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는 어학, 특히 영어 부분에서 꽤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이다. 불과 팔구년전에 비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 영향력이 시사영어사(현 YBMsisa) 같은 회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커졌다는 내 개인적인 시각에 반론이 많지 않을 줄로 생각한다. 그 회사가 이번에는 사전을 펴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다른말 사전을 옮겨 낸 것이다.
넥서스 영한사전은 우리나라의 많은 사전이 그러했듯, 영-화사전(영일사전)을 옮겨 온 사전이다. 오분샤의 렉시스 일화사전을 옮겨 온 것으로 표시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시사영어사의 올인올(구 e4u/elite 영한사전)영한사전이 원전으로 하고 있는 사전의 손자 뻘 쯤 된다. 그러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뜻이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도 쉽지 않게 목도 할 수 있었다.
영어사전의 중역에 대해서 좋지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그다지 좋지 않게 보는 사람중 하나이고 그러한 까닭에 자신의 나라 사람이 만든 사전을 사용하거나 더 나아가서 보다 나은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영영사전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얼마나 어댑테이션(번안) 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구체적인 이유가 바로 이 사전이다. 이 사전은 중역을 하였으나, 나름대로 쉬운 어의를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원전이라고 볼수 있는 YBM 측 사전에 비해서 보다 현대적인 번역을 취하고 있었으며(주: 몇몇 주요 단어에 대한 크로스체크를 하였으므로 전반적인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 나름대로 한국어로 옮겼을때도 그 본래 뉘앙스가 해치지 않는 수준의 번역이었다고 생각했다(주 : 이는 영영사전과 몇몇 단어에 대한 크로스체크의 결과이므로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이는 새로이 번역을 한 것이므로 당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여년전 사전을 원전으로 한 사전과 나온지 4년된 사전의 번역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쉬운 어의 사용외에도 시의감 있는 표제어 수록이나 풍부한 예문과 숙어가 맘에 들었고, 풍부한 문법과 연어/동의어 정보 그리고 Planet Board 코너(설문 조사를 통해 여러 표현 중에서 어떤 표현이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되는것인지 나타낸 코너)와 Communication Expression(실용회화표현 코너) 등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몇몇 오타와 깔끔하지 못한 예문의 번역 등을 몇몇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점은 전반적인 사전의 신뢰성을 흠집을 내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내가 찾은 오류로는 갤런(gallon)에 대한 풀이에서 <영><미> 가 따로 나뉘어져 있어야 하는데 둘다 <영>으로 표시되어 있었던 점을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중역을 한 까닭에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Hour 항목 밑에 …까지의 노정 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도 있었다. 물론 그 옆에 괄호로 [거리] 라고 표현하였지만 굳이 노정을 옮겨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전은 역시 많은 사전에서처럼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서 오롯이 쓰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지만 사전을 편찬하는 일의 방대함과 펴낸이의 규모를 보았을 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한다. 오히려 나는 오분샤사라는 원저와 판권 관계를 떳떳이 밝혔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했던 만화들이 전부 우리나라 만화였던 것 처럼 숨겼던 것처럼 감추고 쉬쉬하는 것 보다는 떳떳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더욱 나아가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사전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