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다 늙는다. 당신 또한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시니컬하게 얘기를 하다가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절대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우리 아버지는 인터넷을 하실때마다 곤란하신게 있다. 첫째로 복잡하다는 것이다. 뭐가 잔뜩 있는데 깨알같아서 정신이 사납다는 것이다. 게다가 ActiveX 등 컨트롤 실행으로 인해 보안 경고가 뜨면(게다가 비스타에서는 UAC까지 뜬다) 갈팡질팡하시게 된다. 가장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인터넷 뱅킹이다.
아버지께 나는 내가 거래하는 은행 홈페이지를 열어드리고는 한번 잔액을 조회하고 송금을 한번 해보시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일단 도대체 어떻게 하면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해야할지 모르겠다 라는 의문에 봉착한다. 도대체 무얼 눌러야 되는지를 모르시겠다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55년생)은 휴대폰으로 모바일 뱅킹으로 곧잘 송금도 하시고 공과금도 내신다. ATM 사용도 익숙하고, 인터넷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게임을 하는 등 아주 컴퓨터를 못하는 분이 아니시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걸 눌러야 합니다. 하고 개인인터넷뱅킹을 눌러드렸다.
이번에 아버지가 봉착한 문제도 똑같았다. 또 뭘 눌러야 하느냐는 것이다. 계속 해매시다가 구석탱이에 있는 ‘인터넷뱅킹 로그인’을 발견하고 혀를 끌끌차신다. 인터넷 뱅킹 로그인이 금 파생 상품이나 자동차세 납부 보다도 보기 어렵게 디자인되어 있다. 접속한 다음에도 송금을 하는데 허들이 더 있었으나 기술은 생략한다. 근데 문득 하나 떠오른게 있다. 바로 HSBC Direct였다. 뭐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이 외국계 은행의 홈페이지는 지극히 심플하다.
아버지는 단숨에 계좌관리를 눌러 인터넷 뱅킹에 로그인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인터넷 뱅킹 내부에서도 조회, 송금 등 단순하게 구성되어 쉽게 이체를 하시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으로 내가 주목한 것은 이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꼭 하나 보이는 버튼이 있다. 바로 이런 것이다.
이 버튼의 목적은 간단하다 작은 글자를 보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의 글자가 늘어난다.
기능은 위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을 확대하여 주는 기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능을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뉴스 사이트 정도에서 밖에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사이트에서는 너무나 너무나 플래시를 남용하며 특히 메뉴 내비게이션까지 플래시로 대체하는 악습이 있다. 플래시로 메뉴를 만든 어떤 사이트는 친절하게(?) 하위 메뉴를 아래로 깔아주는데 그러다 마우스가 조금만 삐긋하면 엄한 메뉴를 클릭하게 된다. 뭔 얘긴지 경험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젊은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당신들이 지금이야 박봉으로도 철근만 씹어먹으면서 사는 나이라지만 결국은 당신들도 나이먹는다. 지금 화면을 보는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당신도 잘해야 십년 이십년 뒤면 노안용 돋보기 없이는 지금 컴퓨터 화면 보기 힘들 것이다. 벌써 나부터가 컴퓨터 쓴지 십오년이 넘다보니 복잡한 문제가 나오면 한동안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젊은 나이지만 벌써부터 머리가 굳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아버지 타박했던거 생각하면 참 내가 죄스러워 미칠 노릇이다.
이미 한국의 노령화 속도는 유례가 없이 빨라지고 있고, 젊은 사람만이 인터넷을 쓰는 것이 아니며, 또 젊은 사람만이 고객이나 사회적인 정보를 접해야 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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