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협박까지 해가면서 팔아야겠습니까?

20대 초반인 나는 보험 외판원과 보험 설계사라는 단어의 간극사이를 살아온 사람이다. 그나마도 직업으로써의 생존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이다. 텔레비전이 있고, 인터넷이 있고, 전화가 있으니까. 기대끝에 시작했던 ‘방카슈란스’는 찬밥이고, 요즘 보험의 대세는 DM(Direct Marketing) 인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보험 외판원 하는 동창생이 왔는데…” 라는 글 다음에 올 대사를 예측하지 못할 것만 같다. 마치 내 동생(92년생)이 삐삐라는 물건이 도대체 뭐하는 물건입니까? 라고 묻는 것 처럼.

외판원때는 그래도 인정에 학연, 지연을 붙잡고 ‘매달리는’ 방식이어서 피곤은 해도 기분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비록 심약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 보험 저 보험 감당도 못할 정도로 들어서 바가지를 들을지언정(우리 아버지가 그러한 위인이셨다) 말이다.

그런데… 요즘 다이렉트 마케팅 시대의 보험 판매는 기본이 협박인것 같다. “암에 걸리면 천? 이천? 삼천? 아뇨 8천은 들어요!” 라는둥, “암 보험만 들었는데 뇌출혈로 쓰러져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집을 옮깁니다.” 라는둥.

아주 협박이다. 보험 안들어 놓으면 8천만원을 니가 어디서 구하겠느냐, 집은 풍비박산이지. 이런투다. 특히 어떤 회사에서는 “보험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그걸 안들었냐”고 타박을 하누나. 아주 대놓고….

차라리 나 좀 살려줍쇼 하면서 매달리던 외판원보다 협박꾼(?) 광고들이 더 기분이 안좋은건 나 혼자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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