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한 유행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레트로 디카 붐’이 한창이다. 2000~2010년대에 나온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들이 중고 시장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옛날 소니 사이버샷이나 캐논 익서스로 찍은 사진들을 올리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모양이다. “감성적이다”, “필름 느낌이 난다”는 반응들과 함께.
나도 2010년대까지는 디카를 꽤 자주 바꿨다. 스마트폰 기변하듯 디카를 기변했고, 그 시절 작성한 리뷰들 덕분에 지금도 내 블로그에 옛날 디카 정보를 찾아오는 방문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니 그 시절 디카들의 성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 레트로 디카 붐이 이해가 안 간다.
추억 보정의 함정
옛날 포인트 앤 슛 카메라나 초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면 처참하기 이를데가 없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찍어서 ISO 감도라도 올라가기라도 하면, 이게 사진인지 수채화풍의 무언가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노이즈 리덕션이 과도하게 작동해서 디테일은 뭉개지고, 색재현은 엉망이고, 다이나믹 레인지는 좁아서 하이라이트는 날아가고 섀도우는 뭉개진다.
오래된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객관적으로 보면 화질이 처참하다. 다만 우리가 “그래도 그때는 좋았지”라고 추억 보정을 해주면서, 그 당시의 기술적 한계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뿐이다.
불가역적인 선택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신형 고화질 카메라로 찍고 레트로틱하게 보정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 반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낮은 화질로 찍은 사진을 나중에 고화질로 만들 방법은 없다. AI 업스케일링? 그건 디테일을 ‘생성’하는 것이지 원본에 있던 정보를 ‘복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Photoshop이나 Lightroom을 배우거나, 포토샵/라이트룸용 필름 프리셋을 전문 회사에서 구입해서 적용하거나, VSCO 같은 필터 앱을 쓰는 게 백 번 낫다. 고화질로 찍어놓고 원하는 스타일로 후보정하면 그만이다.
굳이 돈을 쓴다면 똑바로 써야 한다고, VSCO는 필름의 테이스트를 디지털로 정확히 재현하기 위해 수 백개의 빈티지 필름을 수집해 현상하고 분석하는 랩이 있다. 관리 상태가 불투명한 레트로 사진기 보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 고화질로 찍어놓고 원하는 필름 스타일로 후보정하면 그만이다.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
당신의 추억의 순간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진작가 Chase Jarvis의 말처럼 “제일 좋은 카메라는 당신과 함께 있는 카메라”(“The best camera, is the one that you have with you!”)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그 카메라는 바로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현대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2000년대 컴팩트 디카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센서 크기의 한계는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로 극복했고, 여러 렌즈와 AI 처리로 다양한 상황을 커버한다.
나는 폰을 되도록 가장 큰 메모리로 사고, 동영상과 사진의 화질을 최대한 높여 찍으려고 노력한다. 후보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남길 수 있는 최고의 화질로 기록하지 못했다”는 미련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나쁜 화질로 기록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마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레트로 감성이 좋다면 고화질로 찍어서 얼마든지 만들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낮은 화질로 찍는다면, 그건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미래의 선택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까지 당시의 기술적 한계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