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 정류장에 줄러리 서있는 택시를 따라가보니 하나하나 DMB가 달려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차는 늘었는데 줄은 줄었다. 맨 앞차를 타니 야구 중계가 하고 있었다. 중계중간 광고를 할때 7″ 와이드 액정이 달린 DMB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나는 이 나라 엔지니어들의 혜안이 아쉬웠다.
4:3 QVGA 화면 비율의 우려
다른게 아니라 내가 우려를 했던것은 화면 비율(Aspect Ratio) 문제였다. 현행 지상파 DMB 규격은 4:3 으로 지상파 SDTV와 동일하다. 문제는 예의 야구 중계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이제 HD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고, HDTV는 16:9의 화면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 네비게이션의 화면비도 16:9에 가까울것이다.
물론 당분간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촬영시에 4:3 프레임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방송용 카메라 화면을 언뜻 본적이 있는데 4:3 영역에 세로로 프레임이 있었다. 그 부분은 아나로그 텔레비전이나 DMB로 보게되면 잘려나간다. 그러니 그 부분에 중요한 부분이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다. 즉, 그 프레임은 일종의 ‘세이프티 존’인 셈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 상당한 짐을 지우는 일이라고 본다. 이건 DVD 초기에 있었던 화면 비율 논쟁과 비슷하다. 촬영자는 16:9 비율의 기재를 이용해 보이고 싶은 바를 표현하지만, 결과적으로 4:3 화면에서는 그 일부가 잘라지는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트리밍이라는것에 학을 떼는 사람도 있다는걸 감안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작 드라마는 레터박스를 위아래로 깔고 방송했다. 하지만 이 레터박스에 대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화면이 큼직하기라도 하면 모를까 가뜩이나 작은 화면에서 레터박스로 화면의 1/4 가까이를 줄여놓으니 말이다. 16:9로 찍는다면 16:9로 보는게 정석인것이다.
16:9로의 전환
최근 일본드라마를 보면 점점 대담하게 좌우측 테두리를 채우는 경우가 늘어났다. 투니버스에서 하는 새 아따맘마를 보니 모든 가족들이 일시에 다이어트를 했다. 둘다 몇년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어거지로 16:9 HD 영상을 4:3으로 끼워넣은것이다. 레터박스도 아니고 스퀴즈다. 아닌게 아니라 16:9를 지원하는 디지털 텔레비전이 이미 상당수 보급되었다고 판단한 일본 방송계는 이제는 당연히 16:9를 기본으로 상정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에서는 TV 광고도 16:9를 상정하고 방영한다.
DMB는 4:3이다. 지상파 아날로그도 4:3이다. 하지만 이제 지상파 아날로그 TV는 2012년이면 단체(standalone)로는 방송을 볼수 없게 된다. 일본은 이보다 1년 앞선 2011년부터 종료하겠지만 벌써 분위기는 파장직전인듯하다. NHK 월드를 보다보니 뉴스워치9 의 기상정보 도중에서 화면이 갑자기 쪼그라든다. 아닌게 아니라 화면이 레터박스로 바뀌었다. 기상 도표와 그래프를 화면에서 짤리지 않게 4:3 화면에 맞도록 줄인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끝나자 귀퉁이를 잘랐다. 디지털 텔레비전이 얼마나 대세로 자리잡았는가를 느꼈다.
자, 그러면 DMB 시청자가 1300만 시대라는데, 우리의 DMB는 어떻게 되는것일까? 작년에 삼성전자가 LCD텔레비전 광고를 하면서 사상 첫 HD광고를 했는데, 미숙한 처리로 4:3 TV에서는 귀퉁이의 제품명이 짤려나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차차 HD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늘것이고 사람들은 16:9 TV를 살것이다. 4:3을 살래야 실상 싸구려 중국산(한국회사 제품도 국산이 아닌게 많다)텔레비전을 제외하면 모든 TV가 16:9이다. 내 방에 5년전에 놓았던 40만원짜리 평면 아날로그 TV와 똑같은 크기의 LCD 텔레비전을 같은 값에 지금 살 수 있다. 물론 HD급이고 당연히 화면은 16:9이다. 아마 값은 더 떨어질 것이다. 전환수요가 생긴다면 소형 제품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에서는 16″ 급도 나온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임박해오면 자연스럽게 4:3 화면은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질것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트러블 발생
그러면. 그 작은 화면으로 16:9 레터박스 화면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PMP나 내비게이션이라면 좀 견딜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휴대폰 사용자들은 돋보기를 하나 준비하거나 아니면 좀 더 큰 화면을 갈구할런지 모르고 또 그게 나올런지도 모른다. 근데 더 걱정인것은 핸드폰도 굳이 따지자면 4:3 보다는 16:9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통 핸드폰 액정을 보면 세로로 길고 가로로 좁다. 햅틱같이 극단적인 케이스도 있다. 그것은 꽤 오래전에부터 그런것이다.
방송규격이라는게 한두해만에 사라지는게 아니니 만큼 방송규격을 만드는것은 상당히 숙고가 필요한것이 아닌지 싶다. 생각해보라 이제 와서 보니, 지상파 방송이 16:9로 바뀌었으니 DMB도 쉽게 16:9로 전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DMB라는 물건이 2000년대 엄연히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는 마당에 개발되었는데 4:3을 기본으로 만들었단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미 포터블 기기들의 소형 액정들은 점점 4:3보다는 점점 16:9에 적합한 형태로 가고 있는데 그 모든 기기에서 윈도우(16:9 화면에서 4:3 영상을 넣을때 좌우에 생기는 흑색 바)를 넣던지, 화면을 억지로 늘리던지 하는 수를 써야하는거 아닌가… 16:9 소스가 되면 4:3에 맞춰 짤린 것을 억지로 또 16:9로 늘린다. 이건 좀 아닌것 같다. 애당초 그냥 QVGA를 고집하지 않고 해상도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일본 같은 경우 핸드폰도 액정이 16:9 와이드 액정이다.
마치며
불과 몇년이 안되었건만 DMB 규격은 내눈에는 불안불안하다. 나중에 DMB 2.0 같은게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아마 그게 나온다면 지금과 같이 단순히 방송만 하는게 아니라 데이터방송과의 연계성을 좀 고려해야겠지 않을까? 원세그의 경우에는 휴대전화망을 이용한 데이터 교환을 통해서 각종 방송 관련 정보는 물론, 이벤트도 진행하고 상거래에 이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DMB가 수익모델로 고민하고 있는데 만약에 데이터방송을 통한 통화료 수입과 상거래 중개 수입 등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적자를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