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터치(3D Touch)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휴대폰을 쓰는건 정말 간단하고 직감적입니다. 아직 실물을 사용해보지 않았으니 뭐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3D터치는 어떨까요. 살짝 탭하고 누르고 꾹 누르고. 이걸 들은 순간 사실 제일 염려한건 접근성입니다. 음 그러니까, 손이나 시각이 부자유스러우면 섬세한 위치나 힘 조절이 힘듭니다. 굳이 장애가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우리 엄마한테 “이걸 탭해봐”하는 것보다 “이것 살짝 눌러봐, 그리고 이건 꾹 누르고”하는건 좀 복잡하겠죠.
지난달 24일(미국시간)은 역사적인 사건의 20주년을 맞이하던 날입니다. 윈도우95가 나온 날이었죠. GUI운영체제가 메인스트림이 된 시발점이 된 날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오른쪽 마우스 단추가 시민권을 얻은 날이라고 해야겠네요.
사실 윈도우던 맥이던 이 날 이전에도 GUI운영체제는 꽤 있었지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본격적으로 일반용으로 채용한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전까지는 왼쪽 버튼만 썼고, 맥이 오른쪽 버튼이 달린 마우스(엄밀히 버튼은 아니지만)를 내놓은건 2000년대 중반의 마이티마우스 이후입니다. 그전까지는 하나가지고 썼고 단축키로 썼습니다. 당시에 제가 읽었던 윈도우95 소개책에서 윈도우95는 오른쪽 단추가 작동하는 마우스가 필요하다고 고장났다면 사라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마우스 오른쪽 버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버튼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은 익숙해지면 편하지만 학습의 허들이 생기고 조작의 허들이 됩니다. 버튼 하나짜리 마우스 보다 두개가 손을 움직이기 힘든 분에게 허들이 되는건 사실이고 윈도우3.1때까지만 해도 마우스 사용법을 튜토리얼로 갖고 있었는데, 거기에 “오른쪽 버튼을 눌러 뭘 하세요”라고 하는 것 또한 학습거리입니다. 실제로 나이가 드신 아버지는 여전히 어려워 하시구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버튼은 그 편의성으로 인해 20년간, 없어서는 안되는 녀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능으로보나 이런저런 성격으로 보나, 3D터치는 여러모로 오른쪽 클릭과 닮았습니다. 직관성에 관한 우려도 있고 저처럼 접근성에 관한 우려도 있는데 제가 읽어본 닛케이의 기사에서는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당황하지만 익숙해지면 사용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고 느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잡스와 연계해서 직관성이 떨어진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을 생각해보면 게임의 오브젝트에서 이걸 움직일수 있나? 하면 움직일수 있고 이걸 움직이면 어떻게 되나 하면 또 뭔가 변한다는 겁니다. 그게 사용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동기부여, 게임의 몰입이 가능케 한다는건데요, 게임이 이걸 누르면 어떻게 될것이다. 라는 규칙성과 뭐가 나올까? 라는 의외성이 핵심입니다. 의외성을 빼고 나면 오른쪽 클릭과 다를게 없습니다. 눌러보고 싶어질 것이고 가능하면 아마 사용성을 향상시키게 될 것입니다.
마우스 왼쪽 버튼이 20년 지난 지금도 주된 수단이듯(극단적으로 말해, 윈도우나 맥이나 마우스 버튼 하나로 여전히 쓸 수 있습니다), 아마 탭하는 것 자체도 앞으로 크게 변화가 없겠지요. 깊게 터치가 보여줄 가능성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