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 사람은 ‘귀하다’

요 며칠,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는 소위 프리미엄 카드라고 불리는 카드의 연회비가 청구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학생 때, 주택은행 시절부터 거래했던 국민은행의 영업점이 문을 닫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구 주택은행 영업점이 구 국민은행 영업점에 흡수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요컨대, 그러잖아도 디지털 금융에 소외되어 있는 어르신과 현금을 만질 수밖에 없는 상인 등으로 바글바글거리던 지점을 폐쇄하면서 어떻게 ‘더욱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지 굉장히 신기할 따름입니다만.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현저했습니다만, 카드사에 전화하면 10분에서 20분 정도 대기는 예사로 흘러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카드 보유자에게도 영향은 있어서 거의 대기 없이 연결되던 것이 그나마 좀 덜 기다리는 정도가 되었죠. (40분을 기다려 본적이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너도나도 디지털 ARS니, 챗봇이니를 도입하면서 콜센터 부하를 분산시키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ARS나 챗봇 따위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위해 사람을 기다리는데, 금융회사들은 앱이나 ARS, 챗봇이 있으니 상담원을 줄여도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하야, 가히 AI의 시대인 지금, ‘사람’을 접하는 것은 귀한 것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접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거죠. 가장 극단적인 예가 은행의 경우, 외화송금 아닐까요. 창구에서 직원이 타이핑해서 SWIFT 송금을 하면 수수료가 산으로 갑니다. 그걸 제가 직접 앱이나 웹으로 하면 그야말로 은행의 인건비 절약 시책에 놀아나는 기분입니다.

BNPL(나중결제) 스타트업인 Klarna의 CEO는 AI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을 자랑해왔습니다만, 나중에는 자기 자리까지 대체될 것 같아 우울하다는 기사가 나와서 빈축을 샀었습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작년 정초에 AI 챗봇 이용률이 늘었다며 상담사들을 해고했다가 빈축을 사자 부랴부랴 철회하는 해프닝을 저질렀는데요. 사실 지점 통폐합은 이 은행만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흔히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시점을 조금 바꿔보면 우리가 자연스레 접하던 사람의 서비스가 갈수록 귀해지고 비싸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의 가치는 갈수록 천정부지가 되고 있습니다.

지점은 통폐합 되지만 살아남은 국민은행원들의 성과급 잔치를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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