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구글이 iOS에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고 쓴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는 macOS에도 포함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Safari에서 4K가 지원 안되는 문제는 이미 유명하고, Touch Bar 탑재 모델에서 나오는 터치바의 탐색 막대기가 나오긴 해도 움직이면 제대로 재생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애당초 크롬에는 탐색바가 나오지 않고요. 크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에어팟으로 Safari나 여타 앱을 통해 동영상을 보면 동영상이 멎습니다만, 유독 크롬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나아진거라 예전에는 에어팟을 뽑으면 스피커로 소리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크로뮴 베타 빌드에서 준비중이라고 하지만 OS가 나온지 몇달이 지나도록 다크 모드를 지원하고 있지 않은 것은 또 어떤가요. 거기에 구글은 머티리얼 디자인을 크롬에 도입하면서 애플의 디자인 랭귀지를 깔아 뭉게고 있습니다. 크롬의 점유율을 생각하면 참 난감할 따름입니다.
유튜브가 집어 삼킨 지식들
들어가기 전 고백
나는 하루에 유튜브를 몇시간씩 본다. TV 대신에 시간 떼우기로 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로도 보고 태블릿으로도 보고 휴대폰으로도 보고 텔레비전으로도 본다. 보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분량은 7분에서 10분 이상의 비교적 긴 동영상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동영상은 4~5분 이내라고 들었으니 내가 좀 괴짜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예전처럼 보기 힘든 포토샵 등 그래픽이나 엑셀 등 오피스 관련 서적들
블로그만 펼쳐봐도 알 수 있으니 안팔린다.
더욱이 어도비와 MS 제품이 SaaS로 매년 기능이 추가되고 바뀌면서 따라잡기가 더욱 힘들어진 현실, 덕분에 그러잖아도 쓸만한 책을 찾기 위해서 외국을 뒤져야 했는데 더욱더 국내 책을 찾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그 와중에 유튜브가 나타났다.
유튜브는 블로그를 집어 삼키고 있다.
무언가 모르겠으면 네이버 등에서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를 검색한다. 유튜브에는 이미 수많은 PC 관련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말이다.
나타난 건 좋은데…
책으로 된 것이라면 간단하게 훑어서 배울 한 챕터의 지식인데…
유튜브에서는 몇분의 동영상을 꼼짝없이 앉아서 보아야한다. 물론 실제로 움직이는 동작을 볼 수 있는 점은 장점이긴 하다. 설명이 알기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는 동영상을 찾기가 어렵다.
채널등록을 하라고 권한다거나 쓰잘때기 없는 잡담을 듣는다거나… 본격적인 강좌에 들어가기 전에 겪어야 할 것이 많다. 광고를 봐야 할 때도 있고. 책으로 1분이면 배울 지식을 보느라 10분짜리 동영상을 본다는 농담이 농담같지가 않다.
블로거로써 약간은 안타까운 기분이다.
나 같은 경우 수년간 관계를 쌓아온 모 회사 PR에게서 블로그 만으로는 협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회사는 최근 유튜버와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인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문자화된 정보가 사장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영상 정보는 무엇보다 검색이 안된다. 그리고 동영상 플랫폼, 즉 유튜브에게 종속적인 문제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함으로써 간단하게 수익화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블로거에게는 매우 부러운 이야기다.
뭔가 공존할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
블로그에 임베드하는 형식으로 운영한다거나. 영상으로 낸 것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거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지 고민하게 된다. 모두가 컴퓨터 화면에 앉아서 원하는 내용을 보기 위해서 탐색 막대를 앞 뒤로 움직이는 것은 정말 낭비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요즘 읽었던 라이트노벨들
최근 읽었던 소설에 대해 적어보고저 한다. 둘 다 참신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에 번역이 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1권의 내용을 적되 되도록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기 쉽게 기술하고저 한다.
우리나라에 정발 되면 좋을텐데.
1. 삼각의 거리는 한없이 제로
“삼각의 거리는 한없이 제로”는 미사키 사기노미야(岬鷺宮)가 쓰고, 타이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Hiten이 일러스트를 그린 라이트노벨이다. 현재 2권이 나왔고 첫 권이 지난해 봄에 나왔고 호평을 받아 그 다음 권이 11월에 발매되었다.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 되어 있다”의 작중에서 주인공 히키가야 하치만은 글을 못 써도 괜찮아 어차피 일러스트만 괜찮으면 돼라고 말하면서 소설가 지망생인 자이모쿠자를 회생 불능 수준으로 좌절시키는데, 이 책의 인기에 Hiten의 일러스트가 공헌을 안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줄거리
줄거리를 살펴보면 대략 이러하다. 자신의 ‘캐릭터’를 늘 주위의 구미에 맞춰 꾸미는 주인공 야노는 시업식 날 이른 아침 교실에서 자신다움을 숨기지 않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아키하를 만나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본의치 않게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녀는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다중인격인 하루카는 되도록이면 이를 숨기고 아키하의 흉내를 내보도록 노력하지만 결국 하루만에 ‘뽀록’이 나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뭐든지 철저하고 딱부러지며 고상한 아키하와 그 대극점에 위치한 하루카인데, 야노는 그 둘의 모습이, 특히 하루카가 아슬아슬해서 결국 그 둘을 돕기로 결정한다. 어떤때에도 한 사람의 모습으로 있고 싶다는 하루카의 결의는 여러가지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하는 야노에게 와닿는바가 있었다. 그렇게 도움을 주며 말이 오가다보니 단박에 하루카에게 아키하를 좋아한다는 것을 들켜버린 야노를 응원하는 하루카였다. 하지만 아키하를 좋아한다고 밝히지 못한 야노, 자기 자신을 꾸미는 것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일련의 행동으로 하루카를 돕다보니 점차 접점이 늘어남. 꿩 대신 닭인걸까? 아키하와 같은 몸을 공유하다보니 내심 싫지는 않은 야노와 하루카는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지만 그러나 그 둘을 보고 아키하는 질투하고 싸우게 되고 결국 하루카가 사라질 위기에 빠지는데…과연 야노는 하루카의 위기를 넘기고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신을 관두고 진정한 자신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
야노
중학교 때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을 여러가지 캐릭터로 꾸미는 중으로 ‘한명의 나’, 즉 아키하로 있고 싶어하는 하루카를 응원하는 한편 자신의 호불호를 관철하는 아키하를 동경하고 사랑에 빠짐. 책을 좋아하고 약간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배려심이 깊다.
아키하
야노가 빈 교실에서 마주친 여학생으로 야노가 몰래 읽던 소설의 구절을 인용하며 왜 야노가 자신의 본래 성격을 숨기는지 의문시함. 어른스럽고 좀 나이들어보이는 취향을 가지고 있고 고상한 말투를 쓴다. 하루카와 야노가 자신을 좀 더 완벽하게 연기하겠다는 이유로 가까워지자 하루카를 질투하게 됨
하루카
아키하의 이중인격으로 아키하가 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음. 천진난만한 성격에 덜렁이는 성격으로 야노와 아키하의 연애를 서포트하려고 노력함. 다만 1권 시점에서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점점 인격이 교체되는 텀이 빈번해지면서 사라질 운명이 명언되고 확인 된 상태.
스도
아저씨 같은 털털한 친구로 텐션 높은 야노에게 딴지 걸리는 역할. 야노와 아키하를 이어주기 위해서 데이트를 주선함.
슈지
상당한 미남에 성격도 좋음. 모두를 배려하며 조정하는 역할
치요다 선생
작은 체구의 미녀 교사(잘은 모르겠으나 작가의 전작에 나오던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음)로 야노 이전에 아키하와 하루카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사람. 극중 야노의 상담역으로 약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적인 존재라고 생각함.
최근 권 전개
오해를 풀고 사이를 회복한 야노와 아키하와의 사이와 신경쓰이는 스도와 슈지의 관계, 야노의 생각과는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아키하의 생각, 그리고 교차하는 하루카의 생각. 일련의 사건을 겪고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행동에 나선 하루카를 다룬 내용이 2권에서 나오고 있다.
생각거리
왕도적인 학원 연애물로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일상적으로 잘 그렸다고 생각함.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해! 2019년 8위를 했고, 말했다시피 Hiten의 일러스트가 매우 미려하다. 이중 인격의 구체적인 원인에 관해서는 ‘가족사’ 정도로만 밝혀져 있고 아직까지는 상세한 내용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나 완결전까지 풀어 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음. 하루카와 아키하, 그리고 야노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가 기대됨. 영어 부제 그대로(Bizarre Love Triangle) 묘한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
2. 수염을 깎는다 여고생을 줍는다
시메사바(しめさば)가 글을 쓰고 부타(ぶーた)가 그림을 그린 2018년작 라이트노벨 시리즈. 18년 2월에 1권이 나온 이래로 올 1월 3권이 나왔고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해 4위를 차지했다.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한 일상물이라고 생각한다.
줄거리
주인공 요시다는 고토에게 차이고 술먹고 돌아오는 길에 가출 여고생 ‘사유’를 발견, 그냥 냅두지 못하고 집으로 들임. 그리고 사정을 듣고 계속 집에 지낼 수 있도록 함. 가사를 도울 것, 그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그런고로 둘은 말 그대로 집에서 같이 살기만 함.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나 사유는 가사를 완벽히 해내며 지내지만 사유가 지루해지는 걸 막기 위해 요시다는 책을 사주거나 휴대폰을 쥐어줌. 생활에 어느정도 안정을 찾을 무렵 이전까지 사유가 겪어온 남자들은 그녀의 몸을 탐했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않자 오히려 불안함을 느낌. 아무리 봐도 그에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 와중에 미시마와 함께하고 있는 요시다를 보고 동요하기 시작한다. 여지껏 다른 남자들이 그러했듯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버려지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을 느끼게 됨. 그래서 가출의 가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온 전혀 모르는 여성(실은 다른 방향에서 온 미시마)과 얘기하며 요시다의 진정성을 깨닫고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간다.
주인공
요시다
27세 직장인으로 IT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입사 면접 때부터 고토에게 연심이 있으나 책이 시작하자 마자 차임. 고토에서 볼 수 있듯이 연상 취향으로 연하인 사유에게는 티끌만큼도 관심이 없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보살로까지 보임. 사유의 보호자로써, like not love 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이게 현재까지는 핵심 근간.
사유
홋카이도에서 가출한 고2로 적당히 예쁜 외모고 나이치고는 몸매도 좋다고 서술되어 있음.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면서 불필요해지거나 사정이 나빠지면 쫓겨나면서 이집 저집을 연연한다. 그러던 중 요시다 집 근처에서 요시다를 꾀다가 눌러앉게 됨. 이후 시험삼아 그를 유혹해보지만 혼만 남. 전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아서 도발도 함, 심지어 옷을 벗고 육탄 도발을 하지만 된통 혼나기만 함. 요시다는 동요하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음. 요리와 가사 전반이 뛰어나고 어쩌다 집을 뛰쳐나왔는지는 현재로써는 수수께끼.
사유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
- 미시마
요시다의 후배로 요시다에게 골칫거리 말썽쟁이 후배. 능력은 있으나 정작 발휘하지 않아서 요시다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음. 자신을 늘 챙겨주는 요시다에게 연심이 있음. 요시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사유를 동요시킨 사람인데 병주고 약주고… 가출한 사유가 돌아오게 만든 역할을 하기도 했다. - 고토
요시다의 상사로 연상의 여성. 요시다를 가차없이 바로 차버림. 그러나… 이후 요시다와 사유의 감시역으로 등장.
최근권 전개
사유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친구가 생긴다, 한편 아르바이트처에서 이 집 저 집을 건너 다니던 그녀의 과거를 아는 인물과 조우해 파란이 일어남. 한편 고토가 요시다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다 결국 사유에 대해 알게되는데… 가장 최근 권이 19년 1월 1일 발매 됨(유감스럽게도 주문한 책이 배송지연으로 글을 쓰는 시점에서 오지 않음).
생각거리
제목 그대로임 ‘주워서’ 같이 생활만 함, 그러나 어디까지나 탈법적인, 최소한 그레이한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여고생과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남성의 환타지일지도 모름. 요시다의 태도는 그냥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걸 방지하는 안전장치에 불과하다고 생각(불법이라면 책으로 낼 수 없으니까). 어쨌든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해! 2019 4위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 1년도 안되서 3권이나 책이 나옴. 라이트노벨 독자들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라이트노벨을 보고 자란 사람들을 위한 환타지적 소설이 아닌가 생각함. 부-타가 그린 일러스트가 적당히 귀여움. 인기는 있으나 주제가 주제인지라 한국에서 정발이 될까? 걱정이 되긴하는 작품.
왜 애플은 또 다시 트럭을 만드려하나?
스티브 잡스는 이제는 은퇴한 월트 모스버그 옹과 대담에서 아이패드와 PC를 두고 승용차와 트럭의 관계로 비유했습니다.
그는 태블릿이 컴퓨팅의 미래라고 내다보았습니다. 농촌에서는 트럭이 필요했지만 도시화가 되면서 점차 승용차의 수요가 늘고 그에 맞는 혁신, 이를테면 자동변속기나 파워스티어링 따위가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왜 애플은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걸까요? 왜 아이패드를 PC로 만들려고 할까요? Make Truck Great Again 인가요? 월트 모스버그 옹이 최초 질문에서도 그랬듯이 태블릿이 컨텐츠 생산에 약하다는 사실은 잡스 생전부터니까 상당히 예전부터 제기된 문제인 것입니다.
압니다. 애플은 지금도 아이패드가 차세대의 컴퓨터라고 주장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이 PC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잡스의 비유를 인용하면 애플은 아이패드로 짐을 실어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제가 보기에는 잘해야 폴딩 시트를 갖춘 해치백이나 SUV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대담에서 밝혔듯이 트럭은 여전히 필요한 존재입니다. 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SUV나 해치백이 트럭을 대체할 수 없듯이 아이패드가 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트럭만한 SUV나 해치백(맥과 아이패드의 혼종, 이를테면 터치패드가 달린 맥이나 마우스가 달린 아이패드)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젊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키보드는 조작해도 컴퓨터 키보드로 입력을 못할 정도로 ‘PC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기사가 나서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어린이나 젊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컴퓨팅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죠. 애플에 있어서 아이폰이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팅 디바이스니까요.
아이패드가 정체된 것은 아이패드가 세컨드 디바이스기 때문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을 두고 재어볼때, 만약 제일 먼저 손에 넣어야 하는 단말이 있다면 일단 연락을 취하기 위한 전화, 즉 아이폰을 택할 것이고 그 다음이 일을 하기 위한 컴퓨터, 맥일 겁니다. 아이패드는 여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라는 인상이 여전히 강하고 실제로도 그런게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 저 조차도 3년도 넘은 아이패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사용자들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왜 애플은 맥을 냅두고 또 다른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거기서부터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내면서 생긴 애플과 사용자간의 인식의 괴리가 시작됩니다. 새 아이패드 프로는 비싼 녀석은 200만원이 넘어갑니다. 후덜덜하죠.
애플이 PC의 대체재로 아이패드를 제시하면서 본의아니게 비슷한 폼팩터의 서피스하고 늘 비교가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서피스가 될 수 없고 서피스는 아이패드가 될 수 없습니다. 컨텐츠를 만드는데 서피스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릅니다만 서피스는 아니어도 윈도우 2 in 1을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습니다. 터치로 컨텐츠를 소비하는데는 아이패드가 최강이라는 것을요.
아이패드는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4륜 구동이라면 도시를 벗어나서 조금 험한 시골길이라도 문제 없을지 모르죠. 도시 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4륜 구동의 SUV라면 충분한 양의 짐을 싣고 평생 다닐 길의 대부분을 문제 없이 달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처럼 2종 자동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몰 수 있는 트럭을 찾는게 몰 수 없는 트럭을 찾는것 보다 빠를겁니다. 제가 2종 자동 면허를 딴 것은 “포르쉐도 자동 변속으로 나오는 세상이잖아”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처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PC라는 ‘트럭’은 몰 일도 없고 몰 필요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는데 왜 애플은 또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걸까요?
현재 아이패드를 두고…
제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패드는 iPad Pro 9.7″입니다. 10.5″가 나오고 11″가 나왔으니 2세대 전 모델이 됩니다. 사양이 어땠더라…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솔직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녀석을 새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화면에 기스가 하나 났고(나머지 부분은 전면필름을 붙여놔서 그럭저럭 봐줄만합니다) 세월을 느끼긴 해도 지금 당장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 곤란한 것은 크게 없습니다. 앞으로 나올 어플리케이션이나 AR 앱, 그리고 드문 예 중 하나인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 같은 녀석을 제외하면 말이죠. 물론 아이패드 프로 9.7″은 멀티태스킹에 한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치명적이지 않다는게 문제죠.
아이폰을 매년 갈아치우는 제가 하는 느낌이니 이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로 하는거라고는 동영상을 보거나 전자책을 보거나 가끔 웹브라우징을 하는 정도인데 거기에 아이패드 최신 기종의 가격은 매우 험악하죠.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계속 유지되지 못한다면 아마 이미 풀린 아이패드에 사람들이 크게 불만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 아이패드에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애플이 PC를 대체할 수 있다고 노력하는 것도 이해하고 있고 새로운 경계를 넓히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만 결국 태블릿이 할 수 있는 본질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태블릿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태블릿으로 ‘하는게 좋은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15″ 짜리 노트북을 켜서 전자책을 읽거나 누워서 동영상을 보는건 영 할만한 짓이 아니죠. 반대로 아이패드에 순정 키보드 붙이고 장문의 글을 쓰는 것도 그닥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겁니다.
애플이 참 고민이 크겠습니다.
덧. 새 아이패드를 당장 사지 못해서 쓰는건 아닙니다. 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