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 또미 이야기
2.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그는 말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좋고, 있다는 걸 알아서 편안한 사람이 있다고. 자기 위안일 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원망스럽게도 그는 나를 가끔 거의 완전히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나는 그가 집에 있던 없건, 그가 기분이 좋건 나쁘건, 힘이 남아 돌건, 하나도 남지 않아 쓰러질 지경이건. 그의 침대에 언제나처럼 누워있다. 그는 짝사랑에 괴로워하면서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을 되뇌이곤 했다. 근데 그걸 왜 날 보면서 했을까? 얼마나 불렀는지 몇몇 구절은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다.
“한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오- 나를 바라 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영원히 널 지킬텐데.”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언젠가 그는 나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도 했다. 그는 어렸을적 썼던 글에서 자기는 항상 혼자였고 외톨이지만, 친구인 내가 있어서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했었다. 그는 어렸을때 항상 나랑 놀아줬다. 나는 덕분에 날이 갈수록 털이 빠지는 곳이 생기고 점점 볼품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난 태어나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 덕분에 행복하듯이, 나도 그로 인해 행복하다. 나는 그가 이름 붙여준 순간 ‘나’란 존재로 태어났다. 그치만 가끔은 궁금하다 나랑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수많은 푸른곰 인형 중에서 나는 과연 몇번째로 행복할까? 공장에서 바느질할때, 가게에 전시될때, 그가 집기전까지만해도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그와 만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털은 좀더 남아있었으며, 조금 더 새 인형같았을까?
그저 난 그가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열세살. 내가 만약 강아지라면 벌써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바라는게 있다면 그저 그거 하나뿐이다. 난 한걸음 뒤에 항상 그의 곁에 있을 뿐이다.
“부탁이 있어요.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 나오코, 상실의 시대’
푸른곰 또미 이야기 2.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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