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될까 싶어: 다음 한메일넷 메일 증발 사건(2000년 5월)

다음의 한메일넷 메일 노출 사건으로 난리입니다. 개인정보관리에 있어서 다음은 한번 전과가 있습니다. 이른바 ‘한메일넷 메일 증발 사건’ 인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죠. 제가 겪은 바로 이 케이스가 재미있는 전례가 되지 않나 싶어 회고합니다. 저는 이 사건이 있은 이후에는 다른 메일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Gmail을 쓰고 있습니다.

2000년의 일입니다. 기록삼아두려고 당시 메일을 버리지 않았는데 하도 다음에는 스팸이 많아서 그걸 지우다가 없어졌는지 싶군요. 글을 쓰는 중에도 당시 자료를 찾아보고 있지만 꽤 시간이 지난 자료라 찾기가 수월치 않았습니다.

아 열심히 찾아보니 나오는군요. 중앙일보에 당시 제가 겪었던 상황에 대해 기사가 나와 있네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8일, 다음의 한메일 사용자 2명이 “한메일에 보관중이던 이메일 자료가 다음측의 과실로 유실됐다”며 다음을 상대로 각기 1000만원씩의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서울민사법원에 제기하였다.

다음 서비스 이용자인 윤 모씨(ID: Cyberlaw)외 1인은 1998년 5월경부터 한메일넷을 사용해 왔다. 이들은 지난 5월 11일 다음측의 서버 교체와 관련하여 메일과 주소록 기타 자료를 하루아침에 모두 잃어 버리게 된 1000여명의 피해 회원중에 속한다.

즉, 다음측에서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로부터 고가에 구입한 이메일 서버 가운데 회원들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발생, 결과적으로 일부 서버의 작동이 중단되고 20만여명이 12시간동안 e메일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또한 3천여명의 회원들의 기존 정보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한메일 사용자, ‘다음’ 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중앙일보)

기사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부연 설명하자면, 5월 11일 하루 아침에 데이터가 날아갑니다.  그리고 메일이 날라갔다는 내용의 메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죠. 곧 복구할테니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미국의 썬의 데이터 서버의 문제라고 주장, 엔지니어를 미국에서 데리고 오는 중이라는 두번째 메일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메일은 ‘메일과 주소록 기타 자료를 하루아침에 모두 잃어 버리게 된 1000여명’에 전달됩니다. 날아간 자료는 3000여명분이며, 그중에서 2000여명은 복구를 했지만 나머지 1000여명은 자사와 썬사의 기술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구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당시 회원이 700만명(전자신문 2000.12.12)이었으니 7000명당 한명꼴로 데이터가 날라갔고, 그 확률에 제가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읽었던 IT쪽 신문을 보니 다음측은 썬의 스토리지 서버에 문제가 있었다고 우겼고, 지금도 거대하지만 당시엔 더 거대했던 클라이언트인 다음에서 데이터 유실이라는 최악의 사고를 냈다는걸 가리고 싶었던 썬이 다음측의 셋팅 잘못이었다고 공방을 벌였던게 생각나는군요.

그 정보를 봤던 신문은 지금은 폐간된지 오래고, 지금 구할 수 있는 매체라고는 조중동이나 전자신문 정도인데 이 소송의 결과는 어느 매체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조용히 매듭지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던간에 이 천명에게는 입을 다물게하기 위해서 떡고물이 주어졌습니다. 다름 아닌 영구 25M(100M 였던가 가물가물합니다) 용량 지원이라는 것이었죠. 마지막 메일에서 다음측은 ‘잃어버린 데이터에 비하면 아주 조그마한 성의’라면서 용량을 슬그머니 업그레이드를 해주었습니다. 기억하실러나 모르겠지만 다음은 당시에는 2M(5M였던가 가물가물합니다) 용량을 가지고 있었고, 프리미엄 메일 서비스를 시작했을때 그정도 용량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몇만원(약 2~3만원)씩을 냈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다음이 파란, 구글과 네이버에 밀려서 모든 메일 사용자에게 100M씩 뿌리고, 마침내 GB급으로 올렸던 1~2년전까지만 해도 공짜로 몇만원어치 용량을 사용할 수 있더랬습니다. 뭐 메일은 거의 쓰지 않았지만요.

아. 그게 제가 중학생때 이야기고 8년전 이야기군요. 나이 먹었구나 하면 어르신들께 욕먹겠지만. 그때도 신문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서울갈때 가판에서 신문을 사서 읽는데 다음 메일이 증발이 됐다는 기사를 보고 집에 들어가 보니 세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더군요 ㅡㅡ;;

뭐 데이터가 유출되는것 보다는 사라지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정말로 초보적인 미스이기 때문에… 8년이 지나도 크게 진화하지 않는 다음의 요지부동에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차라리 그때는 난리가 나고 사과 메일이라도 했지…. 쩝.

덧. 당시 소송을 했던 법무법인 아람의 김형준 변호사의 일변입니다.

회원들로부터 무형의 가치인 개인정보를 획득하면서도 무료 서비스임만을 내세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회원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약관의 공정성을 바로 잡고 개인 웹메일이 온라인상 중요한 정보로서의 재산가치임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정말 8년동안 성장을 한게 없군요 ㅡㅡ; 이번에 따끔하게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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