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에 덤을 끼우는 것을 허하라

어쩌다가 음악계가 이렇게 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또, 음악은 음악 자체의 값을 매겨서 팔아야지 거기에 DVD 같은 ‘덤’을 더 끼우면 그건 순수하지 못하다는 지적에도 그닥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 덤에 혹해서 앨범을 몇곡 샀다. 좋아하는 음악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이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경우에는 더더욱이 그러하다. 그것보다도 앨범을 사려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해줘야한다. 이제는 음반을 사는 것이 바보 짓 처럼 여겨지는게 당연한 상황에서 장당 1만 2~5천원씩은 물론, 까딱하면 그 이상도 나오는(Thriller 25나 하마사키 아유미의 Guilty는 각각 2만원과 1만 8천원이 넘었다) 앨범을 구매하는 것은 상당한 용단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요즈음 포터블 CDP를 가지고 다니는 이는 거의 멸종했다고 봐도 좋지 않은가? (소니의 가장 최신형 포터블 CDP라는 D-NE20을 본지 거의 3년이 되어간다) 결국은 CD를 사도 CD와 MP3를 감별할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귀라서(그런 돌고래 귀가 디지털 샘플링할때 발생하는 양자화 노이즈는 어떻게 견딜지는 모르겠다만, 그런사람들이 있으니 SACD도 팔리는거겠지…) 그에 걸맞는 하이파이 시스템에 CD를 걸고 듣는다면 모르겠지만, 클래식도 아니고 부담없이 듣는 J-POP이나 POP, K-POP을 그렇게 걸어 놓고 듣는 사람이 또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다. 거의 다 MP3나 그에 상응하는 다른 포맷으로(나같은 경우에는 iPod에 맞춰 256kbps AAC로 리핑하고 있는데 어떤이는 Apple Lossless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아마 iPod이 아니라 다른 MP3를 쓰는 이는 각각 OGG나 FLAC등으로 하지 않을까?) 리핑해서 듣는 것이 대부분이라 사료한다. 그렇담 결국 품질은 그게 그거다. 어지간히 대충 엔코딩하지 않은 이상, 인터넷에서 떠도는 파일도 나름 들어줄 만하다. 물론 내가 직접 인코딩하면 인코더의 선택이나 음질의 선택 등 여러가지면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라서, 말하자면 커피 집에서 커피 원두를 사올때 점원한테 부탁해서 그라운드를 해서 오는 것과 직접 손으로 필요에 따라서 그라인딩하는 그런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서툴게 그라인드 해서 커피프레스에 쓰기에 너무 곱게 갈면 커피를 망치기 때문에, 나는 그냥 점원에게 봉지째 맡기고 프레스에 쓰게 거칠게 갈아주쇼 하고 만다. 그편이 낫다. 게다가 비싼 그라인더를 사가면서까지 원두를 신선하게 갈아마시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을 정도도 아니고…?

자, 커피 얘기는 여기까지, 품질이 동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남은건 두가지 뿐이다. 양심을 지키고, 소장가치를 지니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이 앨범 값 1만 5천원과 바꿀 수 있을 경우에 한해서인데, 아마 이러한 결정은 자신이 살 물건이 인터넷에서 공짜로 흘러다니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무척 힘든 결정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1만 5천원이면 몇시간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만화책을 5권(사서 볼때 얘기다, 한권에 500원할때 빌려본 이후로는 사서 보고 있다, 값이 그대로라면 30권을 볼수 있다), 두시간 짜리 최신 영화를 두번, 역시 두시간 짜리에 보너스로 이삼십분 정도 더 들어 있는, 만원만 보태면 좋아하는 영화의 DVD 한장(역시 살때 얘기다, 1500원일때가 마지막으로 빌려본 때니, 값이 변하지 않았다면 10장을 빌려볼수 있다)을 살 수도 있다. 게다가 아르바이트해서 산다고 가정해보라, 고용주가 착하고 착해서 최저임금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가정해도 4시간 이상 근무해야 CD 한 장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인터넷에선 다 공짜다! 아티스트와 제작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거 만큼 속뒤집어 지는 결정이 어디있는가??
나는 불법 다운로드를 이기는 방법은 법적인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주의인데, 한번 공짜로 구하게 되면 거기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약물 따위에 중독된 사람을 사회와 약물에서 격리해서 치료하는 것을 중요시 하듯이(물론 우리나라는 그보다는 감방에 넣는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래서 마약 범죄 재범율이 높다), 공짜에 익숙해진 사람을 치료해, 돈을 내게 하려면,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도록 믿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장가치라는 문제가 떠오르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정말 재미있어서, 유형의 물체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디지털 시대에 돌아와서 모든 사무 종사원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사무실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무상하게, 요즈음의 어지간한 사무실에는 30ppm 이상의 초고속 프린터가 연일 종이를 뱉어내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 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으로 사진을 뽑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 여권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갔는데 사진을 찍을때도, 찾으러 갈때도 사진관은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몇명씩 왔었다. 또 생각해보면 카메라의 화질을 논할때 빠지지 않는 것은 화소수이고, 그 화소수는 곧 결국 얼마나 크게 뽑을 수 있나와 많이 뽑는 4X6판에 얼마나 세밀한 화상을 쑤셔 넣을 수 있느냐. 그 두개 때문에 의미가 있는것 아닐까??
결국 지금까지의 CD는 돈 값을 못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불법 다운로드가 정식 음반 판매를 구축해버렸다. 물론 남의 물건을 훔치는것은 잘못이다. 허나, 그러기 전에 고객이 과연 투자에 대해 효과를 보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불법으로 다운받는것보다 무서운건 사람들이 음악을 찾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음악을 다운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을 의미하고, 조건만 맞는다면 적어도 양심에 호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음악을 팔 수 있다. 결국은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전혀 안듣는 사람에게 CD를 내민다고 오늘날의 음반업계의 불황이 타개 될리 없다. 결국, 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돈 값을 하느냐 안하는냐는 간단한 진리다. 특히 나같은 경우 주크온과 멜론 등 유료 음악 사이트에 가입해서 나름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음악을 듣고는 하는데… 그나마 불법적으로 쓴다는 죄책감 마저 없어져 버리면, CD를 사는것과 인터넷으로 듣는것의 차이는 CD 랩핑을 뜯을때 기분 좋은 느낌과, 쌓여가는 CD를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전부다.?
그런 면에서 앨범에 덤을 끼워주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보인다.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추가 트랙이 담긴 CD나 뮤직비디오나 실황이 담긴 DVD를 끼워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후자가 맘에 드는데 좋아하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다. 특히 DVD 비디오는 상대적으로 복제가 덜되고 있어서 CD를 사야만 이걸 가질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것 같다. 확실히 이제는 멀티미디어 시대이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서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DVD가 나오면서 생긴 용어 중 하나가’스페셜 피처(Special Feature;특전)’인데, 제작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코멘터리, 인터뷰, 콘티, 스케치 등등 개인적으로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의 이러한 점은 단순히 구입한 디스크를 좀더 오랜시간 즐길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컨텐츠의 여운을 되살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며, 수집가에게는 소장가치를 늘려준다.?
음반의 이러한 움직임은 영상 매체의 스페셜 피처에서 따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투자는 확실히 소장가치를 상승 시켜준다. 단순히 음반에 대한 해설이나 가사 사진 따위를 앨범 커버에 넣어서 하는 것보다는 아티스트의 곡과 앨범에 대한 코멘터리, 평론가의 평가, 인터뷰, 녹음과정, 뮤직비디오 등을 담아서 제공해, 수집욕을 자극하는 것이 어떨까? 많은 앨범에서 이러한 투자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많은 앨범이 DVD를 포함하는 한정판과 포함하지 않는 일반판을 분리해 내놓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가격이 차이가 조금 나더라도 기왕 사는거면 가능한 전자를 산다. 물론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만들면 좋지만, 그러한 요구는 좀 가혹할 수도 있다. 제대로 스페셜 피처를 만들어서 제공해 준다면 차이는 무시할만하다. 지금은 특전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식이라 모르겠는데, 사실 이렇게 되면 덤이 아니라 장사다. 공짜로 기울어진 저울을 조금이나마 수익이 날 수 있는 모델로 옮기는 중요한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2 thoughts on “앨범에 덤을 끼우는 것을 허하라

  1. 장성일

    덤도 좋지만 가수들의 음반 질도 문제인것 같은..내가 초등학교때는..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용돈 모아모아 앨범 모으는게 취미었는데, 그당시는 가수들 타이틀곡이나 후속곡말고 앨범안에 있는 노래들이 훨씬 좋았기 때문에 소장가치 및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타이틀곡을 빼면 크게 마음가는 노래들이 없다지..예전같은경우 덤으로 DVD같은 비공개 파일을 끼워서 팔면 정말 기쁨(?)이랄까 원래는 덤으로 주지 않아도 되는건데 덤을 줘서 기분이 좋은 소비자의 마음? 이라고 해야하나…하지만 지금은 덤을 줘도 소비자들이 살까 말까 하는 현실…;;
    어쨌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중 하나는 그만큼 돈을 주고 앨범을 살 만한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란게 기계의 발달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것 같은….좋은노래 한두곡 듣자고 돈을 지불하는게 아깝긴 하지;;; 앨범에 좋은곡들이 많으면 아깝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미 컴퓨터 공유로인해 공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숙제인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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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곰

      역시 그렇죠. 질이 떨어지고, 곡 단위의 재생이 가능해진 플래시 메모리 플레이어 시대에는 앨범 보다는 싱글 곡 단위가 훨씬 중요하겠지요.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곡을 파는 것은 결국은 음질의 우월성과 편리성, 그리고 합법성에 호소해야 합니다. MP3보다 좋은 코덱을 써서 동일 용량에 더 좋은 음질을 담을 수 있는 코덱의 ‘통일된 규격’의 음악을 편리하게 다운받아서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합법적인것인것과 불법적인것. 이것을 확실히 계도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가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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