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에서 선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이런 글을 접했습니다. 2024년의 지금. 8년전의 감상을 되돌이켜 봅니다.

Bose Quiet Comfort 35

1.5m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말 커다란 차이입니다. 가령 음악을 들으면서 드립커피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지요. 싱크대에서 드리퍼와 서버를 씻고 원두와 저울을 꺼내서 무게를 잰뒤 도로 집어 넣고 뒷편에 있는 정수기에서 계량컵에 물을 담은 뒤, 필요 이상으로 받은 물은 다시 싱크대에 버립니다. 그리고 전기포트에 물을 넣고 끓인뒤에 추출을 합니다. 이 간단한 작업을 하는데도 유선 헤드폰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합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택배가 와서 전화기를 들고 현관으로 달려가다가 헤드폰 선이 방 문고리에 걸려서 코드가 뽑힌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딘가 전화기를 올려놓으며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거나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가 코드에 끌려서 떨어질 뻔한 경험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한편, 한계도 솔직히 인정했었습니다.

고백하건데 지금 이 시점에서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을 지르는 것이야 말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략) 비록 QC 35가 자체적으로 8대의 장치를 기억하고 2대를 동시에 연결하며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그냥 선을 뽑아서 듣고 싶은 기기에 꽂는 것만큼 단순할리는 없습니다. 배터리도 생각해야 하는데 사실 QC 35는 무선으로 20시간을 들을 수 있는 스펙입니다만 QC 15는 35시간을 쓸 수 있는데 어찌됐든 짧습니다(중략). 게다가 어쨌든 충전이 필요합니다. 두시간여를 충전해야하기 때문에 장기 여행에서는 모바일 배터리로 충전해야하는 기기가 하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이 글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여하튼 이제는 ‘용기’를 낼 시간입니다. 덕분에 저는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주방일을 보지 않아도 되고 어딘가 케이블이 걸릴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요. 고정전화(집전화)가 휴대폰이 됐고, 유선 랜이 무선 랜이 됐습니다. 제가 처음 무선랜 장비를 살때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6자리 단위였지만 이제는 클라이언트라면 무선랜이 기본적으로 내장 안된 휴대용 컴퓨터나 디바이스가 드물고, 공유기도 사양에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면 10만원대 이하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 긴글이 주장하고 싶은 사실, 그것은  ‘용기’가 최종적으로 향할 곳은 자유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면 우리는 이 자유를 당연하게 여길지 모릅니다.

2024년 현재, 우리는 유선 이어폰을 따로 일컬어 ‘줄 이어폰’ 이라고 부르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수십만원 하던 무선 이어폰은 1/10 이하로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DAP에 4.4mm 밸런스 접속한 헤드폰으로도 음악을 듣고는 하지만 평소에는 거의 대부분 무선 이어폰으로 만족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요. 세상 사람들이 ‘선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대신 어떤 의미에서 음질을 희생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게 싫다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DAP와 1.5미터의 케이블, 그리고 헤드폰이 여전히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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