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소망을 담아 했던 약속을 찾으러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 내가 존재했고, 이렇게 와타나베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까지나 기억해줄래?” “물론 언제까지나 기억할거야.”라고 나는 대답했다. (중략)
“정말 언제까지나 날 잊지 않을거지?”하고 그녀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영원히 잊지 않을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내가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어.”

그러나 기억이란 확실히 멀어져 가게 마련이고,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벌써 잊어버렸다. (중략) 지금은 알 수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ㅡ하고 나는 생각한다ㅡ글이라는 불완전한 용기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추억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오코에 관한 기억이 내 안에서 희미해져 갈수록, 나는 더욱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녀가 나에게 “나를 잊지 말아줘”하고 부탁했는지, 그 이유도 지금의 나는 잘 알 수 있다. 물론 나오코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내 안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갈 것 이라는 걸. 그래서 그녀는 내게 호소 했던 것이다. “날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줘.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줘.”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퍼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ㅡ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임홍빈 역) 중 발췌

이 구절은 내가 몇번이고 즐겨 읽던 구절이다. 나를 언제까지나 기억해주었으면 해. 라는 그녀의 부탁과, 이를 선뜻 받아들였지만, 막상 나이가 지나보니 그것이 쉬운게 아니었음을, 그랬기때문에 그녀는 신신당부했던것이고, 더욱이 그것이 결국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었음을 알고야 말았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담히 서술되고 있다.

내 열여덟살때 이야기를 해보자. 그녀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잊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까? 학교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며,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것이라는 걱정이 나를 휩싸였다. 마치 나오코의 우물처럼, 어두운 곳에서 목숨이 끊어질때까지 혼자 있어야 하는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릴줄은 전혀 몰랐지마는. 언젠가는 찾아가서 나라고 밝히면 적어도 무언가 그녀가 기억하게 해줄 것이 있어야 했다.

목걸이와 귀걸이를 사서 떠밀어놓고는 무책임했지만. 원치 않는다면 나중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비록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는 점점 희미해져가겠지만, 언젠가 그 목걸이를 찾으러 가는 날 나는 그때 했던 약속을 지키러 간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준비를 할것이다. 댓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을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나는 10여년즘 듀나가 쓴 글의 제목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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