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병원에 대해 생각해보다.

편두통이 나를 괴롭혔다. 눈을 주위로 오는 통증에 처음에는 일단 내가 보는 의사들과 상담했다. 안과는 녹내장때문에 다니는데 딱히 통증을 유발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내과는 딱히 두통을 유발할 요인은 없음직 하단다. 정신과에서도 별 문제 없단다. 결과적으로 얻은것은 한통의 타이레놀이었지만, 그닥 효과가 있지 않았다.?

10년만에 편두통 재래(再來)였다. 망할 10년전의 통증의 기억은 전쟁상흔처럼 남아있다. 머리가 아플때는 일단 최대한 주위를 어둡게하고, 잠드는게 최선이었다. 약은 잠이 들때까지 견딜수 있도록 해줄 뿐이었다. 아침에 해가 뜨면 편두통 발작이 시작됐고, 나는 잤다. 그때 뒤틀려버린 수면패턴은 지금까지도 뒤집질 못하고 있다. 그때먹은 타이레놀로 손상된 간은 여전히 약으로 수복중이다. ?
내가 상담을 받은 이들 모두가 대학 병원에서 조교수 이상은 하는 사람들인데 편두통에 관해서 진단을 내리기 그리도 힘이 든 것이었을까. 그래서 한번 생각을 바꿔봤다. 한번 ‘큰 병원’을 찾아봐야겠다고.?
일단 소위 말하는 큰 병원, 즉,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뒤져보았는데, 편두통 클리닉을 갖고 있고, 두통, 특히 편두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있는 곳은 삼성서울병원 뿐이었다. 그 의사는 두통관련 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었고, 대학 교수이며 과장이었다. 이 이상의 조건을 가진 의사를 찾기 힘들었다.?
혹자는 이를 의료쇼핑이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가 아프고, 그것에 대한 명쾌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가능하면 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갔다.?
일단, 병원은 이따금씩 지나칠때가 있었으므로 거기 있지 싶은 위치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컸다. 이건희씨가 쓴 집 대들보만한 석판 머릿글을 지나쳐서 큰 로비로 들어서고 복작복작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검사를 하고, 의사를 만나는 일련의 과정은 내가 다니던 병원에 비해서 훨씬 고도화되어 있었고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은 모두가 오갈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긋나긋했다. 의사도 ‘안녕하세요, 몸 건강하셨어요?’ 하고는 ‘안녕히가세요.’로 끝났다. 기본적으로 호칭부터가 다른 병원은 ‘환자’지만 여기서는 ‘고객’이었다.?
좌우지간, 나는 편두통에 대해서 루틴적인 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그 루틴이라는 것에 MRI가 들어간다는 것이지만, 놀랄것 없다. 10년전에도 신경과에서 받아본적이 있으니까. 그외에 뇌혈류검사와 전혈검사 등등. 해서 검사료만 100만원이 들어갔을 듯 싶다(환자부담금액+비급여항목만).
해서, 의사를 세번인가를 만나서 편두통에 사용되는 치료제를 처방받는데 1,075,000원이 들어갔다. 호기심이 생겨서 2주마다 가는 고대부속병원에 가서 진료비납부내역을 뽑아보니 60만원이 채 안들었다.?
친절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서비스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값이 1백만원이었다. 메이저 병원이 독식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는 기사를 들었다만.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만약에 의료보험마저 민영화 되면 나는 얼마나 들여야 여기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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