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더 이상 전화회사가 아니다, 변해야 한다.

지난 번에 컵라면에 물을 부으면서 KT의 올레TV에 짜증을 부린적이 있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거실 텔레비전을 까딱까딱 거리는데 BBC의 인기시리즈인 셜록이 보이는 것이다. 3편 시리즈인데 편당 1000원에 2일간 대여하는데 3편을 묶음으로 대여하면 2100원으로 할인이 되고 대여기간도 30일로 늘어나 천천히 몇 번 더 볼 수 있는, 훨씬 좋은 조건이다. 그런데 왜 내가 맥주를 마시며 셜록을 보지 않고 이렇게 쓰잘때기 없는 글이나 적고 있냐고? 이걸 사놓으면 뭐하냐고 내 방에서 못보니까! … 아, 생각해보니까 KT의 시스템이 정말 우습기 짝이 없어서라니깐.

일단 셋탑박스 시대, 그러니까 NDS(루퍼트 머독이 가지고 있었던, 방송의 DRM 같은것을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 다른것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이걸로 유명하다)의 체제하에서는 셋톱박스와 IC카드가 쌍이 되어 유료방송의 결제 단위가 된다. 허나 IPTV는 그렇지가 않다. 얼마든지 사용자 ID와 셋톱박스 ID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일례를 알고 싶으면 아마존 킨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마존 ID와 장치의 ID를 등록해서 관리한다. 따라서 유료 컨텐츠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ID 단위로 대여/판매할 수 있다. 내가 지난번 포스트에서 주장했던 것은 왜 같은 ID로 가입한 IPTV인데 한 IPTV 셋톱박스에서 구입한 컨텐츠를 다른 셋톱박스에서 다시 구입해서 대여하여야 하느냐 라는 것이었다.

혹시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그럼 한 대에서 구매해서 동시에 두 대의 기기에서 동시에 재생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 같은 컨텐츠를 둘 이상에서 재생할 수 있어 문제 아닌가? 그게 뭐 어떻다고? 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불법 다운로드를 하면 컴퓨터, TV, 스마트폰 태블릿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것을 설득 못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당신들의 수완 부족이다. 어차피 가정용 회선에 많아봐야 두 세대 셋톱박스 놓는데 동시에 같은 컨텐츠를 돌려 봐봐야 몇명이 돌려 보겠는가? 굳이 염려되면 업소용 고객만 막으면 그만이다. 정이 개인 사용자마저 막고 싶으면 한 셋톱박스에서 재생하면 다른 셋톱박스에서 재생을 멈추고 이어서 재생하도록 하면 되는거 아닌가?

사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하자. KT의 문제는 ID와 전화번호에도 있다. 사실 KT는 여전히 전화회사다. 홈페이지를 보면 딱 알 수 있다. 올레 닷컴 밑에 폰서비스 밑에 인터넷 서비스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KT가 여전히 인터넷을 전화의 하위서비스(주지하시다시피 xDSL은 전화의 부가서비스이다)로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고객관리의 기본은 전화번호이다. 물론 전화로 통화할때는 아주 편하다. 전화번호를 불러주면 TV, 인터넷, 전화 모든 것이 일괄적으로 관리되니까, KT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고장났을때, 전화번호를 불러주면 “아, 어디사시는 어디 댁이시군요.”하고 바로 알아들으니까.

허나 여전히 전화회사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인해, 인터넷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 KT의 휴대폰(태블릿 포함)을 내 명의로 3회선을 사용하고 있으나 ID하나로는 단 한회선 밖에 조회가 되지 않는다. ID와 사용자 명의자가 아니라 전화회선이 연동되어 있어서 매우 불편하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얼마전에 올레닷컴과 QOOK/SHOW/NESPOT 통합을 하면서 ID를 통합했는데 내가 똑같은 ID에 QOOK 비밀번호를 치면 QOOK으로 접속되고 SHOW 비밀번호를 치면 SHOW로 접속된다는 것이다. 타인이 똑같은 ID와 똑같은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통합방식이 결코 좋은 것인지 -_-;; 나로써는 아주 의문이다. 아주 어렵사리 통합을 했는데. 차라리 그냥 기존 사이트 ID를 받고 새로 ID를 정하고 모든 서비스의 정보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식으로 정리를 했어야 했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클라우드 시대에는 전화번호에 얽매이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KT는 야구단도 만들 정도로 커다란 회사이다. 재계순위로 손에 꼽을 정도로 커다란 거대기업이다. 이젠 ‘전화국’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항상 말하곤 한다. 그쯤 되는 규모라면 슬슬 SI에 투자 좀 하지? 라고.. 가끔 KT 경영진들은 KT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조금만 사용해본다면 뭔가가 느끼는게 있을텐데… 라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