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갈라파고스 인터넷, 괜찮으신가요?

그야말로 갈라파고스입니다. 말 많고 탈 많던 ‘천송이 코트’ 논란이 일었던 것도 벌써 가물가물한 일인데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최순실씨가 써준걸 대독한 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권이 바뀌고 몇년이 지나서 2020년에 들어 20대 국회 마지막 업적(?)으로 공인 인증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폐지하는데 기어코 성공하고 말았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리 몰아내고 승냥이를 불러들였구나. 라고요.

해외에 사시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습니다. 뭐 좀 하자 치면 휴대폰 인증을 하는데 그 휴대폰 인증이라는게 사실상 (앞서도 얘기했던) 본인 인증을 겸하는지라 통신 3사나 하다못해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심지어 구글이나 애플 조차도 19세 이상 성인 인증이나 결제 본인 확인을 위해서 휴대폰 인증을 사용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죠.

누구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별 문제 없는거 아냐? 라고 생각들해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딱 10년전쯤 일본 웹을 떠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당시 믹시(mixi)라는 SNS사이트가 일본인들에게서 인기였는데 초대제에 일본 휴대폰 회사에서 발행한 메일주소가 반드시 필요했죠(간단히 말해서 Gmail 같은 주소는 안됐다는 얘기죠). 덕분에 믹시는 사실상 외국인은 일본에 정착이라도 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SNS 였습니다. 스마트폰 초기만 하더라도 믹시는 피쳐폰에 이어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LINE 등 경쟁 서비스가 하나 둘 나오면서 사실상 믹시는 한국에서 싸이월드나 다름없는 ‘한물간’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 일본의 갈라파고스 무쌍을 보면서 혀를 차며 비웃던게 엇그제 같은데, 가만보니까 이제는 우리 집이 불타는게… 아니고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어떻게 한국 통신사의 휴대폰을 구해서 인증을 받겠습니까? 해외에서 휴대폰 번호를 보안 목적으로 수집하기는 하지만 그저 SMS만 받을 수 있으면 상관이 없고, 거주국가와 일치하면 어느 휴대폰 어느 번호 어느 통신사를 쓰던 상관이 없단 말이죠. 일본같은 국가에서는 사실상 SMS가 메시지 본연의 기능보다는 이런 인증용으로만 쓰이다보니 장난삼아 인증 SMS로만 가득찬 수신함을 인증하시는 분도 계시더란 말이죠.

(차라리 국외 공관에서라도 발급이 되던)공인인증서는 염원하던대로 일몰 수순을 밟게 되었지만 이렇게 승냥이, 아니 휴대폰 인증 덕택에 외국인 노 생큐, 우리끼리 인터넷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들 하십니까? 자칭 인터넷 강국의 시민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