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관해

저는 훌륭한 앱등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매년 아이폰을 갈아치우고 정기적으로 다른 애플 제품에도 꾸준히 투자합니다. 윈도우 랩톱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굴락에 갇혔다’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만(그리고 빨리 빠져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1년부터 아이폰과 함께 거의 매년 한대 꼴로 안드로이드 휴대폰도 한 대씩 구입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처음 썼을때는 이 녀석이 아이폰을 이길 것 같지는 않았거니와 앱들의 조잡함은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경 인스타그램이 생기고 플립보드가 생기고 페이스북이 안드로이드 퍼스트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해서 2017년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에 떨어진다, 라고 하면 꽤나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UI도 11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고 기능도 사용성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메인 전화기는 아이폰이고 아이폰의 세련됨과 아이폰 앱들의 세련됨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갭은 상상 이상으로 빨리 그리고 많이 좁혀졌습니다.

장담하건데 아이폰에서 특별하게 고집하는 앱이나 기능이 없다면 안드로이드를 사용해도 커다란 지장없이 금방 적응해서 안드로이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2017년은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로 옮기기에 여지껏 없을 정도로 더 없이 좋은 시기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아이폰 X을 위시한 아이폰 라인업도 역시 어느때 보다 강력하며,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옮기기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1년 경은 한창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시점이고 한창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진영의 감정의 골이 깊었던 때입니다. 저도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는 편견이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즈음 블로그나 그즈음 갤럭시 리뷰를 보면 잘 나타납니다. 한편으로 저는 대략 갤럭시 노트 4를 사용할때 부터 자신이 좋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어느 때보다 안드로이드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 정도의 일입니다만, 어느 것을 사용하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뷰를 쓰던 시기엔 죽어도 아이폰이 더 나아 라는 마인드가 있었습니다) 제가 두가지 전화기를 가지고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그 둘의 좋은 점을 취하기 위함입니다.

전화기의 차이가 줄어든것 만큼이나 전화기를 옮기는 것도 간단해졌습니다. 가령 사진만 하더라도 구글 포토 등의 서비스에 저장해두면 사진을 옮기는 수고도 필요 없고, 전화번호부도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굳이 이동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앱들이 클라우드로 돌아가기 때문에 금융 계통이나 유료 결제 컨텐츠(특히 코인 등 가상통화를 사용하는 컨텐츠)를 제외한다면 기기를 바꾼다고 해서, 플랫폼을 넘나드는데 커다란 장벽도 페널티도 없습니다. 의외로 많은 서비스가 한번 애플 에코시스템에서 결제하면 안드로이드에서도 안드로이드에서 결제해도 애플 생태계에서 굴러가니까 말이죠.

저는 아이폰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아이폰을 생활과 통신의 기본 도구로써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은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더 오래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무렇지 않은 일입니다.

안드로이드도 아이폰도 2011년보다 훨씬 많이 발전했고,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적대감은 2010년대 전반에나 어울리는, 시대가 지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마와 턱, 그리고 홈버튼을 없앤 아이폰이 나온 2017년에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 관한 소식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 싶을 정도로 한물 간 화제가 되었죠. 유튜브나 테크 블로그에서 여러 사람들이 비교를 하고 많이들 몰리지만 사실 이것도 예전만 못하죠. 저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의 취약한 보안을 두고 많이 씹었고 또 그만큼 많이 매스컴을 탔지만 2017년에 와서 상식적인 주의만 한다면 딱히 걱정될 점은 없습니다. 구글도 OEM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탓이지요. 지금은 특별한 사정으로 안드로이드로 금융이나 결제 관련한 일을 하는데 안드로이드로 금융관련 일을 하는데 딱히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2011년 즘에는 절대로 아이폰의 매끄러움에는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았지만 2017년의 하이엔드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사용하다보면 답답함이나 차이는 거의 없죠. 몇달 지나 버벅이면 내가 너무 많이 앱을 깔았구나 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앱을 많이 깔아도 영향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iOS의 장점이군요. (물론 서비스 엔지니어가 살펴볼 수 있는 로그를 보면 난리도 아닌 모양입니다만) 앱을 많이 깔고 오래 쓰다보면 시스템이 꼬여서 느려지거나 오동작을 하는건 아이폰도 마찬가지인지라 애플 고객지원 엔지니어가 종종 권하곤 합니다.

해서 어떤 걸 살까요? 라고 물으신다면 사고 싶은걸 사세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도 그렇고 계속 두 기종을 살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많이 좋아진 점은 인정해야겠지만 여전히 아이폰에는 아이폰에만 있는 훌륭한 앱이 너무 많습니다. 겨우 이거가지고? 라고 할지 몰라도 그런 앱이 있는한 여전히 아이폰을 사겠죠. 한편으로 가끔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전화기의 편리함도 있습니다. 자판기에서 지갑 꺼내지 않고 음료수를 사먹거나 카드 대신에 결제를 한다거나 말이죠(카드가 여전히 편하다는 생각을 떠나 보낼 수는 없지만 확실히 교통카드/전자화폐 기능은 편합니다). 좋건 싫건 우리나라의 레퍼런스폰은 삼성의 플래그십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아마 저처럼 까다로운 뭔가가 없다면 “적당히 갤럭시 모델 하나 골라 사세요” 라고 하겠죠. 요즘 갤럭시는 또 예전과는 다르니까요.

이 글을 쓰기 전날에 구글이 몰래 1년간 위치정보를 챙긴 불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그리고 구글을 믿어야 하나?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어느 플랫폼에서든 구글을 검색하고 Gmail을 쓰고 유튜브를 보며, 구글 지도와 구글 포토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플랫폼은 크게 상관없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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