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준비하면 설레인다. 특히 해외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상적으로 접하던 광경을 벗어나서 새로운 물경을 보게되는 유혹은 강렬해서 언젠가 훌쩍 떠나고 싶을때가 있다. 몸이 좋지 않았던 나는 어렸을때 한번 비행기를 타보고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이번 여행은 첫번째 해외 여행으로, 2009년 5월 15일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하여 5월 18일에 돌아오는 짧은 여행이었다. 학교 일정상 더 장기적으로 끌지는 못했던 것이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첫술에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준비 과정과 일련의 여행 일정을 회고 하면서 적는다.
항공권의 준비
사실 이번 여행을 충동질 한 것은 일본항공에서 보낸 한통의 메일 덕택이었다. 4월 구입/발권 5월 출발 조건으로 23만원(TAX 포함 27만원)에 나리타행 7일 유효 항공권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저렴한 조건이었다. 일단 저렴한 이유는 첫째 미리 구매해서 확정지었다는것(출발편 예약의 변경이 불가;도착편은 5000엔 수수료)과 둘째는 7일이라는 짧은 유효기간과 코드쉐어 이용불가 등의 부가조건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비싼 나리타 공항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네다공항의 경우 시내에서 가까워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물론 최근에는 좀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나리타에 비해서 비싸다. 또 운항이 셔틀형식으로 블록이 정해져 있어서 취항하는 네개의 항공사마다 스케줄이 다르다. 특히 오전 일찍 출발하는 항공사는 오후 일찍 돌아오고 오후 늦게 도착하는 항공사는 역시 조금 늦게 출발한다. 스케줄의 자유는 국적기/외항기 포함하면 거의 매시간 출발하는 나리타 쪽이 낫다. JAL의 나리타나 KAL의 인천이 각각의 허브공항이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흔히 항공사에서 구입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있는데 특히 일본항공은 특가 정보를 거의 다달이 메일로 보내준다. 조건이 크게 여행사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이것보다도 저렴한 조건이 있었지만 피했다. 이유는 오후 늦게 도착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한시간 20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2시 40분쯤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런저런 수속을 밟고 신주쿠에 도착해보니 4시 40분 정도였다. 오전 8시 50분과 12시에 출발하는 편은 값이 조금 비쌌다. 할인항공권 값을 보면 편별로 가격차이가 난다. 흔히들 오전에 출발하고 오후 늦게 돌아오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런 경우가 가격이 비싸다. 무작정 싼 항공권을 가지고 예산을 잡으면 안된다. 값이 쌌던 세번째 이유는 출발 귀국편 지정 항공권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가 쌌던 이유는 경유승객 태우고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함이 아녔나 싶다. 나는 12시 출발편을 탔는데 이유는 아침잠이 많아서 도저히 8시 편에 맞춰 공항에 도착하지 못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 책을 읽었을때 3시간 정도 일찍 오라고 해서 9시 정도에 와서 카운터가 열자마자 첫번째로 짐을 부치고 보세구역에 들어가니 9시 50분께였다. 솔직히 주기해서 게이트에 들어온게 11시 반이었기 때문에 너무 일찍 온감이 있다. 비수기였기 때문인지 출발이나 도착 모두 아울러서 시간이 지체된 것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일찍 와서 일찍 처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행 준비물
여행 짐은 두개의 가방에 나눠서 가져갔다. 일단 여권과 신용카드 현금카드를 챙겼고 기내에 반입할 짐을 백팩에, 나머지를 트렁크에 넣어서 부쳤다. DSLR 카메라는 휴대했다. 여권은 발급하는데 안전하게 7일 이상(평시에, 휴가철은 더 밀린다) 잡아야 하니 여행을 작당(?)했다면 무엇보다 여권부터 시작할 일이다. 한번 만들어 두면 10년 동안 사증란이 밀릴때까지 쓰니 미리 하나 만들어 두시라.
백팩에 넣은 짐은 노트북(파손의 우려), 서브 카메라, 각종 충전기류(휴대폰, 카메라 등), 11자 변환 플러그, 가이드북, 여분 배터리, MP3, 지도, 전자사전, 손수건, 렌즈 클로스, 수첩, 필기구, 휴지, 물휴지, 3단우산(비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되었었다)이었다. 꼭 필요한 수준의 짐이었다. 잡다하다면 잡다하지만 빠짐없이 잘 사용했다. 트렁크에 넣은 짐은 여벌옷, 속옷과 약(처방약,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반창고), 전기면도기(한번충전하면 80분정도 사용하므로 충전기는 생략), 메모리카드 리더기와 랜 케이블, 선크림 정도였다. 이외의 경우에는 예약한 숙소의 따라 달라진다. 홈페이지 등에 갖춰진 기자재가 설명되어 있으니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되겠다. 묵은 숙소가 비즈니스 호텔 급이라 세면도구 등은 필요하지 않았다.
약의 경우 필요한 약은 거의 다 챙겼지만, 파스등을 더 챙겨가는게 좋겠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오겠지만 필요하면 비싸거니와 구하기까지 고생도 좀 했다. 유의해야할 것은 액체류 반입제한이 있으므로 100ml 이하의 것으로 사방 20cm 이하의 지퍼백에 넣지 못하는 모든 액체,젤류는 수화물로 부치거나 포기해야하니 신경을 써야할 것같다.
여권 사본과 전자항공권 사본, 여권사진 여벌을 별도로 챙기고 지갑과 별도로 별도의 신용카드와 현금카드를 챙겼다. 그외에 도쿄 메트로에서 제공하는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한부 챙겨놓는게 편리하다.
환전과 돈
환전 규모는 좀 고심을 했다. 일단 7만엔 정도를 가져갔지만, 일반화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서 어떤 끼니는 요시노야에서 규동을 먹었는데 그럴 경우 끼니당 400엔이 채 들지 않지만 어떨때는 3000엔이 육박하는 식사를 하기도 했으니까. 나리타 공항에서 시내로 왕복하는데만 JR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최대 7000~1만엔 가량 들기 때문에 참고할 것. 이런저런 물건을 사고 먹을것 다먹고 교통비 아끼지 않고도 2만 5천엔 가량 남았다.
숙소를 구하는건 요즈음에는 인터넷에서 많이 하는데 나는 한국쪽에서 하지 않고 일본쪽에 직접 구해서 예약했다. 그래서 구한 곳이 일전에 소개한 Hotel Mets Shibuya(ホテルメッツ渋谷)이다. 한국에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찾은것도 Lonely Planet에서였다). 내가 숙소에서 주안점을 둔것은 1) 역에서 가까울것 2) 역은 JR이나 지하철과 환승이 편리할 것을 중점으로 하였다. 값이 싸더라도 의외로 역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JR 등의 환승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비싼 호텔이라고 무조건 위치가 좋은건 아니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까딱 잘못하면 환승할때마다 돈이 추가로 들기때문에 근처에 여러 노선을 이용할 수 있으면 더욱좋다. 호텔 메츠 시부야는 역과 면하고 있어서 가깝고, JR이 지나가고 지하철 긴자센의 시발역이고 한조몬센 후쿠토신센이 지나고, 도큐도요코센의 시발역이 되는 점이 좋았다. 또 시부야라는 부도심에 중심에 위치하니 만큼 시부야와 하라주쿠의 일정을 별도의 교통비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도심 중 한군데에 가까운데 묵으면 이동상에 여러가지 잇점이 있다. 또 지역의 잇점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시부야의 밤을 교통편 끊기는것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직접 예약을 하던 아니면 어떤 사이트를 걸쳐서 예약을 하던 숙소를 정할때는 Google Maps를 이용해서 주변 위치를 파악하고 역과의 거리를 파악하고 예약하면 도움이 될 것같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요시노야나 마츠야 같은 식당 등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호텔 메츠 시부야는 JR그룹의 비즈니스호텔로 근년 지어져서 시설이 괜찮은 편이라 비즈니스 호텔치고는 고급에 속한다. 값은 11,500엔 부터, 내가 묵은 방은 12,000엔/박. 개인적으로 호텔 예약사이트를 걸쳐도 좋지만 직접 검색을 하고 예약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 예약은 항공권이 정해지자 마자 하는게 좋다. 호텔마다 취소기간이 다르지만 그 전에 취소하면 아무런 금전적인 문제없이 취소나 변경이 가능하니 항공권이 확정되자마자 정하자.
루트 짜기
도착해서 행동할 대략적인 동선을 짜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가고자 하는 곳을 정하고 뺄곳을 정한다. 그리고 인접한 구역끼리 묶는다. 예를 들어서 나는 아키하바라-우에노-아사쿠사를 묶고, 시부야-하라주쿠-신주쿠를 묶었다. 전철로 한두정거장 거리를 하루에 소화하는 식으로 했다. 요점은 환승을 줄이고 전철/지하철로 장거리 이동을 피하는 구조였다. 아래 일정표를 보면 알겠지만 지하철로 밖에 갈수 없고 홀로 떨어진 롯본기를 제외한 모든 곳은 전철로 한번 그 근처에 떨어지면 몇정거장 이상 이동하지 않는다. 대강 보고자 하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길을 잇고, 역에서 출발해서 역으로 도착하는 줄 긋기를 하면 된다. 나는 3박 4일을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소화했다. 분명한것은 루트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된 다는 것이다.
2일차 신주쿠 – 하라주쿠 – 시부야
3일차 아키하바라 – 우에노 – 아사쿠사 – 롯본기
4일차 마루노우치-긴자-유락쵸
아쉬웠던것은 3박 4일이 거대한 도쿄를 상세하고 여유있게 보기에는 턱없이 적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만약 여유가 있다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 것이 일정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루트를 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와서는 솔직히 많이 후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만약 며칠더 머물수 있다면 당연히 유유자적하며 해멜 수 있을 터이다. 참고로 도쿄의 부도심만 여유롭게 보려면 최소한 7일은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점은 히가시교엔이 금요일과 월요일(일정의 첫째와 마지막날)에 닫는다는 점이었다. 2,3일차에는 통짜로 블록을 소화해야했기 때문에 아무리 궁리해도 집어넣을수가 없었다. 일정과 루트를 짜는데 참고하시길 바란다. 유감스럽게도 이케부쿠로와 지유가오카, 시모키타자와, 키치조지 등을 돌아볼 수는 없었다. ‘포기했던 곳’이다. 전술한대로다 마음은 아프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은 달리고, 주요한 곳을 보기에도 힘들기 때문에 독특한 맛이 있다지만 볼 수가 없었다. 만약 시간이 있다면 추가하면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근교를 보지 못한 것도 걸리지만 같은 이유다. 어찌됐던 요령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블록별로 동선 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