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 원짜리 계산기를 샀습니다 — 카시오 S100X를 선택한 이유

인생에서 좋은 것만 쓰고 살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도구란 무엇일까요?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일 수도 있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해주는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고장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물건일 수도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마음에 드는 물건일 수도 있겠지요.

최근 저는 카시오의 프리미엄 계산기인 S100X를 구입했습니다.

큰 숫자가 표시된 카시오 계산기
선명한 화면과 깔끔한 버튼 배열이 돋보입니다.

가격은 약 45만 원입니다. 계산기 한 대의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사실 이 제품이 하는 계산의 대부분은 10분의 1 가격인 계산기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만 따지면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엑셀도 있고, 엑셀조차 구식이라고 느껴질 만큼 AI가 득세하는 시대입니다. 하루 종일 AI를 사용하고, 업무에서도 엑셀을 늘 사용하는 제가 별도의 계산기를 산다는 것, 그것도 45만 원을 주고 계산기를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꽤 재미있고 약간은 미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계산기를 샀습니다.

생일 선물로 떠올린 계산기

카시오 S100X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소셜미디어에서 우연히 카시오의 광고를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요즘 카시오 계산기의 상당수는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S100X는 일본에서 제조된다고 합니다. 숙련된 작업자가 직접 조립하고 검품하며, 각각의 제품에는 레이저로 고유한 시리얼 번호가 각인됩니다.

광고를 보면서 ‘정말 공들여 만든 물건이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구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산기에 45만 원을 쓸 만한 이유를 쉽게 찾기는 어려웠으니까요.

그러다 생일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일을 맞아 무언가를 사기는 사고 싶은데, 정작 사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S100X가 생각났습니다.

제품을 검색해 보니 국내 재고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공식 수입사인 행남통상에 문의했더니,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현재는 추가 수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남아 있는 물량도 거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언제 다시 발주할지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구할 수 없습니까?”

담당자는 혹시 한 대라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고, 다행히 마지막에 가까운 물량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간신히 S100X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보다 먼저 놀란 포장

배송된 상자를 받아보고 가장 먼저 놀란 것은 포장이었습니다.

외부 상자부터 내부 포장까지 몇 겹으로 단단하게 보호되어 있었습니다. 제품 자체의 포장도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에는 계산기 하나를 보내면서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품이 운송 중 파손되면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환해 줄 재고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자를 열어 제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에는 포장이 과하다는 생각도 사라졌습니다.

S100X는 확실히 아름다운 물건입니다.

차분하고 세련된 파란색

제가 구할 수 있었던 제품은 블루 색상이었습니다.

처음 수입사에서 “블루 색상밖에 남지 않았는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조금 걱정했습니다. 제 블로그 이름이 ‘푸른곰’이기는 하지만, 전자기기의 파란색은 검은색보다 눈에 띄고 자칫 장난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제품의 색상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S100X의 블루는 밝거나 화려하게 튀는 파란색이 아닙니다. 침착하고 차분하며, 빛에 따라 금속의 질감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세련된 색입니다.

절삭 가공된 금속 몸체와 브러시드 메탈 표면도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모서리의 마감이나 표면의 질감을 살펴보면 단순히 플라스틱 케이스에 기능을 넣은 계산기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계산기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책상 위에 놓인 모습 자체가 보기 좋습니다.

키를 누르는 순간 알 수 있는 차이

외관만 고급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키의 모양과 간격, 손가락을 올렸을 때의 감촉, 키를 눌렀다가 올라오는 느낌까지 모두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저렴한 계산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단단함과 안정감이 있습니다.

S100X에는 키의 글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중 사출(더블샷) 키가 사용되었습니다. 인쇄나 각인이 아니라, 두 가지 색의 플라스틱을 사출 단계에서부터 이중으로 성형해 글자 자체를 키캡의 일부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표면에 덧씌운 것이 아니라 키캡 그 자체이기 때문에, 원리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도 숫자와 기호가 닳아 없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내부에는 금속 프레임이 들어 있어 빠르게 키를 입력할 때도 본체가 흔들리거나 뒤틀리는 느낌이 없습니다. 바닥면에는 넓은 미끄럼 방지 패드가 있어 책상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카시오 계산기 뒷면 모습
뒷면 디자인입니다. 미끄럼 방지 패드와 제품 정보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숫자를 입력할 때의 안정성도 중요합니다. S100X는 3키 롤오버를 지원합니다. 세 개의 키를 거의 동시에, 빠른 속도로 눌러도 입력이 빠지거나 순서가 꼬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터치스크린 계산기 앱을 빠르게 두드려 본 적이 있다면 이 차이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손가락이 화면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입력이 인식되지 않아 다시 눌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입력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기계가 사람을 따라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기계에 맞추는 셈입니다. S100X는 그 반대입니다. 손이 아무리 빨라도 계산기가 먼저 지치지 않습니다.

계산 결과를 보기 위한 액정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S100X에는 일반적인 계산기보다 시인성이 좋은 디스플레이가 사용되었고, 화면 양면에는 반사 방지 코팅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고급 시계의 유리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주변의 빛이 화면에 비치는 현상이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숫자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숫자 색상도 완전한 검은색이라기보다는 제품의 색상과 어울리는 약간 푸른 기가 도는 색으로 조정되어 있습니다.

계산기의 본질은 결국 숫자를 입력하고 읽는 것입니다. S100X는 이 단순한 행동을 가능한 한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인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에도 계산기가 있는데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계산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도 있지 않은가?’

물론 있습니다.

심지어 1984년에 출시된 최초의 매킨토시에도 계산기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폰에도, 갤럭시에도, 윈도우에도, 맥에도 계산기가 있습니다. 웹 검색창에 수식을 입력하거나 AI에게 계산을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스마트폰의 잠금을 풀고, 계산기 앱을 찾아 실행하고, 계산이 끝난 뒤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오는 과정이 은근한 장벽이 되곤 합니다. 컴퓨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산을 위해 앱을 실행하거나 열어놓은 창 사이에서 계산기를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막상 앱을 켠 뒤에도 또 다른 작은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빠르게 숫자를 두드리다 보면 터치가 한두 개 씹히거나, 화면이 손가락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입력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화면을 확인해 가며 한 박자 늦춰서 입력하게 됩니다. 계산기를 쓰는 이유가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인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속도를 늦추게 되는 셈입니다.

각각의 단계는 아주 사소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불편이 반복되면 계산이 필요해도 미루거나, 대충 머릿속으로 처리하다가 실수하게 됩니다.

저는 최근 물리적인 주방용 타이머를 사용하면서 전용 기기의 장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타이머 역시 스마트폰이나 음성 비서로 얼마든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방에 놓인 전용 타이머는 버튼을 누르는 즉시 작동합니다. 잠금을 풀 필요도 없고, 앱을 찾을 필요도 없으며, 음성 비서가 말을 잘못 알아들을 걱정도 없습니다.

계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상 옆에 계산기가 놓여 있다면 필요할 때 곧바로 숫자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켜거나 앱을 실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산을 위해 사고의 흐름을 끊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전용 계산기를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왕 매일 손에 닿는 도구를 구입한다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가 S100X였습니다.

저는 수학이 아니라 산수를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른바 ‘수포자’였습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가 수학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산수를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계산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싫어하는 것을 계속 시키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엇나가는 성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산수를 싫어하니 계산이 느렸고, 계산이 느리니 수학 전체에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저는 스스로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엑셀을 사용하고, 작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각종 숫자를 다뤄보니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못했던 것은 수학이라기보다 손으로 빠르게 산수를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계산 자체를 도구에 맡기면 숫자의 관계를 이해하거나 결과를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환율을 어림으로 계산하다가 자릿수를 헷갈리거나, 할인율을 암산으로 빼다가 숫자가 어긋나서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그때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켜면 됩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하기는 번거롭고, 결국 번거로움을 견디다 못해 머릿속 어림셈으로 때우다가 또 실수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산수를 잘하지 못하면 계산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계산기는 산수를 못하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물건이 아니라, 계산이라는 작업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컴퓨터가 수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굳이 암산 능력을 고집할 이유도 없습니다.

비싼 ‘쌀집 계산기’가 할 수 있는 일

S100X는 공학용 계산기가 아닙니다. 복잡한 방정식이나 삼각함수를 계산하는 제품도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아주 비싼 ‘쌀집 계산기’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Multi Exchange 기능입니다. 환율이나 단위 변환 값을 미리 저장해 두면 두 값 사이를 앞뒤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을 입력해 두면 달러 가격을 원화로 바꾸거나,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해외 결제를 자주 하는 저에게는 무척 유용한 기능입니다. 여러 상품의 달러 가격을 더한 뒤 원화로 환산하거나,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확인하기도 편합니다.

세율을 미리 저장해 두고 세금을 더하거나 빼는 기능도 있습니다.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를 더하거나, 총액에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구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본 분이라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공급가액과 세액, 합계액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이 은근히 번거롭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S100X를 곁에 두면 공급가액과 부가세, 최종 합계액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계산 결과를 잠시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과 여러 계산의 결과를 누적하는 Grand Total 기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능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사무용 계산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기능들입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좋은 키감과 또렷한 화면, 안정적인 본체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가치입니다.

계산 전용 기기를 따로 두는 데는 신뢰성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컴퓨터의 계산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1994년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에서 부동소수점 나눗셈 오류가 발견되어 대규모 리콜로 이어진 사건은 유명합니다. 그 이후로도 운영체제나 계산기 앱에서 소소한 계산 오류가 보고된 사례는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S100X도 영원히 오류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범용 운영체제 위에서 다른 수많은 프로그램과 함께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계산기보다, 계산이라는 단 하나의 기능만을 위해 설계된 전용 하드웨어 쪽이 어쩐지 더 믿음이 갑니다.

단점은 가격입니다

S100X의 단점은 분명합니다.

가격입니다.

계산기 한 대에 약 45만 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기능만 놓고 보면 훨씬 저렴한 제품으로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제법 크고 무게도 가볍지 않습니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계산기라기보다는 책상 위에 자리를 정해 놓고 사용하는 제품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가격과 크기, 무게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뚜렷한 단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금속 프레임과 이중 사출 키를 사용했고, 제품 보증 기간은 5년입니다. 배터리 수명도 사양상 약 7년에 달합니다. 키의 내구성과 본체의 만듦새를 보면 10년이나 20년을 두고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물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계산을 해 봐도 그렇습니다. 45만 원을 보증 기간인 5년으로 나누면 연 9만 원, 한 달에 7,500원 수준입니다. 배터리 수명인 7년으로 나누면 연 6만 4천 원, 한 달에 5,300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부품의 내구성을 생각하면 실제 사용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10년을 쓴다면 한 달에 3,700원 남짓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가장 저렴하게 쓰는 계산기일지도 모릅니다.

계산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몇 년마다 성능이 뒤처지는 제품도 아닙니다. 지금 정확하게 덧셈과 곱셈을 하는 계산기는 10년 뒤에도 똑같이 정확하게 계산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100X는 비싸지만 빠르게 낡는 물건은 아닙니다.

좋은 도구를 곁에 둔다는 것

카시오 S100X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아닙니다.

계산 결과만 필요하다면 훨씬 저렴한 계산기를 사면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계산기 앱을 사용해도 됩니다. 엑셀이나 AI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계산이라는 사소한 행동을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책상 옆에 계산기가 놓여 있으면 필요할 때 곧바로 손을 뻗을 수 있습니다. 단단한 키를 누르고, 선명한 화면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기기의 잠금을 풀거나 앱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할 때마다 ‘참 잘 만든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일기도, 일정도, 할 일 목록도 전부 디지털로 관리합니다. 그런 제가 유독 생각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만큼은 펜과 종이를 고집합니다. 화면 위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 손으로 글씨를 쓰다 보면 신기하게 풀릴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계산기에 고집을 부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디지털을 불신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디지털을 충분히 신뢰하고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디지털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지점을 더 잘 알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좋은 도구를 고른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어디에 쓸지 판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좋은 것만 쓰고 살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모든 물건을 최고급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자주 사용하고 오랫동안 곁에 둘 도구 하나쯤은 조금 비합리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카시오 S100X는 아주 비싼 계산기입니다.

동시에 앞으로 10년, 어쩌면 20년 동안 제 책상 위에서 숫자를 책임져 줄 도구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잘 샀다고 생각합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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