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맥을 사면서, 내가 왜 맥을 사는가?

한국 시간으로 어제, 애플 코리아에 새 맥북프로 CTO를 발주했습니다. 2016년에 싱크패드 X1을 살까 2015 맥북프로를 살까 망설일때 “2016년에 풀 리프레시 된다고 하니 기다려보자”하다가 놓쳤습니다만, 이번에는 풀리자마자 구입버튼을 누른 셈이 됐습니다(사실 제반 사정으로 하루 이틀 늦었습니다).  이달 하순에나 받을 수 있을 모양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2018년 현재 어느 컴퓨터를 사용하느냐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느 컴퓨터’를 사용하느냐보다 ‘어느 디바이스’를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낍니다. 모바일 뱅킹이나 모바일 쇼핑을 하다보면 더 이상 우리 일상에서 주도적인 플랫폼이 Windows나 macOS가 아니라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예를들어 블로깅을 한다고 하죠. 사진을 찍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바로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처럼 컴퓨터를 펼치고 자리 앉아서(정확히는 베드 테이블 위에 얹어놓고 침대에 앉아 있습니다), 한바탕 펼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2016년에 윈도우 PC를 사셨다면서요? 아직 충분하지 않나요? 라고 말이죠. 네, i7 프로세서에 16GB 메모리를 넣어서 충분합니다. 무진장 빠른 SSD도 넣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트위터를 하고 페이스북을 하고 유튜브를 즐기고 넷플릭스나 VOD를 즐기고 글을 쓰고 블로깅을 하고 메일을 송수신하는 등등 이런 저런 일련의 일들은 맥북프로 수준이 아니어도 되는 일이긴 합니다. 워드프레스는 나날히 발전해서 모던 웹브라우저 상이라면 어디서든 정말 멋있게 작동하죠. Bear라던가 Ulysses 같은 에디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짜증나겠지만 어찌됐든 워드프레스의 콘솔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최소한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할 일을 할 수 있다. 이거 참 짖궂은 말인데요. 분명 무언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최선은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맥용 글쓰기 앱인 Ulysses로 진행하던 번역 프로젝트는 맥이 고장나자마자 딱하고 중단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윈도우로는 그런 세련된 텍스트 에디터가 없고, 아무리 애플이 선전하던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하기에는 좀 복잡한 일입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끼워서 마음만 먹었다면 마저 작업하고 AirPrint 지원인 새로 들인 프린터로 출력도 됐을 터입니다만. 

500만원짜리 PC가 있어야 작업이 되느냐? 라는 핀잔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겠지만 분위기와 사기는 정말 중요한 느낌입니다. 나귀를 물가까지 끌고와도 물을 강제로 먹일 수는 없죠. 새 컴퓨터는 이달 하순 도착 예정입니다. 그 동안 내가 맥에서 그리워하는 앱에 대한 이야기나 2018년에 있어서 왜 맥을 써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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