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까지 몇가지의 다이어리(오거나이저, 플래너, 뭐가 됐던)를 구매해봤고, 사용했습니다. 그중에서 주요한 몇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프랭클린 플래너
프랭클린 플래너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사용하십니다. 제가 처음 사용했던 2000년만 하더라도 큼지막하고 두꺼워서 도저히 들고다니기 힘들 정도였던 투박한 컴팩 사이즈와 정말 커다란 클래식 사이즈가 있었습니다. 쓰시는분 찾아보기는 아주 드물었지만 지금은 아주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고 있고, 나중에는 CEO형과 포켓형이 나와서 좀 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단 프랭클린 플래너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용법이나 활용법에 관해서 여러가지 포럼이나 활성화가 된 것이 특징입니다. 또 이제 도입된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궤도에 잘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지요. 수첩(특히 시스템 수첩;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 중에서는 ‘수첩’이라고 불리길 싫어하시는 분이 계시지만 엄연히 수첩중 하나죠)을 고를때 중요한 것은, 꾸준히 속지가 나오는 것과 그 레이아웃이 그대로 이어져 오느냐는 중요합니다. 예를들어 잘 쓰던 수첩이 갑자기 단종되거나, 레이아웃이 완전히 바뀌면 혼란스럽고 불편하기 때문이죠. 일단 그 문제는 잘 해결 된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인가 레이아웃은 그대로 두고 색상이 산뜻하게 변했습니다.
특히 프랭클린 플래너는 다양한 바인더와 악세사리가 강점입니다. 많은 브랜드에서 프랭클린플래너용 바인더를 내놓고 있죠. 값은 비쌉니다만… 어찌됐던 인조가죽 천연가죽을 떠나서 처음에 비해서 자체 브랜드 바인더의 품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종이 질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 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일단 Tasklist와 스케줄리스트가 한쪽에 있고, 노트가 한바닥, 이렇게 데일리 형이 일반적입니다. 위클리형은 여기에서 노트가 없고 스케줄과 함께 태스크 리스트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언급했다시피 ‘팬층’을 형성하고 있고, 그 팬들은 이 제품이 단순한 수첩이나 다이어리가 아니라 인생 향상의 도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7가지 습관에 입각한 것이지요. 이 제품을 이용하면, 할일을 우선순위별로 관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 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원칙에 입각 한 것입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문구적인 입장에서보면 1일 2페이지의 To-do 목록과 스케줄란, 노트가 딸린 수첩으로, 의외로 많은 분들이 스케줄러와 To-do 목록과 스케줄란, 노트만을 사용하시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장기계획이나 목표 섹션을 덜어놓고 월간/일간 페이지만 들고 다니시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바인더는 도저히 그 섹션을 들고 다닐수 없을 정도로 링이 작기도 합니다. 이 제품의 약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을 설계하는 ‘원대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대개 사람들은 하루 내지는 그 한주, 더 나아가 봐야 그 달 정도의 일정을 처리하기에도 벅차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생의 목표를 짜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는 것인데,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요한 일을 정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무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몇분, 일주일에 30분 정도 그 주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적으로 그날 해야할 일의 목록을 짜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 뿐더러 그럴 시간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우선순위를 짜두었다 하더라도 항상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프랭클린플래너는 ABC와 번호로 순서를 매기는데, 4분면으로 인생에 있어 중요하고 급한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일, 지금 급한 일, 급하지 않은일 이런식으로 나누라고 조언하지만, 실제로 보면 예상 밖으로 중요하고 급한일이 당장 터지고 있는 마당에 ‘이건 제 인생 내지는 하루 계획과는 다릅니다’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그 리스트를 무시하는 일이 생깁니다.그러다보면 결국 그 순위 매기기 자체가 어찌보면 무의미 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맙니다. 그냥 체크리스트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 외에 단점은 총람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일단 그 주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매일 매일은 30분 단위로 나눌 수 있지만, 매주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월간 페이지에 주 단위로 적고, 매일 매일의 페이지에 매주, 혹은 매일 옮겨적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또, 1일 2페이지라는 특성상 절대로 그 페이지를 모두 휴대할 수 없어서 한참 지난후에 일정이라던가 아니면 한참 앞의 일정은 세세히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있습니다.
속지의 여타부분의 경우 여러가지 적는란이 있고 부록형식의 란은 있지만 거의 사용하게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한국 실정에 크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기능성 속지가 별도 판매가 되어 자기만의 제품을 만드는데는 가장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3. 오롬 오거나이저
사실 오롬 오거나이저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반발입니다. 사람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면 좋지만 실제로는 그날 할일을 잘 하나하나 잘하다보면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가 한마디로 모토입니다…. 였습니다만 이제는 좀 색이 바랜 느낌입니다. 오롬오거나이저는 사실 언급하기 좀 까다로운 것이 일단 오롬 자체는 속지보다는 고급 문구 브랜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속지의 경우 여러가지 회사의 포맷을 다 내놓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점점 독자적인 개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해서 무척 아쉽습니다. 데일리는 처음엔 안그런데 올해것을 보니 거의 프랭클린 플래너와 흡사해졌고, 위클리 형태는 쿼바디스의 그것과 흡사한 상황입니다. 링 형태는 정확하게 프랭클린 플래너의 그것과 맞기 때문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가 속지만 바꿔도 되고, 역으로 오롬 바인더를 사서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도 됩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속지가 있으므로 바꿔써도 됩니다. 인생 철학 같은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급할 내용도 사실 별로 없다고 봅니다. 대신 바인더의 질은 가격 자체가 있다보니, 좋습니다. 그외에도 권말 부록의 경우 정말 쓸데 없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속지가 들어 있습니다. 골프기록 운동기록 등등 상당히 잡다한 것까지 기록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쓰기에는 양이 적은게 아쉬운 점입니다. 한국회사가 만든것이다보니 권말부록도 한국실정에 잘 맞습니다. 그 외에도 전반적인 바인더의 질은 프랭클린 플래너의 그것보다 좋습니다. 구입시에 불박으로 이름을 새겨주기도 합니다. 오롬 제품은 바인더와 유려한 디자인의 속지가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몰스킨 다이어리
이상한 점은 몰스킨 다이어리가 항상 매년 12월/1월이 되면 뚝 품절이 된다는 겁니다. 몰스킨 제품은 10월에 판매되어서 12월 정도가 되면 거의 끝물이 됩니다. 어찌하면 그러한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서둘러 구매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이어리의 보졸레 누보 같은 셈이죠. 솔직히 몰스킨의 경우에는 독특한 커버 디자인과 유려한 속지 디자인이 눈에 뜨입니다. 다만, 현지화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세계 어느나라의 휴일도 나와 있지 않죠, 휴일임을 그 아래에 나라 코드로 나타내지만 어떤 휴일인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데일리 형의 경우 1일 1페이지라 꽤 두껍고, 노트를 하거나 스케줄을 적을 수 있는 형식이 되어 있고 하단에 메모나 날씨등을 적을 수 있는 형식입니다. 별도의 월간 계획은 없고 연 단위의 계획표가 권두에 있습니다. 위클리 형의 경우 가로와 세로 형이 있는데 가로형은 말그대로 유선노트 형의 란이 매일 매일 적혀 있고 1주일 2페이지 형입니다. 세로형은 쿼바디스처럼 8시부터 매시각의 시간표가 적혀있는 형식입니다. 위클리 노트형은 주간 계획이 한바닥에 있고 맞은편에는 노트가 있습니다. 먼슬리는 소프트커버가 나오는데, 매달마다 약간매의 노트란이 딸려있고 뒤에 메모가능한 공간이 있습니다.
일단, 몰스킨 다이어리의 경우 개인적으로 딱히 흠잡을 점도 그렇다고 좋은 점도 없습니다. 다양한 포맷이 나오고 있다보니 어느것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을 것같습니다. 다만 데일리 형의 경우 크고 두꺼운데다 하드커버의 경우에는 또 말그대로 딱딱해서 주머니에 넣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이상한 수량한정(?)만 아니면 좀더 인상이 좋을 듯 한데 말이죠. 아마 몰스킨의 커버와 제본, 이것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만족하실 것같습니다. 몰스킨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어서 아무래도 좀 불안합니다. 실제로 몰스킨 노트를 하나 썼는데, 커버가 갈라져 달랑거렸습니다. 결국 무상으로 교체 해주었지만, 그 노트는 더이상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5. 시아크 다이어리
시아크 다이어리는 구하기가 좀 힘든게 흠인데, 이태리 제품입니다. 제본 자체도 나쁘지 않고, 구성도 몰스킨 데일리형과 거의 비슷합니다. 제가본 것은 데일리 형태였습니다. 몰스킨 보다는 물건이 좀 더 오래 남아 있지만, 품질도 괜찮고 밴드도 특허받은 가로형(몰스킨의 경우에는 세로형 밴드)밴드라서 펜을 꽂는등의 궁리를 할 수 있습니다. 커버재질이나 종이 질은 몰스킨보다 한수 위입니다.
6. 쿼바디스 다이어리
이 제품이 결국 2010년의 다이어리로 낙점되었습니다. 사실 이 제품의 구성은 1주 2매의 형식으로 세로형 시간표와 1년을 2페이지에 걸쳐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주된 구성입니다. To-Do 리스트 내지는 메모가 적혀 있는 형식입니다. 이미 많은 다이어리들이 따라하고 있습니다. 구성의 우수성이 모방이라는 형태로 입증되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죠. 이게 큰 장점이자 큰 단점입니다. 뛰어나지만 이젠 평범해져 버린거죠. 대신 오리지날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종이의 필기감이 뛰어나고(비즈니스는 약간 얇지만 이그제큐티브 사이즈는 종이의 두꺼움도 충분해 만족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1년 2페이지의 ‘Anno-Planing’ 이나 휴일 표시, 그리고 책갈피 기능을 하는 절취선이 달린 모퉁이 등은 쿼바디스의 주된 특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 혹은 일년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총람성만큼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 사실 비즈니스(10X16cm)이 인기가 있지만 사실 가장 좋은 크기는 16x16cm 크기로 보통 다이어리와는 상당히 다른 독특한 크기입니다. 약간 가로로 크지만 실제 휴대에는 커다란 지장이 없는 수준입니다. 대신 매일 기입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커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쿼바디스가 30년전에 소개된 일본에는 이 사이즈로 많이 알려졌었고, 이것보다 더 큰 제품도 팔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크기가 가장 커다랗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에는 올해제품까지만 해도 일본 제품이 그대로 소개가 되어서 일본 기념일이 적혀있었지만 비록 10x16cm 한개 사이즈뿐이지만 2010년판은 한국 휴일이 한국어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부록등은 한국 내용이 나오지만 한국실정에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고, 딱히 유용하다고 보기도 어렵고 일본판도 그렇지만 한글판이래봐야 한국 휴일이 한글로 인쇄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전부 영어표기지만, 그래도 한국 휴일이 인쇄되는것은 반가운 내용입니다. 한가지 더 아쉬운점은, 속지가 클래식과 프레스티지 라인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는 프레스티지만 소개되고 있는 점입니다. 커다란 차이가 없어, 오히려 프레스티지 쪽이 메모 공간이 많아 좋지만, 이그제큐티브의 경우 클래식쪽이 일정란이 한페이지 반에 걸쳐 있는 반면, 이그제큐티브는 한페이지와 1/4정도의 크기와 함께 노트란이 있습니다. ‘메모할 것이 많은 유저의 요망’을 받아 이런 디자인을 채택하게 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또, 커버의 디자인이나 색상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아직 사용자층이 넓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다이어리로서는 드물게 속지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맘에드는 커버를 구입했다면 매년 반값정도의 속지만 구입하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커버의 경우에는 일본의 경우 마치 프랭클린 플래너가 그러하듯이, 다른 메이커에서 기능성 커버를 내놓고 있고, 오리지널 커버도 우리나라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만약 필요하다면 구매대행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이상으로 제가 만져보았고(혹은 실제로 사용했었던) 다이어리에 대한 간단한 평가였습니다. 여러분의 다이어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