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가 슬슬 황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닌텐도 스위치는 2024년 9월 30일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1억 4,604만 대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역대 콘솔 중 세 번째로 높은 판매량으로, 1위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약 1억 5,500만 대)와 2위인 닌텐도 DS(약 1억 5,400만 대)에 이어지는 기록입니다. 경쟁 콘솔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는 2024년 5월 기준으로 약 5,920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 X|S는 같은 기간 동안 약 1,200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닌텐도 스위치의 성공 비결은 여러 요인들이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그래픽이나 고사양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 기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닌텐도의 철학과 디자인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게이머들에게 접근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스위치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와 같은 경쟁 기기들에 비해 가격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에 가정용 콘솔로서 더 많은 가구에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위치는 휴대성과 거치형 콘솔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기기입니다. 항상 TV를 차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TV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스위치의 플레이 방식은 가족 간의 갈등을 줄이고,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결국, 닌텐도 스위치는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보다는 사용자 경험과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닌텐도 스위치를 지금의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한편으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나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는 어떻습니까. 플레이스테이션 5의 경우 ‘출시 직후 산 사람들이 승자’라는 우스개가 돌아다닐 정도로 수차례의 가격인상으로 도저히 온가족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가격이 되었을 뿐더러,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의 경우에는 한 술 더 떠서 게이밍 PC와 가격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비쌉니다.
제가 플레이스테이션 1이나 2를 가지고 놀 때만 하더라도 ‘온 가족의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골수 코어 게이머들을 노리는 느낌이고, 그나마도 게이밍 PC의 대두로 인해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속된 말로, ‘그돈씨’라고, 플레이스테이션 5/5프로 보다 고성능을 낼 수 있는 현 세대의 게이밍 PC를 가진 골수 게이머들에게서는 오히려 외면 받을 가능성 조차 있어 보입니다. 기껏해야 독점 타이틀이나 우선 타이틀을 붙잡고 어찌저찌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게죠.
제가 보기에, 닌텐도의 前사장인 故이와타 사토루 씨가 이런 점을 우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게임의 본질적인 즐거움에 대해서 역설하면서,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조작으로 ‘게임 인구’ 가 줄어드는 문제를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대답이 Wii/NDS에서 스위치까지 이어지는 닌텐도의 하드웨어이며, 스위치의 성공의 요인이지 않았겠습니까?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스위치는 스위치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와는 달리 게이밍 PC와 경쟁하지 않죠. 그 점이 닌텐도가 굉장히 현명한 점이고, ‘예전 같지 않은’ 소니와 게임 사업이 자고 일어나면 우왕좌왕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