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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 보는 것

요즘 집을 치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발견합니다만 개중에는 컴퓨터 잡지가 있습니다. 21세기초에 발행된 잡지는 과감하게도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입니다. 일일히 맞고 틀리고를 적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빌게이츠와 MS가 반독점법을 피해서 인도로 본사를 옮기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를 정정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애플이 MS보다 더 가치있는 기업이 되었다는것? 빌 게이츠가 물러난지 한참 되었다는 점? 등등.

너의 이름은. 을 정말로 많이 봤습니다. 처음 부천에서 보고 나서 여러가지 기묘한 인연을 거쳐서 말이죠. 한 예닐곱번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같은 영화를 이렇게 본것도 이렇게 단기간에 영화관을 찾은것도 정말 오랫만입니다. 아마 처음인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별의 목소리’ 사운드 트랙을 듣고 있습니다. Through The Years And Far Away라는 주제가가 들려오고 두번째 트랙으로 옮겨가고 있네요. 별의 목소리는 항성간 이동이 가능한 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워프를 하고 광속으로 건너 뛰죠. 그런데 주인공들의 휴대폰은 흑백의 바 형 휴대전화입니다.

휴대전화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도 간간히 나왔고 흡사 말하는 배경왕이라는 말에 어울리듯 현실에 존재하는 설정을 따르듯 작품이 제작되는 시점의 물건을 베이스에 두고 있습니다. 2013년에 유키노의 휴대전화는 매우 리얼하죠. 너의 이름은. 의 휴대전화도 실재하는 물건을 바탕으로 적당히 꼬아놓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설정은 ‘시대성’을 나타내는 좋은 소품임과 동시에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초속 5 센티미터에서도 마지막에 나온 미즈노 리사의 휴대폰을 생각해보지요. 휴대폰은 또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물건이고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입니다. 만약 우리가 너의 이름은. 에서 주인공의 휴대폰이 단박에 아이폰을 꼬아 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거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 영화는 오랜만에 미래가 나오는 신카이 영화입니다. 2021년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iOS를 따른 듯한 휴대폰이 나오지요. 그런데 Slide to Unlock(밀어서 잠금해제)가 나오는군요. 재미있는 얘깁니다만 이 영화가 공개되고 머지 않아서 밀어서 잠금 해제는 사라졌습니다(사실 그 이전에 이를 알리는 WWDC가 있었습니다만).

흑백 휴대폰을 쓰는 항성 여행 시대와 몇 개월뒤를 예상 못한 너의 이름은.의 근 미래 휴대폰. 그 단순한 녀석이 용케 이렇게 발전했구나 싶으면서도 휴대폰의 미래를 예측하는건 정말 어렵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미래가 안그러겠냐만서도요.

그래도 시공을 초월한 두 작품의 사랑은 두 작품의 10여년간의 시간적 간격을 뛰어 넘었네요.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입니다.

세탁기를 새로 샀습니다.

세탁기를 새로 샀습니다.

세탁기가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해주다 드디어 세탁조가 돌아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보통 가전 제품의 부품 보유기간은 잘해야 7년이기 때문에 DVD플레이어가 그러했듯이 기사를 부르지 않고 깔끔하게 새 걸로 사기로 했습니다. 사다리차에 짐짝처럼 얹혀져서 내려가 바닥에 방치된 제 헌 세탁기가 처량했습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둘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해서 가전판매점에 가서 세탁기를 봤습니다만 우와 요즘 세탁기 크고 아름답더군요. 이거 집에 들어갈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제로 설치할때까지도 조마조마했습니다. 의외로 쏙들어가고 여유는 있지만 변함없이 무식하게 큽니다. 전에 쓰던게 초기 드럼세탁기라 6.9킬로그램에 건조 3킬로그램인데(액체세제도 못씁니다) 이번에는 17킬로그램에 9킬로그램 건조입니다. 건조는 세 배가 되는군요. 어지간한 빨래는 문제가 없겠습니다(아, 액체세제도 이제 쓸 수 있습니다). 밑에는 작은 통돌이가 달린 녀석입니다. 양말이나 미친듯이 기름기를 흡수하는 도레이씨 세탁에 알맞겠더군요.

뭐 세탁기 자랑을 하려는건 아니고 이 녀석에는 요즘 트렌드인 NFC 블루투스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세탁기에 NFC 휴대전화를 대고 앱을 켜면 자기진단이나 세탁기에 없는 코스를 다운로드해서 세탁하는게 가능합니다. 첨단이구나 싶었습니다. 이것보다 상위모델은 와이파이에 연결된다고 합니다. 세탁이 다되면 휴대폰이 울린데요. 흠좀무군요.

이번에 산 세탁기도 적잖은 금액이 들어갔으니 정기적으로 세탁조 청소도 하고 손질을 해가면서 애지중지 모셔가며 쓰고 있습니다만 문득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NFC다 와이파이다 들어갑니다만 이거 몇년이나 쓸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제품 설명서나 제품 위 라벨에는 ‘스마트 세탁기’앱을 다운받으래서 받았더니 IoT 가전을 관리하는 앱이 하나로 통합되었으니 Smart ThinQ라는걸 받으라고 합니다. 사기도 전에 앱이 바뀌었습니다. 이거 걱정입니다. 세탁기가 망가지기 전에 앱 지원이 종료되는거 아닐까요?

사실 불편하기도 했고 몇년간 방치해둔 죠본(Jawbone)의 UP 오리지널 모델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아이폰에 밴드를 접속할 이어폰 단자도 없고 회사도 어려워서 급여체불에 정리해고에 고객지원이 몇달간 중지되고 실리콘 밸리에선 ‘아, 쟤네 망하는구나’ 분위기입니다. 앱도 더 이상 기대 못하겠죠. UP밴드를 안쓰고 애플워치로 갈아탔으니 그나마 망정이지 만약 안그랬다면? 멀리 갈것도 없이 페블이 헌신짝마냥 내던졌죠…

뭐 엘지전자가 죠본처럼 망하거나 페블처럼 인수되서 제품군 자체를 단종시킬리는 없다지만 스마트 가전이란거 의외로 취약하구나 싶습니다. 이런면에서는 16년된 단순한 세탁기가 좋았는데요. 지금 세탁기는 어머니는 작동도 못시키십니다. 워낙 기능이 많아서. 저야 편리하지만 이건 좀 아닌데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매뉴얼도 부실하구요. 250만원짜리 제품이 독립된 모델 설명서가 아니라 미니 세탁기부터 21킬로 와이파이 탑재된 세탁기까지 망라하는 범용설명서라니요. 질리네요.

뭐 NFC 지원이 멎더라도 변함없이 세탁조는 굴러갈테니까요. 이번녀석도 세탁기가 멎을때까지는 사랑해줘야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의미로 저는 스마트TV다 스마트 냉장고다(왜 그 문짝에 커다란 액정달린) 그런거에 아직은 좀 회의적입니다. 휴대폰조차도 잘해야 2-3년 소프트웨어를 보수해주는데 우리집 냉장고는 15년째 돌아가고 있습니다요? 15년 뒤에 얼마나 액정을 쓸까요?

또 모르겠습니다. 멋도 모르고 산 세탁기가 NFC 지원 기종이었듯이 지금 냉장고가 퍼지면 또 뭔가 희안한게 달린 녀석을 쓸지도요. 하지만 그전까지는 지금 냉장고로 충분합니다.

아이팟을 가끔은 그리워하며

iPod nano (Mattias Penke, CC-BY-NC-ND)

iPod nano (Mattias Penke, CC-BY-NC-ND)

아이팟이 가끔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아이팟 터치 말고 휠을 돌리던 아이팟 말이죠. 아이폰을 산 이후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것이 거의 기본이 되었어요. 스트리밍 뿐 아니라 다운로드 받은 음악도 그렇습니다. 전세계적인 추세가 다운로드 보다는 스트리밍이니 몇년 쯤 지나면 “아이폰은 반드시 아이튠스로 음악을 넣어야 한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뭔 얘기들을 하는거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를 듣고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에서 메일이 울려서 소리와 함께 음악 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말아먹을.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때 일부 반응은 전자책을 읽더라도 게임이나 웹브라우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을때 사실 게임이나 웹브라우징의 유혹보다도 (푸시) 알림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죠. 여하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음악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듣는다지만 역시 알림의 문제는 심각하네요. 밤과 같이 크게 상관없을 때를 빼고 알림을 끄고 듣는건 어려울것 같고 말입니다.

덕분에 가끔은 음악만 틀 수 있는 아이팟이 그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