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라는 이름의 개구리

J-POP 팬인 나는 갑자기 일본 아이튠스에서 구매하는 횟수가 급증했다. 다른게 아니다. 아이튠스의 라이브러리가 하룻밤만에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저팬(SMEJ)가 드디어 백기를 들고 아이튠스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그간은 mora라는 전용 음원 사이트에서만 음원을 공급했었던 소니가 얼마전부터 mora에서 DRM을 푼 음악을 제공해서 아이폰/아이팟에 전송할 수 있게 하더니 결국은 아예 깔끔하게 아이튠스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일본 특성상 서드파티 스토어에 참여하지 않은 아티스트는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소니 뮤직이 참여한 것만으로 검색창에 쳤을때 결과가 달라진다. 특히 애니메이션 쪽 장르가 되면 최근 소니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가 오히려 드물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아이튠스가 되면 장점은 명약관화하다. 소니뮤직 아티스트의 싱글이던 앨범이던 좋아하지 않는 곡까지 음반 단위로 떠안아 살 필요가 없고, 해외에 있는 나로써는 배송료까지 더해서 더욱더 커다란 장점이다.

자, 이제 의문은 자연스럽게 왜 아이튠스 저팬 스토어가 들어온지 거의 5년이 되어서야?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은 가설을 제시한다. 애플의 적이니까라는 설인데, 그냥 단순하다. ATRAC(DRM) 때문이다. 소니는 2012년 10월에서야 ATRAC을 폐지하고 AAC로 돌아섰다.

ATRAC… 이 단어를 들으면 벌써 머리를 싸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소니의 독자 음악 포맷이다. 거슬러가면 MD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의 네트워크 워크맨 시절 초기에는 MP3를 받지 않고(!) 모든 음악을 ATRAC으로 변환해서 사용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심에 소니 뮤직의 압력이 있었고… 그외에 여러가지 실패에 힘입은바 있으나, 일단 ATRAC이 결정타가 되어 초기 장악에 실패했고,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양보했고 결과적으로 정신차리고 ATRAC 전용을 철회해 놓고 보니 이미 그 후발주자를 정리해 버린 아이팟에 시장을 통째로 넘겨주고 난 다음이다 라는 것이 정설이다.

자 다시 아이튠스로 돌아와서 애플의 경우에는 2012년 2월 22일까지 아이튠스 플러스(256kbps의 DRM 프리)를 하지 않았는데 흥미로운점은 이것을 실시함과 동시에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SMEI)의 곡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우연일까? 그리고 소니뮤직저팬이 DRM을 품과 직후에 아이튠스에 소니뮤직저팬의 곡이 들어왔다. 아주 톱니가 착착 물려들어간다. 이로써 아이튠스 스토어에 일본 메이저 레이블이 완성 되었다.

뒷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런 유추가 가능하다. 아이튠스 플러스를 실시하면서 소니 뮤직을 비롯한 일본 레이블과 곡 제공 협의가 시작/갱신되었고 밀고 당기기 끝에 소니가 일단 해외 레이블부터 양보했고, 결국 소니의 일본 국내 레이블은 최후까지 버티다가 DRM을 포기한 다음에 아이튠스에 곡이 제공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자사 서비스에서도 DRM을 안풀었으니).

즉, 소니는 일본 모든 메이저 레이블 중 마지막까지 자사 전용 포맷과 DRM을 사수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iTunes도 버텼고, 그걸 소니의 자존심이라고 할지 뭐라고 할지는 맘대로 해야겠지만 mora에서 제공되는 AAC 음원도 아직 라이브러리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니 내 생각에는 소니의 자존심이라기 보다는 포맷 사수에 가까울 듯하다. 결국 포맷을 사수한 이유는 워크맨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제와서 스마트폰은 커녕 윈도우에서도 전용 플레이어가 아니면 재생하기 쉽지 않은 ATRAC을 사용한 것은 결국 DRM이나 이런저런 제약이 없는 음반판매에 있는것 아닌가 싶다. 음반판매는 해치고 싶지 않고..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한 형태가 된 것 아닌가. 그러다 결국 시류를 못이기고 제일 마지막으로 DRM을 풀고 독자포맷을 포기하고 아이튠스로 들어온 것이다.

뭐 단순히 그냥 한 음반회사가 한 서비스에 늦게 참가했네 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회사가 너무 커다란 서비스에 너무 늦게 참여했다. 소니라는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느려터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적자는 쌓여가는 것이다. 소니라는 개구리는 열탕에서 익어가고… 내 아이폰에는 어찌됐던 소니 뮤직 저팬의 음원이 차오르고 있다. CD 값은 물론 배송료가 굳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뒤늦게나마 경사로세 경사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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