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가짜 명품 시계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사람들의 명품욕에 대한 비판, 힐난과, 그저 명품이라니 의심없이 속는 그들의 허영을 힐난했었다. 솔직히 나 또한 그들중 한명이 아니라고 할수는 없다.
일본인들은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물건을 ‘브랜드품’이라고 부르더라. 어떻게 보면 그런데까지 영어를 써야겠냐라고 할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쪽의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명품이라면 그것이 살 때 가치가 느껴지는 건 둘째치더라도, 쓰면서 가치가 느껴지고, 자꾸자꾸 지니고 싶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모로보나 이녀석은 명품중에 명품이다. 실지로 1993년 선보인 이래로 뉴욕의 MoMA에 영구 전시되고 있는 이 녀석은 80년대 외화 맥가이버에서 그놈의 할아버지 다음으로 유용했던 녀석이 바로 이녀석이 아니던가. 덕분에, 맥가이버 칼이라는 별명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뭐 들리는 사례로는 이 녀석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뭐 아직 그런 경험까지는 못겪어봤다.
사진에서 보이는 녀석인 SwissChamp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만큼이나 두툼(?)하고 묵직해서 정말 이 녀석 하나 있으면 연장통이 부럽지 않을것만 같다. 정말 실용적이고 알찬 녀석들로만 그득그득하다. 특히 십자 드라이버가 따로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가끔 더운물에 모든 도구들을 펼친채로 씻은 다음 윤활유를 스프링(접히는 부분)에 조금 쳐주면 관리는 끝이다. 비록 이리저리 가지고 다니느라고 광택이 번뜩이던 라커 재질의 붉은 부분이 좀 긁히고 그러느라 볼품은 없지만. 뭐든 하나 펼치면 부러울게 없다.
책상용 스탠드의 스프링을 조절하고, 택배의 포장을 풀고, 편지를 열고, 안경의 나사를 조이고. 이것저것 쓸데가 많아 요긴하다.
근데 이 녀석을 쓰면서 느낀 재미있는 점은, 이 녀석이 손에 잘 닿는 곳에 있을때는 쓸일이 없더라도, 꼭 두고 왔다던가 그러면 아쉬운일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커다란 녀석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는 조금 무리. 그래서 휴대하기 좋은 녀석을 역시 같은 회사에서 내놓고 있다.
이상으로 내가 무척이나 아끼는 빅토리녹스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혹자는 이 녀석이 그저 보기 좋게 이것저것 집어넣어놓은 장난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 녀석을 가지고 있을때의 든든함과 믿음,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언제나 확실한 보답을 되돌려 주기 때문에, 누구든지 한번 빠지면 항상 지니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하나 쯤은 간직해 두는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