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일본어 원서입니다.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가 빠져 천천히 읽다가 첫번째 권인 빙과가 거의 절정에 치다를 무렵 한국어로 번역 되었습니다. 이쯤 되다보니 한국어 역본으로 갈아타는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기왕 읽기 시작한 것 마저 읽는게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읽는 맛이 있는 것(책에 맛이 있어? 혹은 글에 맛이 있어? 라고 생각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을 제외하면 후자가 훨씬 나은 답인 것 같습니다. 매우 효율좋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나간 부분과 번역된 부분을 보건데 번역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제 머릿속에서 구축된 이 주인공들과 이야기의 이미지(말투라던가 어휘라던가)가 제것과 좀 차이가 나서. 좀 고민입니다. 완전히 다른 책을 읽는 듯 하거든요.
아무튼 사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렇게 조그마한 뉘앙스 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대담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한사전을 극력배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몇 고유명사(동,식물)를 제외하고는 되도록이면 일본 국어사전을 뒤져서 읽고 있습니다. 음. 고전부 시리즈 오레키 호타로가 보면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겠군요. 그런데 이게 재미있습니다. 말 풀이를 읽어가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고 사전을 경우에 따라 여러개를 쓰는데 大辞泉과 大辞林 두가지입니다. 전자는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모에(!)는 물론 아베노믹스까지도 표제어에 있을 정도의 사전이지요. 찾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속담이라던가 관용어라던가.
두 사전은 뜻 풀이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전자가 좀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라면 후자는 쉽게 풀어쓴 느낌이랄까요. 어느 한 편을 편들기 어렵습니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둘 다 찾아봅니다. 정말로 비효율을 겪습니다. 그냥 일한사전 찾아보면 될텐데 말이죠. 뭐. 그래도 좋습니다. 공부가 되니까요. 보는 방향이 달라지고 깊어집니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냈고 그걸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걸 스탠다드로 삶고 계신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근데 그거 아십니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양념치킨’이 표제어에 없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한국에서 유학할 외국인이 얼마나 당황해 할까요? 저는 그래서 다른 국어사전도 사용합니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여기엔 양념치킨의 자세한 풀이가 나와있답니다. 또 그뿐 만이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사전의 뜻풀이에는 사전 편찬자의 생각이 잘 담겨있습니다. 처마에 다는 ’풍경風磬’을 검색해 보죠.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는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 (표준국어대사전)
절이나 누각 등의 건물에서, 처마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 추를 달고 그 밑에 쇳조각으로 붕어 모양을 만들어 달아 놓은 것인데,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려 쓸쓸하고도 맑은 소리를 낸다. (고려대 한국어사전)
확실히 두 사전의 편찬자가 두 단어를 생각하면서 다른 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설명코자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말입니다.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국어나 영어, 혹은 일본어 사전을 가능하다면 여러 제품을 병용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한 가지 사전에만 의지하는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은 사실 영어를 공부할때 생긴 것입니다만 일본어도 국어도 쉽게 물들어 버리네요. 역시 세 살 버릇이 여든가나 봅니다. 이런저런 사전에 돈을 많이 들여주신 아버지께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을 어떻게 해야하나 참 애매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