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를 몇달 쓰면서 느끼는 점.

네스프레소를 쓰면서 느끼는건… 더 이상 그라인더가 필요 없고, 원두 재고를 신경쓸 필요가 없고(언제든 전화만 하면 다음날 배달해주니까), 저울과 계량 컵과 드립 포트가 필요 없고… 필터를 갈고 기구를 씻을 필요도 없고. 정말 편리합니다.

커피를 진짜로 좋아하시는 분들께 캡슐 커피는 사파 처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진장 기계적인 느낌이 들고 감성이라고는 없죠. 무게를 조절하고 물의 양을 조절하고 물을 필터로 붓는 속도와 흐름을 조절하고… 그런거 싹 다 무시하고 물통에 물채우고 캡슐 넣고 버튼 누르면 커피가 나오니 말입니다.

한마디로 무진장 귀찮은 과정인데, 가끔은 이게 그립단 말이죠. 라고 생각하며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커피를 홀짝입니다.

네스프레소에서 주문한 캡슐이 왔습니다 – 네스프레소에 대한 생각

네스프레소 머신을 뜯은 일요일 어제 저는 버튼 한 번 누르면 완성되는 에스프레소에 매료되서 몇 잔 마셔보고 당장 전화를 걸어 캡슐을 250개나 주문했습니다. 미친 듯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네스프레소를 뜯어서 마셔봤다고 하니 네스프레소를 쓰고 계신 주변 분들이나 페이스북 친구들, 트위터 팔로워께서 하나 둘씩 말을 거셔서 본인의 체험과 어드바이스를 말씀하시면서 잘 샀다고 하시는겁니다. 물건 하나 사고 이렇게 반응을 얻은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빼고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주위에서 하도 권해서, 소위 ‘뽐뿌’를 당해서 사셨다고 합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저라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물건입니다. 앞서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면 가장 가까운 곳이래도 옷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바깥을 걸어서 나가야 하는데 동네에 있는 커피숍이 커피가 맛있는지는 먹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여러개 든 문어빵에 하나만 와사비를 잔뜩 넣은 러시안 룰렛 타코야키 마냥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여기에 틀어 박혀 살지만 이 동네 수준이 안심하고 아무 가게 들어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는 글쎄요. 라서 말입니다.

물론 커피의 극치를 따지고 들어가면 신선하게 로스트 해서 성의껏 뽑은 커피에 비할 수 있을지는 글쎄요지만 캡슐 넣고 버튼 한 번이라는 편의성과 거저나 다름 없는 수준의 물값과 5~600원 안팍의 캡슐 값만 들어가는 경제성을 생각해보면 왜 다들 여기에 만족하나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네스프레소 글을 쓰기전, 그러니까 일요일 아침에 네스프레소 클럽에 전화를 걸어서 원두를 주문했는데 월요일 아침 그러니까 대략 24시간 언저리안에 캡슐이 도착했습니다. 처음에는 택배인데 집에 있냐고 물어봐서 도대체 무슨 물건이 오나 어리둥절하며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였습니다.

네스프레소 머신을 사기 전에도 24시간 연중무휴로 주문을 받는다는걸 보면서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것이 커피의 재고니까요. 커피 한잔을 내리고 나서 원두가 얼마나 남았나, 원두가 다 떨어지지 않았나, 원두를 주문해야 하나 혹은 사러 나가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 마시는 페이스로 볼 때 언제 얼마나 주문해야 하나.

커피라는게 매일 몇 잔을 마실때도 있는 반면 하루에 한 잔도 안마실 때도 있습니다. 일단 로스팅 된 날짜부터 질이 떨어지고 포장을 뜯은 날부터 더 떨어지니 부지런히 매번 갈아서 마시지만 이런 식이면 원두가 오래 묵기도 하고 역으로 원두가 똑 떨어져서 커피 기아 상태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추출의 간편함이전에 유통기한만 지키면 보관이나 선도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고 마시고 싶을때 간편하게 마시고 안마실때는 보관할 수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게다가 떨어져 가면 밤 중에라도 휴일 중이라도 전화나 앱으로 주문을 받고 주문을 받으면 다음날까지 가져다 준다는 것도 안심이란 말이죠.

캡슐 커피라는게 공장에서 만들어진 공산품 같은 식품입니다만 그래도 얼핏 봐도 기십종은 되는 종류에 이따금 나오는 한정 메뉴와 아직 (귀찮아서)해보지는 않았지만 우유를 넣거나 물을 넣거나 이상한걸 넣거나 에스프레소 샷으로 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있으니 꽤 매력적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구입부터 마시고 버리는 것까지 하나의 일정한 레벨의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게 무척 마음에 듭니다. “(재활용 회수용)봉투 하나에 100개 정도 들어가니 (250개니까)넉넉잡고 3개 보내드리겠다” 라며 봉투를 세개 곁들여 보내줬는데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원두 찌꺼기가 담긴 필터를 요리조리  내다버리는 재주를 부리다가 물 한방울 안 묻히고 뒷정리까지 되니 그야말로 신세계군요.

헤에, 캡슐 커피라는게 환경 측면이나 (물론 나름 생각해봤을때 낼만하다 싶은 수준이지만) 가격 면에서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볼때 왜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샷을 한잔 거의다 마시고 데미타세 안을 보니 커피가루가 없더군요. 모카포트를 쓰면 어떻게든 커피 가루가 좀 남기 마련인데 페이퍼드립처럼 깔끔하더란 말이죠.

해서 여러모로 올해의 최고 지름을 고르는데 있어서 연말에 갑자기 ‘갑툭튀’한 엄청난 후보 탓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머리 아프니까 그냥 이게 올해 최고 지름이라고 선언해 버릴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물 떨어지는 필터를 바닥에 흘리지 않고 내다버리는 재주를 부리다가 이렇게 변하다 보면 마치 신세계에 어서오세요 하면서 환영해주는 지인들의 반응이 이해가 된단 말이죠. 벌써 누굴 꼬셔볼까 궁리하게 됩니다. (이 글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꼬시는 글입니다만)

네스프레소 머신을 샀습니다.

올 한해 여러가지 지름을 했습니다. 제 할 일 목록에는 ‘지름 오브 더 이어(가칭)’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올 한해 여러가지 지른 물건들을 반추해서 가장 좋았던 지름을 고르는 것입니다. 캡슐 커피 기계인 네스프레소를 금요일에 사서 어제 받아 오늘 설치해서 한 잔 뽑았는데. 정말 환상적이군요. 지름 오브 더 이어의 강력한 후보로써 손색이 전혀 없습니다.

에스프레소라는 것이 커피숍의 실력과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유 등으로 얼버무릴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죠. 맛이 없는 에스프레소는 그야 말로 사약이기 때문에. 문제는 사약을 돈 받고 파는 곳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죠. 전원 켜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나오는 이 조그마한 기계 보다도 맛없는 에스프레소를 돈 받고 파는 가게는 반성 좀 해야 합니다.

이번에 구입한 녀석은 픽시 클립이고 에어로치노라는 거품 내는 기계도 같이 샀는데 일단 물이나 우유를 섞지 않고 데미타세에 샷을 뽑아서 바로 마시고 있습니다. 16개의 샘플이 왔는데 상상이상으로 감동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총 네잔을 뽑아 먹었고. 바로 캡슐 250개를 질렀습니다. -_-

365일 24시간 전화로 주문을 받고 평일 오후 3시까지 하면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다음날까지 배송해준다는 모양이므로 일요일에 주문했으니 화요일에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 오늘이 월요일인데 오늘 받았습니다, 송장을 보니 일요일에 발송했더군요. 정말 다음날 배송이네요) 뭐 네스프레소를 사면 회원이 되고 네슬레에 얽어매인다는 얘기가 되는데(호환 캡슐이 있긴 하다마는)… ‘회원님’이라고 부르면서 상당히 친절하게 전화를 받더군요. 하긴 하나에 최소 570원하는걸 몇십 몇백개씩 사는데 친절해야죠 -_-

이제껏 주로 드립으로 커피를 마시고 커피프레스와 모카포트를 잠시 썼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네스프레소보다 시간이 걸리고 젖은 커피 원두 찌꺼기와 필터를 처리해야 했는데 쓴 캡슐은 아랫쪽 트레이에 똑 하고 떨어지고 생각 미칠때 빼내서 재활용 봉지에 넣으면 되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활용 봉투는 주문한 캡슐과 맞교환으로 수거해 간다는 모양입니다.

사실 네스프레소가 주위에서 화제가 되서 작은 붐이 된건 몇 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만 부억에 자리 차지하는게 걱정이라 이제야 샀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작은 기계가 맛과 향이 아주 괜찮았고 말이죠. 진즉 안한게 후회 될 정도였습니다. 처음 캡슐을 뽑을때 향이 확 퍼져나오는것에 감동했습니다.

다 좋은데 전기 코드가 너무 짧더군요. 설치 장소 선정에 애를 먹었습니다. 코드 때문에. 그리고 설명서가 너무 대충이고 서체도 ‘나 외국산이요’라고 외치는 듯이 개발새발이라 물통을 잘못 조립했고 덕분에 추출이 잘못되서 캡슐을 낭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쩝. 뭐 물통 잘 조립한 이후로는 바보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더군요. 레버를 올려서 문을 열어 캡슐을 넣고 다시 레버를 내려 문을 닫은 후, 전원을 켜고 예열이 완료 되면 버튼에 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다음 잔을 추출하기 위해서 다시 레버를 올리면 들어있던 캡슐이 아랫쪽 트레이에 떨어지니 손으로 꺼내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도 간단한 느낌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잔을 미친듯이 들이킨 거겠죠.

캡슐이 재활용하기 매우 까다롭다면서 귀차니즘 환자인 현대인 사이에서 캡슐 커피의 인기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만. 정말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커피 기구를 쓰기 힘들 것 같네요.

조지 클루니가 찍은 광고가 요즘 드문드문 보입니다만. 데미타세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니 마음만은 조지 클루니가 된 기분입니다.

커피에 관한 옛날 블로그 글을 검색해 봤는데 근 9년만에 집에서 황금색 크레마가 가득한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서 감개 무량합니다.

커피숍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면서…

커피숍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면서 사장 겸 로스터가 콩을 볶는 냄새를 맡고 있었더랬습니다. 아 좋아요. 좋습니다요. 그리고 그 콩을 샀지요. >ㅁ< 겟! 눈 앞에서 볶은 신선한 브라질 산토스 300g 입니다. 음, 좀 많지 않냐구요. 걱정마세요 저는 한번에 20g(2잔)을 소비하니까 15번 추출하면 쫑 나니까 길어봐야 닷새 정도면 쫑납니다. 막 볶은 원두면 최상의 조건으로 뭐 충분히 신선할 때 먹을 수 있어요. 몸이 좋지 않다보니 자주 왔다갔다 사올수가 없다보니… 딱 이 정도가 알맞습니다.  

으음… 테이스트 굿. 

비오는 날에 커피숍에 앉아서

원두가 다 떨어졌습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도 뭐해서 맥북을 들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바깥에서 컴퓨터도 하고 그러려구요. 네. 때마침 오늘은 비가 옵니다. 사실 저는 비오는 날씨를 정말로 싫어합니다. ‘아따맘마’에 나오는 엄마처럼요. 비오는 날에는 일부러 약속도 안잡고 무슨 핑계를 대서든 안나가려고 합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때, 비가 오면 “아, 또 곰 안오겠구나” 라는 우스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허허. 뭐 일단 짐은 쌌고. 나가기로 마음은 먹었으니까. 나왔습니다. 

흠… 커피를 마십니다. 여실히 직접 내린 커피와 프로가 내린 커피의 드러나는 실력차를 느끼며… 저는 커피를 마십니다. 우라질. 흐릿한 날의 가게의 창가 옆 백열등 빛 밑에서 알루미늄 맥북은 더욱더 아름다운 광택을 빛냅니다.  분명 반대편의 사과가 보이는 면은 더욱더 멋있을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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