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큰소리로 입에 담을 때 실천할 수 있지

저 자신이 모국어인 한국어 외에는 영어와 일본어 밖에 할 수 없는지라(이후에 더 배워 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언어의 문화권에 경도되는 측면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일본이 예전만은 못하더라도 정말 대단하구나, 이래서 아직도 선진국의 일원으로 쳐주는구나. 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올해,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역전한 한일입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수치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중반 출생으로써, 어릴 때 일어나던 수많은 안전불감증 적인 사고들을 보면서 컸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JR 서일본이 사고 10년이 지난 후쿠치야마선 사고를 홈페이지에 여전히 적고 있다는 글을 10년전에 썼었습니다. JR 서일본은 사고 20주년이 지난 오늘도 후쿠치야마선 사고를 잊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장과 사고개요와 이후 취한 안전에 대한 조치를 설명하는 페이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이런 기업의 불상사(不祥事)는 최대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를 무당이라도 사서 기도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네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러한 글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다름 아닌 X에서의 한 포스트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2000년대 후반~2010년쯤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빠졌을 때 말입니다. 주로 쓰던 기종이 캐논 IXUS 아니면 파나소닉 Lumix 였고, 때때로 소니 사이버샷을 사용했는데, 정보를 좀 얻기 위해서 파나소닉 사이트를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파나소닉 홈페이지 대문에 낡은 히터 사진과 함께 이 제품을 찾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1985년에서 1992년까지 생산된 이 석유 히터가 불이 날 위험이 있는 결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츠시타 전기공업이 생산한 제품이었는데요. 이 제품의 위험을 알리고 회수를 부탁한다는 글이 지금 40년 가까이 지난 현재의 파나소닉 홈페이지에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아카이브로 살펴보니 근 십 수년간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이 외에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제품 안전(리콜 등) 페이지가 있는 것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 한가 싶어서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홈페이지를 봐도 이러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엘지전자의 사이트맵을 봐도 제품 안전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안전 제일’이란 구호를 외치는 것은 쉽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큰 소리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아니겠습니까? 하긴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 생산 시설의 방사선 사고 조차 언론사들이 기분을 살피시어 소극적으로 보도할 정도니 말이죠.

사고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나라, 회사,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입니다. 우리는 성장을 하면서 지나간 수많은 사고와 과실을 애써 잊으면서 지나쳤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으려면 그러한 잊으면서 지나친 것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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