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남긴다는 것 – 동영상을 찍어야 하는 이유

오래된 6mm 캠코더속의 꼬마아이는 웃고 있었다. 변성기가 오지 않은 꼬마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지저귀는 새같았고, 웃음은 천진난만함 그 자체였다. 벌써 그게 9년전의 영상이다. 꼬마는 이제 사춘기를 지나 내년이면 대학을 가는 나이가 되었고. 그런 아이를 찍던 사춘기의 나는 이제 청년이 되었다.

다신 오지 못할 그때의 풍경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에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 카피처럼 바닷가라서 신나서 떠들석 거리는 모습이, 아이같은 천진하고 엉뚱한 대화는 테이프에 담겨서 영구히 그 시간만큼을 박제해둔 듯이 말이다.

추억을 담는다는 측면에서 비디오를 찍는 것은 어쩌면 사진을 찍는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진이 순간을 기록한다면 동영상은 스토리를 기록한다. 하다못해 주말에 늦게 일어나 늘어져서 눈을 비비며 뒹구는 것 자체도 나중에는 추억이 된다.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 당시의 표정이나 대화까지도 녹화되는 것이 큰 차이일 것이다.

동영상 찍기의 백미는 역시 뒷날에 보는 것이다. 특히 여럿이서 본다면 즐거움은 배가된다. 커다란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 정말 좋다. 소파에 앉아서 서로 깔깔대면서 추억에 빠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할만하다. 촬영에 익숙해졌다면 편집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편집을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불필요한 장면을 자르고 자막과 음악을 입히는 작업은 꽤 재미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 볼때 훨씬 즐겁다. 그렇게 편집한 동영상을 웹에 올리거나 DVD나 CD로 만들어서 선물하는것도 즐거운 일이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시간이 나중에 다시 돌이키고픈 시간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 동영상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런지.  


Posted

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