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독립한다. 그 외

동생이 대학을 입학하고 휴학하고 군대를 가고 복학하고… 벼르던 대로, 독립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쓸쓸하다. 독립생활을 위해서 미리 준비했던 물품들과 가지고 있었던 세간 살림들이 하나 둘 옮겼다. 지금 동생방에 텔레비전이 없다. 침대와 책상과 가구는 그대로 있을테지만. 책과 화장품은 가져갈 거고. 아마 곧 휑해 질 것이다. 군대에 있을때에도 한달에 한 번 꼴로 나왔고 세간이 여기에 있었고 여기로 돌아 왔었다.

하지만 내일 모레부터는 이제 동생은 죽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휑한 텔레비전자리를 보면서 그것을 실감한다.

가구를 사고 생활용품을 옮기러 가는길에 보니 집의 위치도 좋고 역세권이라 주변 시설도 매우 좋으며 채광도 좋은 깔끔한 집이다. 수납도 좋고… 살기 좋아 보인다. 다행이다 싶다. 마음에 꼭 든다. 본인도 그러하다 한다. 여하튼. 이제 안녕이구나.

최근 집의 정남향 창문쪽으로 집짓기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딱 지금 우리집 높이로 쌓기 시작했다. 아마 정남향인 내 방 채광이 많이 안좋아질 것이다. 맘대로 창을 열기도 무리가 있을테고. 이 집에서도 산 지 12년이 된다. 어쩌다보니방 세개 짜리 집에서 부모님이 지방으로 내려가시고 내가 대학을 다니고 동생이 대입을 하고 동생이 군대를 다녀오는등 세월의 풍파를 이겨 왔다. 이제 마지막 동거인이 자릴 비우며 이 집의 입주인은 나 혼자가 되어버렸다.

짓고 있는 집과 그 옆집이 가리기 전에는 이 집 창문에서는 공원이 보였는데. 그 공원의 수백미터 둘레로 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안쪽에도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근사한 벚나무산책 코스로 꽃놀이 하기 좋은데 사람이 그다지 붐비지 않아 좋다. 가을에는 단풍과 은행나무가 적당히 예쁜데 여하튼 계절의 맛을 적절히 살린 조경으로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좋은 근린주민의 혜택이다. 역같은 것과 달리 계량할 순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이 집의 가치는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벚꽃 시즌이 되면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벚꽃이 들어간 노래를 듣곤 했는데. 작년에는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SAKURA를 들었는데 올해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들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좀 뜬금없는 마무리다만, 동생이 돌아오면 마지막으로 한 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