴 오염은 물 적신 쪽으로 살살 닦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마른 부분으로 부드럽게 훑어냅니다. 그런데! 뭔가가 전혀 지워지지 않습니다. 원체 힘을 주지 않고 살살 닦지만 조심스럽게 조금 더 힘을 주지만 지워질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머리가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이거 뭐지?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상판을 전부 갈던가?! 

이걸 어떻게 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수원에 서비스 센터가 있지만 왠지 여기로 갔다가 루페를 들여다보면서 트집을 잡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뭔가에 홀린 듯이 곧장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하드웨어 고장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접수합니다. 2일뒤인 4일(일요일)에 여유 슬롯이 하나 있습니다. 택합니다. 그러자 케이스번호가 생성되더군요. 예약 확인을 알려주는 메일이 옵니다. 친절하게 캘린더에 일정을 입력해주는 ics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주더군요.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타임머신으로 백업을 받아둡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해두라니까 해두는거죠.

결과적으로 그 붐비는 주말에 가로수길에 도착한건 예정보다 한 삼사십분 일찍이었습니다. 아이폰 발매 직후, 정말 미친듯이 붐비는 점내에서 직원에게 수리로 왔다고 하니 저쪽 안쪽의 미디어 월이 있는 곳 근처에 아이패드 들고 있는 직원에게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 직원에게 가보니 좀 일찍 왔지만 그래도 친절하게도 비어있는 지니어스를 배정해준다고 합니다. 맥은 지니어스가 봐야한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근처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네요. 그러자 지니어스가 2~3분쯤 뒤에 나타납니다. 증상을 대충 설명을 해줍니다. 지니어스가 문제부위를 확인하고 가지고 있는 천으로 살살 닦아봐도 없어지지 않자 이건 문제가 있네요. 하고 제품을 살펴봅니다. 긁히거나 외부 충격이 보이지 않으니 이건 무상으로 가능하겠다고 합니다. 한숨 놓았습니다. 

그러자 컴퓨터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외부 손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봅니다. 잠시 흠칫하면서 걸렸지만 먼지라는게 확인되니 그냥 넘어갑니다. 그리고 나서 진단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재부팅해서 복구 파티션으로 들어가서 와이파이 연결하고 뭘 이러쿵 저러쿵 하더니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로 진단을 켜서 다른 부분의 하드웨어의 이상이 없는걸 확인합니다. 다른 문제는 없죠?라고 물어봐서 아마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래저래 아이패드를 조작하는데 부품이 없다며 진짜 안타깝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할지 물어보더군요. 부품이 돌아올때(일주일 예상)까지 입고를 할 건지 아니면 사용하고 있을지를 물어보는데 맥북이 없으면 상당히 피곤하니 일단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형 맥북프로에는 T2칩이 들어갑니다. 시동보안이 켜지면 애플의 진단 기기 조차 접속이 안된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복구 파티션에서 암호를 입력해서 시동보안을 풀어주었습니다. 백업을 했냐고 물어보더군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본인 정보를 확인하고(애플에 약속 잡을때 입력한 애플ID 정보가 나옵니다) 서비스 약관을 읽고 서명하면 저쪽 프린터에 가서 접수증을 겸한 라벨을 뽑아줍니다. 부품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거든 이걸 가지고 예약하지 말고 편한시간에 지니어스바로 주욱 오라고 합니다. 

일주일 걸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일만인 6일에 부품이 왔습니다. 저는 경기도에 사는 까닭에 사정상 바로 가지는 못하고 2일뒤인 8일에 가서 맡기고 다시 접수증 라벨을 받아왔습니다. 그때 다시한번 T2 보안 해제 여부를 확인하고 외관을 점검한 다음,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부품이 있는데 일주일이 또 걸리는구나. 하고 놀랐지만 어쩌겠습니까. 알겠다고 합니다. 

13일날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수리가 다됐나? 싶었지만 T2 칩의 부팅 보안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갸웃했지만 웃을 일이 아녔습니다. 시스템을 초기화하고 점검할것인가 아니면 암호를 알려줄 것인가를 물어왔기 때문입니다. 타임머신에 백업을 다 받아두었지만 다시 설치하는데는 무지막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순순히 암호를 불었습니다. 휴먼 에러앞에 보안장치 다 소용없었네요. 먼산. 마지막 점검이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 찾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고 완료가 된것은 예정된 15일보다 하루 빠른 14일 밤이었습니다. 

지니어스바로 가서 신분증과 라벨을 들고가서 확인을 마치자 마치 큰 병원에서 접수를 하고 대기하는 것 마냥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래에서 가지고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나요. 다행히 비교적 빨리 왔고 깔끔하게 수리가 되었습니다. 

이 중간중간에 애플에서 메일이 왔고 견적에 대해서도 왔고 부품이 준비가 되었다거나 수리가 완료되었다거나 하는 메일이 왔습니다. 만약 이게 유상일 경우 (공임포함)82만원이나 하는 수리였습니다. 우와 비싸라. 

평생 연이 없을 것 같은 가로수길도 구경했고 오픈한 이후로 가본다 가본다 말만 하고 가보지 못한 애플스토어도 구경했으니 나름 만족했습니다. 새 아이폰도 만져보았고 말이죠. 하지만 제일 인상에 깊었던건 DJI의 짐벌이었습니다. 남아도는 아이폰을 끼워져 있어서 짐벌이 작동하는걸 화면 켜진 상태로 볼 수 있었거든요. 

…맥이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2주 가까이 유폐당한 기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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