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투니버스는 어린이 채널이 되었는가?

왜 투니버스는 어린이 채널이 되었는가?를 고민하기 위해서 우선, 투니버스의 컨텐츠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 상황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사실 시청률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늘 가족 시트콤이었으며, 그외에는 점프계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유력 주간지에서 게재되는 애니메이션들이었다. 최근 애니메이션을 보면 업계 전체가 오타쿠에 편승해서(오타쿠 상법) 먹고 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종의 컨텐츠의 맥빠짐 현상은 굳이 애니메이션 뿐 만 아니라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일본 드라마 팬들 중에서도 심지어는 천재 각본가라 불리우던 쿠도 칸쿠로 조차도 예전의 필력이 나오지 않는군. 이라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게츠구가 흔들흔들 거리며 기무라 타쿠야 약발마저도 듣지 않는 상황에 혀를 차곤 한다.

신동식 씨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오타쿠화 되서 (틀 적당할 컨텐츠를) 구할게 없다’라고 했으나, 솔직히 말해서 투니버스가 물론 그간 발굴을 좀 게을리 하면서 몇 몇 좋은 애니메이션을 놓친게 있긴하다. 특히 노이타미나 계(노다메 칸타빌레 등)라던가 몇가지 오타쿠 테이스트를 벗어나서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었다(물론 개중에는 노이타미나에서 방영된 동쪽의 에덴 같은 극히 드문 예외가 있긴한데, 그건 극장 상영을 위한 떡밥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니). 정확하게 말하면 투니버스의 채널의 캐릭터 변화에 발맞춰서 그냥 좀 코어하다 싶으면 ‘포기’해버린 것이라고 봐야 맞는거겠지.

뭐 이러한 일본 문화 비즈니스 현상이나 투니버스 내부 현상 사정은 차치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따로 있는데.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10대는 돈이 되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 텀블러에 썼던 글을 옮겨 적는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채널이 왜 아동취향 편중이 되어 가느냐 – 투니버스의 신동식 PD는 뉴타입 컬럼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는 뉴타입에서 이 컬럼하고 코바토만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

“만화채널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점입니다. 대략 5-6년 전 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의 시청률이 좋은 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고학년일 수록 만화채널을 즐겨 시청하는 층에서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비해 더욱 가짓수가 많아진 방과후 학원 수업으로 인해 애초에 TV를 시청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다보니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비중이 높아졌고, 이 층에 맞는 가벼운 터치의 시트콤 형 애니메이션들이 시청률을 높이는 효자로 부상합니다. (중략)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타겟만 열광하는 수준의 작품들만 보이고 있고, 근래에는 그마저도 매니악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방송사 입장에서는 옛날 작품 목록을 다시 검토하는 일이 빈번하게 생기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투니버스를 틀어보면 사실 이런 고민이 안나올 수가 없다. 투니버스를 모니터링하다보면, 19세 애니메이션에도, 15세 애니메이션에도 아동 제품 광고가 나온다. 즉, 다시 말하여, 투니버스가 2000년 이전의 ‘군소규모’(24시 넘어가면 애니메이션 노래만 나오던)일때와 달리, 케이블 시청률 최상위를 달리는 지금에 와서는(물론 그 반석을 다진 이면이 그 시절이던 아니던 간에), 철저하게 어떤 계층에 ‘타겟화’된 마케팅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타겟’에서 ‘유감스럽게도’ 많은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이 포함되어 있거나 선호하는 그룹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요. = 광고를 딸 수 없어요. 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애니메이션의 수요가 있는 10대 남성 지향의 광고가 넘쳐난다(그들이 관련 상품 구매력이 넘쳐난다)면 이런 말이 나올까?

돌려서 말하면. 고등학생들은 야자를 하고, 직장인은 여가를 즐길 새가 없어서 취미 생활의 여력이 없다. 게임을 사지 않고, 만화를 읽지 않는다. 음반을 사지 않고, 그저 메신저나 싸이월드만 깔딱깔딱 거리며 어른의 취미를 힐끔거린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최대의 애니메이션 채널에서는 아동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아동 광고만 나오는 것이다. 라는 답이 나오는 것이다.

십대 후반의 구매력은 (적어도 내가보기에) 유사이래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겪어왔지만 10대가 100만원을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들고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는 세상이 올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애먼 코묻은 돈’일수도 있으나 이걸 잡는게 성공하는 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10대는 텔레비전에서 구매력이 없다. 한마디로 시장이 되지 않는다. 시청률에 있어서 10대는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10대 취향의 프로그램은 시청률은 떨어지고 심야 블록에나 밀릴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레 시청률은 떨어진다. 잘 구매하지 않는다. 구매하더라도 구석에 배치한다. 시청자는 외면한다. 그러므로 악순환은 반복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시다 뭐다 해서(슬프게도 신동식 씨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내려왔다고 했다만, 틀린말은 아니라고 본다), 10대가 영화나 음반,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에 여가를 투자할 여력이 없다. 전술한대로 솔직히 말해서 유사 이래 가장 윤택한 10대들이지만 유사 이래 가장 퍽퍽한 10대들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를 아동, pre-teen, teenager(young-adult), 성인으로 나누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영미의 소설문학 구분이다), 우리는 입시라는 과정에 의해서 teenager(young-adult)는 거의 잘려나가버렸고. 심지어는 pre-teen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라는게 위의 신동식씨의 고민의 요지다. 겨우 입시가 끝나서 20대에 와서 여유가 생기면 20대 ‘다운’ 취향(혹은 테이스트)를 강요당하게 되고 그때까지도 teenager 취향에 머물러 있으면 ‘애답다’ 내지는 ‘오타쿠’라는 인식이 씌워지기 때문에 음지로 파고들어가버린다.

즉, 놀 수 있을때 놀이 문화 내지는 마케팅 적으로 볼 때는 ’10대가 쓸 구석’에 돈을 쓰지 못하므로, 흔히 말하는 10대 취향의 상품은 줄고, 광고는 없고, 당연히 그걸 스폰서로 삼는 프로그램이나 채널은 니치가 되어버린다. 이게 내가 보는 문제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왜 1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줄면 문제일까. 를 논하자면 논문이 될것이다. 정서적인 감수성이라던지 발달면에서 문학에서 연령기에 따라 나눈건 판매에 따른 자연적인 구분이기도 하지만, 적령기에 프로그램을 적시기에 소비하는 것이 발달에 좋다고 생각하기에, 지도에 있어서 적당한 구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10대 때에도 10대 나름의 놀이 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고 그 수위는 연령이 증가 함에 따라서 건전한 한도내에서 수준이 조금씩 올라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막아내는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편중에 대해서 우려 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말 했듯이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인 상황이다.

그저 입시위주에 닭장처럼 가두어서 자라는 청소년 문제를 반영하는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주말이나 남는 시간에 놀고, 마시고(술 말고, 소프트 드링크), 먹고, 떠들고, 영화보고 데이트하고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고, 꾸미고 단장할 수 있는 자유 정도가 있었다면 좋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술이나 담배 같은 ‘어른’의 물건에 ‘음지’로 파고드는 이유는 이러한 것으로 쉽게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상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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