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대에 컴퓨팅과 스토리지라는 것

클라우드 시대 이전 — 네트워크 컴퓨터

클라우드를 통한 컨텐츠의 스트리밍이 우리의 컴퓨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관한 떠돌이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5년경의 이야기입니다. 윈도우 3.1에서 95로의 이행 전간기입니다. 이후 윈도우95가 발매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OS에 최초로 탑재된 인터넷 지원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켰습니다. 당시에 컴퓨터 가격은 지금 기준으로 생각해볼때 매우 비싼 물건입니다. 굳이 물가 환산을 하지 않더라도 20세기 말의 국민PC 보급 이전만 하더라도 200만원이 간단하게 넘는 물건이 PC였으니까요.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간신히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PC를 1000달러 밑으로 판매한 회사가 화제를 일으키곤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은 네트워크 컴퓨터(Network Computer;NC)라는 개념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씬 클라이언트인 이 컴퓨터의 가격은 300~400달러 정도밖에 하지 않았지만 느린 회선과 미숙한 기술의 발전은 아직 이러한 개념이 시기상조라는 것만 증명했습니다.

최초의 현대적 클라우드 — Gmail

여러분은 ‘최초의 클라우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애매한 것처럼, 최초의 클라우드를 자처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시적인 클라우드가 무엇이고 최초의 클라우드가 무엇인지는 저 또한 답할 자신이 없습니다만,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현대적인 개념의 클라우드는 구글이 2004년 4월 1일 만우절에 Gmail을 시작하면서 시작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Gmail 이전에는 메일은 읽고 삭제하거나, 인쇄하거나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다운로드해서 로컬의 메일박스 파일(.pst 파일로 불리기도 했던 아웃룩 파일이 유명)로 보관하는 것이었지요. 메일 용량은 2메가에서 많아봐야 50메가바이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떡하니 1기가 인박스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많은 용량이 있는데 메일을 삭제할 필요가 있으신가요?”라고 말하며 메일을 Inbox에서 삭제하는것이 아니라 Archive에 넣고 나중에 언제든 필요할때 검색하라고 말했습니다. 구글이 그걸 염두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2004년 7월에 Gmail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스팸메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메일을 한 통도 버리지 않고 Gmail 인박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웹으로, 아웃룩으로, 포켓PC로, 블랙베리로… 이런 과거의 기기를 거쳐서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저는 2004년 7월 이후 모든 메일을 검색할 수 있고 필요할때 첨부할 수 있습니다.

왜 Gmail이 최초의 현대적 클라우드인가.

이 서비스를 제가 최초의 현대적인 클라우드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1)로컬에 다운로드 할 필요가 없다 2)지원하는 모든 기기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3)접속이 가능한 모든 기기에서 자료를 접근할 수 있다 4)저장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라는 그야말로 현대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본적인 기능을 보편적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Gmail이라고 보기 떄문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웹메일 서비스는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지원한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요컨데 우리의 삶은 Gmail의 등장과 그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을 저장하는 구글 포토, 동영상을 저장하는 유튜브, 문서와 파일을 저장하는 드라이브 등 사실상 Gmail을 중심으로 Gmail의 핵심적인 UI/UX와 기능을 저마다 사정에 맞춰 약간의 튜닝을 해서 사용하고 있지요. 다른 회사의 다른 서비스도 결국 비슷비슷합니다. 그러한 구글과 타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서 나타난 것이 Chrome OS와 Chromebook 입니다. 이것을 보면 전형적인 신 클라이언트에, 네트워크 컴퓨터의 정신적인 후계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안드로이드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구글의 클라우드를 위한 게이트웨이 드러그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Gmail, Google Drive, YouTube, Google Play(앱, 영화, 도서 등)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다른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필요합니다. (GMS가 없는 화웨이나 아마존의 안드로이드 제품을 떠올려보세요) 저같은 경우 아이폰은 거의 매년 업그레이드 하는 반면 안드로이드는 그 교체주기가 좀 긴데, 이래저래 타이밍을 놓쳐서 갤럭시 노트 8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더니만 급기야는 400달러 안쪽에 요번에 발매된 구글 픽셀 4a에 벤치마크 스코어가 뒤쳐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플래그십 3년만에 중저가 기종에 따라 잡힌 격인데, 그럼에도 사용하는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아이폰과 비교를 하지만 않는다면). 트위터의 한 팔로워는 갤럭시 노트 5로도 여전히 충분하다고 하시더군요. 애당초 저는 부하가 걸리는 앱은 아이폰으로 처리하고 은행이나 쇼핑 앱을 위주로 갤럭시노트 8에 넣고 쓰기 때문에 더 그렇게 여겨질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클라우드를 접근하는 제 1 디바이스는 이제 더 이상 컴퓨터가 아니고 스마트폰입니다만, 그 스마트폰 조차도 성능이 이제는 미친듯이 오르지 않으며, 오른다 하더라도 그 필요성이 옅어졌다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시대에 로컬 저장의 의의란?

30대 초중반인 저는 10대때부터 메일을 Gmail에 저장하고 있고 2009년 아이폰 첫 사진부터 모든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기도 뭐하지만, 클라우드 상의 서버에 반평생분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클라우드 시대에 로컬 저장장치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요? 게다가 스트리밍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바로 사라지는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컨텐츠의 판권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갱신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려가서 볼 수가 없습니다. 그외에도 판권을 가진 회사와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의 관계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디즈니+ 등장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계열사 영화들이 싹다 사라진 것을 생각해보세요. 컨텐츠를 돈을 내고 향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매체를, 데이터를 소유하지 못한다면 주도권은 플랫포머, 혹은 컨텐츠 제작사(판권사)에 저당잡혀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만약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되지 않는한(아마 어렵겠지요) 로컬 저장의 존재 이유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03년에 작고하신 외할머니는 텔레비전 방송을 정말로 좋아하셔서 좋아하는 방송을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서 보관하셨었습니다. 그 테이프 개수가 유품을 정리할때 참 장난이 아니었다는 풍문이 전해져 옵니다만, 어쨌거나 요즘은 비디오로 방송을 녹화하는 사람은 없죠. 저도 할머니에게서 VHS 데크를 하나 선물 받아서 몇몇 방송을 녹화했었는데 개중에는 지금은 다시 구할래야 구할수가 없는 귀중한 영상도 있고 그렇습니다. 클라우드 시대라 모든 것을 클릭 한번, 탭 한번에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의외로 과거의 것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