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Pods(이어팟) 리뷰

애플의 번들 이어폰이 세번째(엄밀히 말하면 네번째)로 변경되었다. iPod이 처음 나오면서 한 번(이 때 Earbuds라는 말을 처음 썼다), 아이팟 5세대가 나오면서 두 번째로(이때 크레신으로 납입처가 바뀌었다, 이 때 상품명은 Earphones였다), 그리고 그 이어폰에 리모트가 붙으며 세 번째로, 그리고 이번에 EarPods이 나왔다.

이미지 제공 : Apple

번들 이어폰이 하나의 문화, 그렇지만 번들 이어폰은 애증의 대상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폰 보급 초기에 길거리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하얀색 리모컨이 달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아이팟 때도 그러했지만, 아이폰의 상징은 흰색 이어폰이었다. 물론 다른 휴대폰도 흰색 리모컨을 흉내내긴 했지만, 볼륨버튼이 달린 흰색 리모트가 달린 이어폰은 아이폰 사용자를 알아보는 하나의 유대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이어폰이라는 것은 의외로 쓰기 불편했다. 귀에서 잘 빠지고, 귀도 아프고 음질도 그닥 좋지 못했다. 흔히들 ‘깡통소리’라고 조롱했다. 나는 다른 MFi(Made For iPhone) 이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에 아이폰5(iPhone5)와 함께 소개된 이어팟은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발표회에서 ‘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라고 야심을 보였다. 다양한 귀의 모양에 맞추어 3차원 모델링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이폰5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어팟은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해서 들어보았다. 우선 첫번째로, 저음이 세졌다. 마치 우퍼가 하나 더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통통통 적당히 울린다. 물론 그럴리는 없다. 동영상에서는 윗쪽의 에어벤트가 중음을 아랫쪽의 벤트가 저음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이어버드에 비해 약간 저음에 무게가 더해져 있다고 생각된다. 기존 이어버드가 오픈형 치고는 중고음역대는 괜찮았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향상으로 생각한다, 특히 기존의 이어버드가 깡통 소리로 조롱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더욱더. 저음은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 울리는 정도이며 그외의 소리는 무난하다.

이 정도 가격(4만원 정도)에 이 정도 음악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음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 회사의 8만원대의 서드파티 이어폰을 얼마전에 사서 들어보았는데, 이어팟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것말고도 몇가지 이어폰을 들어봤지만, 가격을 생각해볼때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서드파티들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4만원 조차 아깝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써보고 싶은 경우가 아닌 고객을 상대하자면, 순수히 음질로 승부하자면 분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영상에서 설명한 대로 착용감이 훌륭한 점은 아주 극찬할 만한 점이다. 한번 착용하면 매우 편할 뿐 아니라 잘 빠지지 않는다. 일부러 고개를 흔들어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인이어 형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픈형에 이어버드형으로는 이런 경우는 겪어보지 않았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차음감은 물론 좋은 편은 아니다. 전혀 차음없다. 아마 누음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버튼은 기존 아이폰 리모컨에 비해서 좀 더 넓어졌으며 따라서 누르기 편해졌으며, 클릭감이 분명해졌다. 커넥터는 여전히 둥근 일자 원통형인데 뽑기가 불편하다. 케이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감아 수납하는 비결을 소개하자면, 이어폰을 꽂고 한바퀴 돌린 뒤 두가닥 선과 함께 리모컨을 꽂고 마저 돌리면 된다.

전술한대로 상당한 음질과 편의성을 갖춘 녀석으로, 번들치고는 꽤 괜찮은 녀석이다. 앞으로 아이폰 사용자들은 음질과 편의성, 그리고 아이덴티티 사이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맥이 느려졌을 때 시도 해보면 좋은 것들

맥이 느려졌을때 시도해 보면 좋은 것들이 있다. 터미널로 복잡하게 해보는 것들이 있지만, 내가 시도해보고 효험을 본 것들은 간단하다. 우선 하드디스크를 비우는 것이다. 쓸모 없는 파일을 비워서 하드디스크를 최대한 비우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 폴더를 비우고, 데스크톱을 정리하고… 그리고 권한을 복구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어느정도 효험이 있다. 만약 Onyx 같은 툴이 있다면 시스템 캐쉬와 사용자(User) 캐쉬를 비워주면 좋다. 그리고 부팅 한번 해주고 다시 한번 부팅 해주면 부팅과 종료 모두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글 맵스 없는 아이폰

iOS에서 Google Maps(구글 맵스)가 사라졌다. 말이 많다. 애플지도는 현 시점에서는 정말 X같다. 구글지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해둘 수 있는 위안은 일단은 HTML로 실행해서 쓸 수 있다는 것과 구글은 돌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광고로 먹고 사는 회사이다. 한마디로 하나의 채널이라도 더 만드는 것이 이득이다. 그들은 어떤 채널이라도 배제한 적이 없다. 구글이 비록 안드로이드라는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두었다고 한들, 남의 정원(iOS)을 배제할리 없다. 그것을  iOS용 구글 앱이나 Chrome, YouTube 앱 등으로 잘 알 수 있다. 심지어 구글은 블랙베리용 Google Sync 앱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나는 Google Maps가 사라진 아이폰 자체(사용자가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의 영향이 생각만큼 거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다고는 생각하지 않다. 많은 중소개발자에게 Google Maps가 시스템 레벨에서 제공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지도가 별도의 노력없이 제공되었다. 허나, Google은 API에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Facebook이나 Foursquare는 Bing이나 OpenStreetMap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서 보듯이 앱내 지도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국한해서는 뛰어난 것은 아니다. 국내 포털 쪽 지도가 훨씬 괜찮다. 문제라면 국내 포털이 API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쯤 될 듯 하다.

한가지 더 문제가 있다면 왜 해외에서 난리가 났을까? 이다. 해외에서 발칵 뒤집어진것은 구글 지도를 대체할 만한 지도가 해외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구글지도에 그다지 의지하지 않았다. ‘구글 지도가 없으면, 다음 지도 쓰지, 네이버 지도 쓰지’ 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구글 지도 보다는 그 둘을 썼던 사람들이 많았다. 지도도 좋았고(업데이트도 좋았고 건물/장소 정보(POI)도 정확했고…) 대중 교통 정보도 좋았고… 동네 구석구석 스트리트뷰도 지원되고… 솔직히 구글 지도를 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허나 해외라면 얘기가 달랐다. 하지만, 내가 구글이라면 어서 채비를 갖추고 iOS용 앱을 들고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가령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에게 다음이나 네이버가 있듯이, 일본에도 로컬 경쟁자가 있다. 일본에서는 구글이 야후! 저팬에 이어 2위에 머물러 있는데, 야후! 저팬에도 지도 서비스가 있다. 그 뿐 아니라, 손마사요시 사장도 iPhone 5 발표회 자리에서 지도에 일본의 데이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日本のデータ入れて欲しいとは思う。)고 코멘트 했다. 여기에 덧붙여 야후!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도 감추지 않았다(Yahoo!とも連携していますから。宣伝しておかないと(笑)). 일본 야후도 자체 지도가 있고 교통 정보가 있는데 내가 보기에 구글에 이기면 이겼지 질 수준은 아니라는것이 내 판단이다. 의지의 문제이다. 야후! 저팬은 현재 메일의 내용을 분석해서 광고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정부당국과 씨름을 하는 중이다. 이런 돈이 될만한 것을 놓칠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에는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가만히 있으면 있을 수록 손해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구글이 2등을 하는 몇안되는 나라가 일본, 중국, 한국 등이다 보니) 

iOS의 지도는 엉망이지만 혹시 사는 곳의 지번을 입력해봤는가? 의외겠지만 정확하게 표시할 것이다. 음, 나는 iOS의 지도를 보면서 흡사 수년 전의 구글 지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텅 빈 느낌의 지도. 멀리서 본 위성 사진. 아마 따라 잡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얼마나 걸릴까. 외부인은 말한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애플의 대변인도 시인한다.  장대한 프로젝트이며 이제 막 시작한 것이라고. 그리고 처음 발표한 대로 크라우드 소싱으로 이뤄진 것으로 수많은 사용자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시인했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또한 지도 표시가 이상하더라도 턴 바이 턴 안내는 잘 될 거라고도 말한다(비참한 변명이다). 모르겠다. 얼마나 나아질지. 한국에서 나아질 가망이 있을 것인지. 그냥 구글 지도를 기다리거나 다른 서드파티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나은거 아닌지. 애플의 아집이 이번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애플은 충분히 욕을 얻어먹어야 할 것 같다. 혹자는 스티브가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미완성의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스티브가 살아 있었다 하더라도 구글과의 ‘핵전쟁’ 중에 ‘굴욕적으로’ 계약을 연장해가며 구글의 지도와 동영상 서비스를 계속 공급받았을지 의문이다. 구글은 지속적으로 지도와 동영상을 제공했지만 그야말로 필요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제공해왔고, 그것을 셀링포인트로 삼아왔다. 만약을 논하는것 만큼이나 무의미한 것은 없다.

아무튼 당장은 서드파티 지도를 사용하던가, 정이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싶다면, http://maps.google.co.kr (또는 http://maps.google.com)를 휴대폰에서 실행하고 홈스크린에 추가해서 사용하면 될 듯하다. 아쉽게도 한국은 모바일 웹 지도의 해상도가 낮다.

레티나 맥북 리뷰를 쓰고 나서 (후기)

리뷰를 쓰고 나서…

리뷰를 쓰겠다고 나선것은 언제였을까. 사실 애플코리아에서 블로그를 보고 한번 얼굴을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은 지난 달 30일이고, 신제품인데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기기를 대여받은 것은 5일인데 정말로(담당자 강조) 글을 쓸 필요 없었고, 특히(담당자 강조) 좋은 글을 써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냥 가지고 놀다가 갖다 주어도 하등 지장이 없는 뭐 그런 거래조건이었다. 딱딱한 ‘어른의’ 내용의 계약이 팩스로 오가긴 했는데 물건은 언제 빌려서 언제 돌려주기로 한다 망가지면 변상한다 그런 내용…  그래도 아무래도 기기를 빌려왔는데 감상문 하나는 쓰는건 방학을 맞이한 학생이 방학 숙제로 작문 하나는 해야하는 것같은 왠지 모를 의무감에, 그러잖아도 이런 저런 문제로 담당자에게 메일이나 전화통을 잡고 물어보고, 철저히 1:1로 프라이빗하게 빚을 진 점(이라고 해봐야 신세를 졌다지만)도 있고(쉽게 말해 ‘봉’잡았다? 그만큼 애플의 폐쇄적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프렌들리한 사람들이었다)… 대여기간을 저쪽에서 임의로 2주를 할당했는데 조금 더 줄 수 없냐 하니 2주를 더 주었는데, 기기가 잠시 문제가 생겨 돌려주었는데, 셋팅 다시하는 시간을 포함하니 개천절 휴일이 끼어서 기기 대여기간이 한달을 넘게 되어서… 정말 아무리 대가가 없이 선의로 빌려주고 빌리기만 했다하더라도 정말 방학숙제라도 해야할 판이 되었다.

해서 맘에 있는대로 그냥 하나 작성해야겠지 싶어서 13일부터 Pages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웹브라우저를 열고 워드프레스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서 글을 쓰는데 아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강 그간 사용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나는 대로 뼈대를 적기 시작했고, 틀이 잡히고 나서 ‘아,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다루면 좋겠는데 내가 시험을 안했구먼’ 내지는 ‘대충 넘어갔구먼’ 싶은 부분을 보충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을 추가적으로 검증하는 식으로 해서 추가로 검증하고, 그 부분을 검증하고 적어 내려갔다. 뭐 여러가지가 있어서 뭘 빼놓고 뭘 검증했는지를 여기에 적는것은 힘들고(차라리 하나의 완성과정이 그런식의 검증프로세스로 이뤄졌다고 생각해주시길)…

이 검증 프로세스 중에서 언급해둘만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잔상현상(Image Retention)이었다. 내가 애플에서 대여하여 레티나 맥북 리뷰를 쓰고 있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신 일부 분께서 일각에서 알려지고 있는 이미지 잔상 현상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당연히 이게 사실이면 리뷰에서 언급이 되어야 한다. 실기로 같은 창을 10분, 30분 정도 띄워놓고 회색 혹은 흰색창을 띄우는 두차례의 시험을 해봤을때는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리뷰에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언급하지 않았다. 리뷰를 업로드하고 나서 특히 나중에 팔로워 중 한분이 알려주신 Marco Arment의 잔상 테스트를 해봤지만 역시 문제가 없었다. 만약 일어났다면 리뷰를 뒤집어 엎어야 할 일대사가 일어날 판이었다. 허나 문제는 없었고 따라서 리뷰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분에게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나마 다행이네요’라고 하시기에 ‘네 다행이네요, 기계는 제것이 아니지만, 리뷰를 뒤집지 않아도 되서’ 라고 말했다. 아무튼 이 일은 리뷰 본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일어난다는 설이 있어서 확인해봤는데 내 기계에서는 안나타다더라 여하튼 일어난다는 설이 있다더라”는 장단점을 논하는 공간에서 공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라는 것을 알아 두시길 바란다. (금후, 문제가 발생 한다면, 혹시 그것이 만약 내 기계던 임대한 기계던, 별도의 글에서 다루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글은 내가 처음으로 구입이 아니라 대여를 하고 나서 작성한 것이다.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어떤 면에서(특히 단순 팬으로써 애플이 아니라 제품을 무상 대여해준 측으로써의 애플) 치우치거나 하지는 않은지 검증하기 위해서 일단 약 사흘 정도 걸려서 초안을 작성해가면서 그동안 이틀 정도 주위의 여러 사용자 분들에게 초안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했다. 느낌은 어떤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등등… (이 자리를 빌어서 그 과정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이틀을 걸려서 수정을 하고 나서 탈진할 무렵 ‘아, 이제 이쯤 그만 하자!’ 싶을 때 탈고했다.

이상으로 여러가지 감상과, 고민과 고찰과 수정을 거듭한 리뷰는 내 손을 떠났다. 화려한 반응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모든게 끝났다. 그리고 애플측 담당자에 주말에 위의 잔상 문제로 메일을 보내며 “작성 중이니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작성을 완료하고 아침에 잔상 문제의 반응을 들을 겸, 전화를 하면서 ‘아, 이메일에 썼던 리뷰 오늘 아침에 올렸습니다. 꽤 열심히 썼으니 아마 만족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자, “정말로, 그러실 필요 없었는데요, 저희는 자유롭게 그냥 써보시라고 드린건데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말이라도 고맙다. “아뇨, 뭐 그쪽을 만족스럽게 하자고 쓴 내용은 아니니까요, 예전에도 요구하셨다시피 쓴소리 할건 하고 좋은 소리할건 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만족하실 겁니다.”  뭐. 좋다. 대강의 인사를 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아무튼 ‘방학숙제’는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대여기간 동안 잘 부탁합니다. 원래 대여기간 대로라면 글을 완성시키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을 듯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렇게 리뷰가 끝나고 나서, 월트 모스버그데이빗 포그의 아이폰 5 리뷰가 올라왔다. 그리고 단 하나의 리뷰를 썼을 뿐인데, 리뷰 보는 눈이 마치 세계의 끝이라도 본 것처럼 달라졌다. 수 일에 걸쳐 써보고 솔직하고 상세한 감상을 적은 월트 모스버그와 거의 보도 자료를 옮긴 듯한 데이비드 포그… 포그의 리뷰가 왜 갑자기 이렇게 질이 똑하고 떨어졌을까? 그가 좋아하는 애플 제품인데… 바빴나? 똑같이 시판 전에 제품과 자료를 받아서 사용해보고 글을 썼을텐데 말이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는 확연했다. 여러모로 이 글을 쓰는 과정과 그 기간(13일부터 18일까지)은 내게 힘들고 정말 글을 끝내고 나서 일부동안은 레티나의 ㄹ과 맥북프로의 ㅁ도 신경쓰기 싫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준 귀중한 체험임은 사실인것 같다.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 아앍. 그리고 또 머릴 싸매겠지.

레티나 맥북 프로(MacBook Pro with Retina Display) 리뷰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델은 2012년 중반 맥북 라인업 개편과 함께 등장한 제품이다. 애플은 근년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에 힘을 옮겨 싣고 있으며 2012년 iPhone 5 발표 키노트에서 CEO 팀 쿡(Tim Cook)은 애플의 노트북 제품이 당 분기 미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의 일등 공신은 맥북 에어(MacBook Air)와 함께 이번 나온 레티나 디스플레이 맥북 프로(MacBook Pro with Retina Display) 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어퍼처 MacBook Pro Retina Aperture
레티나 디스플레이 맥북프로(이하 레티나 맥북프로)는 혁신적인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15형 풀스펙 노트북임에도 얇고 가벼운 몸체,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내부의 향상된 구조가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은 문자로 옮겨놓아서는, 혹은 사진으로 찍어서는 절대로 전달할 수 없다. 직접 만저보아야 알 수 있다. 애플 리테일(Apple Retail)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Apple Premium Reseller에는 거의 대부분 OS X에 사파리(Safari)와 iLife 정도만 설치되어 있을 뿐, 성능을 직접 시험해 볼만한 동영상이나 사진은 들어있지도 않고, 더욱이 이 괴물의 본 실력을 알 수 있는 Aperture나 Final Cut Pro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 녀석의 본 실력을 알아보려면 Pro Application을 실행해 봐야 한다. 정말 MacBook “Pro”이기 때문이다. 그저 간접적으로라도 약간이나마 체험해보시길.

이 녀석의 액정이 대단하다, 얇고 가볍다 라는 말을 들어는 봤지만 실물을 본것은 결국 8월 말의 한 애플 제품 매장에서였다. 액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유리가 없이 액정이 바로 드러나는 구조라 그 느낌은 더욱 더 강조된다. 얇은 유리를 끼고 있던 화면이 아예 그 유리마저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레티나 맥북 프로로 이미지를 포함하여 Apple에서 특별히 Retina 해상도로 제작된 Keynote 프레젠테이션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선을 이끄는 황홀함이란건 바로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기기를 손에 넣었다. 스펙은 2.3GHz i7에 8GB 256GB로 가장 저렴한 엔트리 모델이다. 기기를 꺼내자마자 느낀건 가볍다와 얇다인데, 물론 기존 맥북프로도 15형 기기치고는 얇고 가벼운 편이었다. 거기에 평평한 모양이었기에 그런 느낌이 더했다. 헌데 이건 더 가볍고 더 얇다. 그냥 평평한 판을 드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양손으로 들었다가 나중에는 한손으로 들고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기기를 받자마자 소프트웨어를 웹사이트를 열고 소프트웨어를 설치해보았는데, 레티나 맥북프로가 출시된 이후로 Mac App Store를 포함하여 퍼스트 파티(애플)을 비롯한 많은 앱들이 레티나 맥북 프로에 대응하기 위해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웹사이트의 텍스트는 놀랄만큼 깨끗하여 활자를 읽는 듯하고, 아이콘의 컬러는 생생하며 조그마한 디테일까지 또렷하다.

Aperture Retina Full Screen 어퍼쳐 레티나 풀 스크린어퍼처(Aperture)에서 사진을 띄우면 사진은 매우 생생한데, 해상도가 얼마나 높은지 루페(Loupe)툴을 써도 확대가 극적이지 않다. 15MP 이미지를 확대를 했을때 이 녀석으로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 반면, 내가 평소에 쓰던 맥북이 1680*1050일때는 꽤 많이 늘어난다. 그 정도이다.  다만 많은 앱들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앱들이 레티나에 대응하지 않아(가령 트위터 앱인 에코폰 Echofon은 사용하는 도중에 레티나에 대응하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텍스트를 제외하면 흐릿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트위터리픽(Twitterrific)은 아바타나 텍스트가 크리스털처럼 깨끗해서 놀라웠다. 나중에는 에코폰도 그렇게 변했다. 한편 사파리 등 웹브라우저의 경우, 텍스트는 활자처럼 깔끔하지만 이미지는 흐릿하게 나타난다.

레티나 사파리 스크린샷 1(레티나 사파리 이미지들 클릭해서 보라) 정말 활자같지 않은가? 반면 이미지는 흐릿하다.

특히 플래시 부분이 심각했다. 여하튼 벡터로 제작된 부분이 아니면 이미지는 좀 심각했다. 애플 홈페이지의 경우에는 아이패드에서 이미 이러한 케이스를 겪었기 때문에 고해상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덜한 편이다. 

Safari 하니 이 점을 특기할 수 밖에 없는데 갑자기 일부 상황에서 화면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스크롤을 하거나 마우스를 가져가서 쓸듯이 움직이면 다시 정상적으로 화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슨 문제인 것인가? 싶어 애플측에 문제를 제기 했으나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동일한 증상을 계속 겪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파리와의 문제로 추측된다.

레티나 맥북프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퍼포먼스이다. 정말 놀라울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전에 사용한 2010 Mid 맥북프로 i7 2.66 8G도 성능이 빠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덕분에 거의 즉각 부트될 뿐 아니라, 즉각 Sleep에서 일어난다. Sleep등이 사라져서 Sleep 속도를 알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분명 잠자는 속도도 매우 빠를 것이다. 그건 그렇고, SDXC를 사용하는데 메모리를 이용해서 Aperture로 파일을 불러들이는데 저장하는 속도가 정말 감탄할만큼 빨라서 거의 파일을 메모리에서 컴퓨터로 빨아들이는 듯했다. 파일을 불러들인뒤에 와콤(Wacom)의 인튜오스 3(Intuos 3) 태블릿을 이용해서 15MP 이미지를 수정 브러시를 이용해서 칠해서 작업했는데 예전의 Mid 2010 같은 경우에는 훼엥~ 하는 팬 소음을 일으키며 열을 낼 작업을 아주 조용하고 발열없이, 조금의 랙없이 즉각즉각 반응하며 멈추면 멈추고 움직이면 바로바로 따라 움직였다. 레티나 맥북 프로 Retina Macbook ProFinal Cut Pro X도 1080p 동영상의 각종 편집 작업(렌더링 작업)을 입력하면 바로 보여주는것 뿐 아니라 Background로 매우 신속하게 처리하면서도 별로 무리가 없었다. 발열이 크게 늘지 않았다. 놀라웠다. 또한 VMware 5의 버추얼 머신을 복사해서 실행해보았는데 부팅 속도의 차이가 거의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달라서 울고 싶었다. 메모리 할당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아. 망할.

키노트를 보신 분이라면 잘 알다시피 레티나 맥북프로는 비대칭 팬과 전용 냉각벤트를 이용하고 있다. 레거시 기종들은 포트와 힌지를 통한 공조를 통해 냉각을 해왔었다. 이 변화와 SSD를 사용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서 하드디스크를 사용해서 조금만 사용해도 핫플레이트가 되는 내 맥북프로와는 달리 매우 발열이 적을 뿐(좀 하드웨어 인텐시브한 작업을 이불 위에서 작동해도 미지근한 정도) 아니라 CPU 인텐시브한 작업을 해도 팬이 조용하고 발열이 적다. 냉각 성능이 뛰어난 까닭에 무엇보다도 팜레스트가 덜 뜨겁다! 난 손에 땀이 많단 말이다. 따라서, 이 점은 매우 반가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녀석은 주지하다시피 소음을 줄이기 위해 비대칭 팬을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경험한 팬이 가장 세게 돌아간 작업은 파이널 컷에서 1080p 동영상 비디오 이펙트를 렌더링 하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전혀 불쾌하고 거친 와아아~앙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이이잉~ 혹은 쉬잉~ 하는 아주 부드럽고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팬과 벤트의 변화와 함께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벤트의 설계와 함께 변화한 스피커 설계인데, 과거 맥북프로도 상당히 내장 스피커가 좋은 편이었지만 어쿠스틱이 매우 향상 되어서 최고 볼륨이 매우 커졌을 뿐 아니라, 최고 볼륨이 아니더라도 음질이 좋아졌다. 최고 볼륨으로 공공장소에서 민망한 음악이라도 한번 틀면 아마 눈초리를 대단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심하도록. 좌우 음 분리도 확실한 것으로 보아 음악 뿐 아니라 동영상 감상 등에 활용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그 다음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덮개의 홈과 경첩의 각도가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구매하자마자 무게, 두께와 함께 가장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일 것이다). 덮개의 홈의 모양이 곡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각지게 바뀜에 따라서 손가락으로 덮개에 힘을 주기 편해졌고 경첩의 각도가 90도에서 좀더 벌어짐에 따라 쉽게 벌어지게 되었다. 이 또한 반가운 변화이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에는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못 알았던 것이 있다. 해상도는 높지만 실질적으로 사용가능한 공간은 맥북 프로 Hi-res 모델보다는 넓지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맥북 프로 15 인치에서 넓은 작업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 맥북 프로의 Hi-Resolution Glossy Option(16001050)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다. 기본보다 창이 좀 더 작고 더 넓게 보인다. 더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가 있다. 15”에 이렇게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면 조금은 넓은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레티나 맥북프로의 기본값으로는 화면이 좁았다. 불만이었다. 헌데 그냥 [시스템 환경설정]에서 [디스플레이]에서 [해상도]만 선택하면 똑같은 해상도를 레티나 화면으로 즐길 수 있었다. 몇가지 고를 수 있는데 추천 값으로 세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높은걸로 고르면 똑같은 레티나 또렷한 화면을 16001050 크기로 쓸 수 있었다. 아주 맘에 들었다.

배터리의 경우 스펙상 무선 인터넷 7시간인데, 실제 시험에서 5시간 22분 정도 사용가능했다(0%까지 떨어질때까지). 인터넷 서핑과 어플리케이션 기동, 이 리뷰를 다듬기 위한 Pages 작업, 54분의 FaceTime 통화를 했다(나는 배터리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정도면 꽤 쓸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무선랜을 사용했고(유선랜이 없으니까) 액정은 절반 밝기로 해놓았다. 블루투스는 꺼두었다. 부하가 더 들어간다면(이를테면 Final Cut이나 Aperture 작업) 좀 더 짧아 질 것같고 아니면 좀 더 빡센 테스트 조건을 가한다면 (요컨데 모스버그 식의 액정을 강하게하고 동영상을 트는 식의 강력한 테스트를 시도한다면) 역시 짧아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54분의 페이스타임 통화는 충분히 강도 높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SSD인지라 배터리는 상당히 긴편이며, 좀처럼 빨리 줄지 않는 느낌이다. 액정의 밝기를 50%로 했는데 그럼에도 꽤 밝은 편이라 좀 더 줄이면 더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2010 Mid MacBook Pro 때도 말했지만 이 정도 크기와 성능의 기기가 이만한 배터리 성능을 보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2010 맥북프로를 사용할때는 스피커로 FaceTime 등 화상채팅을 할때 부하가 심한 작업을 하면서 통화를 하면 팬소음이 커서 “이게 무슨 소리에요”라는 소리를 들어서 부득이 이어셋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레티나 맥북프로는 두개의 사용자를 향한 가상 지향성 마이크와 좀 더 향상된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는데, 팬이 풀로 돌아가는 와중에(Final Cut Pro X로 백그라운드 작업을 돌려 부하가 가도록 걸어서) 페이스타임을 해본 결과 상대방이 팬 소음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통화 도중에 스피커에 귀를 대 봐도 만족할 정도였다. 지향성 마이크도, 소음이 적은 팬도 모두 좋았다. 이 마이크는 원래 Mountain Lion의 Dictation 기능을 위해 준비된 기능이라고 한다. 한국어는 아직 미지원이지만 담당자가 영어로 데모를 보여주었다. 나도 시험해봤는데, (환경설정에서 활성화 시킨 뒤 fn키를 두번 친다) 인식도가 매우 뛰어나다! 내가 부르는 문장을 거의 한 두 단어 정도 틀리는 것 빼고 거의 다 인식한다. 한국어도 Siri가 되니 곧 지원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 그리고 통화도중에 키보드를 타입했는데 일부러 조용히 타이프를 하기위해서 조근조근 타이프를 했다. 적은 소리를 내면서도 적당히 빠른 속도로 확실히 타이프가 가능한 것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키보드의 로우 프로파일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매너인 회의시 등에 적합할 것 같았다.

참고로 레티나 맥북프로의 무선은 이상하게도 2010 Mid 맥북 프로보다 속도 측정시 빨랐고, 유튜브 등에서도 버퍼링이 적었다. 아, 그리고 Mountain Lion에서 새로 생긴 AirPlay Mirroring 기능을 Apple TV(한국 미발매)로 시험해볼 수 있었다. Apple TV는 있었지만 노트북이 지원하지 않아서 못해봤는데 좀 딜레이가 있었지만 HD 동영상을 충분히 재생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며 웃었다(아직 보지 않으신 상태였다). 노트북을 애플 TV의 1920×1080에 맞추는 미러링을 하던가 추가모니터처럼 쓰는것이 가능했다.

뭐 그외에는 기존에 쓰던 맥북프로와 다를것이 없다. 유리로 만들어진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넓은 멀티터치 트랙패드라던지..

이 컴퓨터 이렇게 떠들어 보면, 얼핏 완벽해 보인다. 그럼, 난감한 얘기를 좀 해야겠다. 무식한 가격 말고 뭐 더 할말이 있냐고? 이 컴퓨터 입력단자가 정말 없다.

Thunderbolt(애플 등이 제안한 고속의 IO 규격, 그래픽과 파일전송 등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스템 버스에 바로 연결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가격이 현재는 비싸고 지원 업체가 적은 문제가 있다)가 두개가 있고, USB 3.0 포트가 두개가 있고, 이어폰 출력이 하나 있고(마이크 입력도 없다! 오디오 녹음은 어떻게 하라고-이어셋 쓰십시오인가?), Magsafe 2가 하나 있고…(기존의 Magsafe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접착력이 한결 강력해졌다 85W Magsafe 보유자를 위한 변환어댑터가 있다; 별매) SDXC 슬롯이 하나 있고. 끝이네? 켄싱턴락도 없다. 가벼우니 화장실 갈때는 들고 가라 이건가? 정말 할 말이 없다. 동급의 하이엔드 컴퓨터와 비교하면 거의 황무지이다.

기본적으로 필요한게 있으면 Thunderbolt 액세서리 있으니 그거 쓰시라 이거다. Thunderbolt 포트에 맞춰서 벼라별 악세사리가 다 있긴 하다. 기가빗(!) 이더넷, 800Mbps(!) 파이어와이어, 그리고 각종 디스플레이 어댑터… 그리고 USB를 통한 DVD-RW도 있고… 근데 다 외장이잖아(그리고 전부 다 돈입니다, 고객님)! 두개가 달려 있으니 그나마 살것 같지만. 여러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면? 대롱대롱 매달고 써야한다. 한편, 호텔방에 가서 인터넷을 한번 하려고 해도 액세서리인 기가빗 이더넷 어댑터를 사서 휴대하고 연결해야 하는건가(그게 다 짐입니다, 고객님)? 게다가 선더볼트 관련한 액세서리는 하다못해 연결 케이블 값도 비싸다…

아니, 그건 둘째치고 당장 이 녀석을 받아서 내 맥북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려고 하니까 유선으로 연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Firewire? 레티나 맥북프로가 받질 못한다. Thunderbolt? Mid 2010이 지원을 안한다. 아악! 미쳐! 결국 느려터진 무선랜으로 수십기가 짜리 파일을 주고받아야 했다. 수 Gbps짜리 유선 전송을 냅두고 이게 얼마나 환장스러운 일인지 아나? 무선의 시대라고는 하고 애플은 그것을 원하나 본데(AirDrop은 그것을 다분히 노린 듯하다) 아직은 유선이 필요하단 말이다. 만약에 내가 레티나 맥북프로로 기종변경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Firewire가 어댑터가 필요할 듯하다. 아, Gigabit Ethernet도 되던가?… 어느쪽이나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수백만원짜리 컴퓨터 사시는김에 그 정도는 인심 좀 쓰시죠, 고객님).

레티나 맥북이나 맥북 에어를 보면 데자부가 일어난다. 오리지널 아이맥(1998) 때는 시리얼 포트 다 없애고 남들은 그게 구워먹는거유? 라고 생각했던 USB포트만 붙이고, 이젠 인터넷으로 다 파일 전송 할텐데 하며 모뎀만 덜렁 붙여놓고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빼먹어버리는 모두의 멘탈을 붕괴시켜버리는 만행을 밀어부친 전적이 있다. 다들 미쳤어. 애플이 미쳤어… 했지만, 덕분에 세상은 진보했고, 애플은 맞았다. 굳이 멀리 예를 찾아 볼 것도 없다. USB 포트밖와 디스플레이 포트와 전원과 헤드폰 포트 밖에 없었던(출시 당시) 맥북 에어를 생각해보라. 그 맥북 에어 역시 모두의 멘탈의 노심융해를 일으켰지만 날개가 돋힌 듯 팔려나갔고, 서두에서 말했듯,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애플 노트북의 핵심 라인업이 됐다(아무렴 맥북프로가 가장 잘 팔리겠나?) 이제까지는 넷북에나 한정되던 얘기였지만 이제는 과감하게 슬림형 노트북에서 ODD를 빼는것은 대세가 되었다. DVD의 시대는 포터블에서부터 저물고 있다. 우스운 일이다. 애플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당시 CD-R이나 CD-RW보다 훨씬 비쌌던 DVD-R을 기본사양으로 컴퓨터에 채택한 회사이다(그 당시 등장한 것이 iDVD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것을 다 뜯어내려고 하고 있다.

아까, 통렬하게 무선의 단점을 말하긴 했지만 이제는 사실 무선랜으로 살아가는 세상이기는 하다. 무선랜 없는 생활을, 스마트폰이던 태블릿이던 랩톱이던 간에 무선랜 없이 모바일 컴퓨팅을 하는 생활을 당신은 상상할 수 있는가? 집과 사무실은 물론, 카페 등지에서 공중 무선랜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고, Lonely Planet 최신판을 보면 싸구려 숙소에서 최고급 숙소를 통틀어서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는 숙소의 소개가 되어 있는지 유무는 소개 되어 있다. 앞으로 802.11ac등 향후 무선랜의 속도는 더 빠른 전송 속도를 필요하는 니즈에 맞도록 점점 빨라질 예정에 있다. 한편으로 ODD 없이 ESD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팔리는게 당연한 세상이기도 하다. 거기에 Mac App Store를 통해 맥의 경우에는 OS 마저 두 차례의 걸쳐 성공적으로 판매에 성공했다. Aperture와 Final Cut Pro X라는 프로 앱도 성공적으로 판매했다. 우리나라는 하지 않지만 iTunes는 풀HD 영화와 음악을 다운로드를 통해서 제공하고 AirPlay와 AppleTV를 통해서 컴퓨터와 TV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과거처럼 박스와 물리 미디어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영화, 음악은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 받고(우리나라에서는 다른곳에서 다운로드 받고, 멜론이나 벅스 같은) 더 이상 느리고 고장나는 ODD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야! 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애플은 뛰어난 기술을 도입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사용자에게 그 기술에 맞춰서 따라 오도록 하는 면이 없잖아 있다. 가령 나는 일본에서 발매되는 음악 CD를 리핑해서 iTunes(아이튠스)로 넣어서 iPhone(아이폰)에 넣고 싶은데 그러자면 외장 SuperDrive(DVD-RW)를 사서 연결해야 한다. 둘밖에 없는 귀중한 USB 포트 중 하나가 필요하다(허브를 사용할 수 있지만 맥북의 USB는 고출력 전원-1100mAh-인 반면 허브는 저출력-500mAh안팍-이라 여의치 않다). 아직 세상은 이상과는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물론 그걸 아니까 수퍼 드라이브도, 이더넷 어댑터도, 그 외 갖가지 어댑터를 만들었겠지.

다시 본체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본체 무게 2킬로그램에 1.8cm 두께에 그 어마어마한 성능을 갖춘 이 꿈만 같은 컴퓨터는 그런 희생 덕분에 만들어진 것 아닐까. ‘미친거 아냐? 이더넷을 빼다니‘ ‘VGA 포트도 없어요‘ ‘USB단자는 두개밖에 없군요‘…

사진을 할때 금언이 있다. 무엇을 더할지 보다 무엇을 더 뺄지 고민하라. 라는 말. 흔히 더하는 것보다 남들이 미쳤다라고 생각하는 희생을 할때, 흔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레티나 맥북프로는 무엇을 뺄 때 더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레티나 맥북프로는 지극히 애플 다운 대답이다. 가령 이더넷이 없으면 무선랜으로, VGA가 없으면 애플TV로, 마우스와 키보드는 블루투스가 있잖아… 라는. 어찌됐던 분명히 말해서 DVD를 보거나 CD를 듣거나 USB를 연결해서 게임을 하거나, 디바이스를 연결해서 뭔가 하는 사람을 위한 기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속도와 디스플레이는 이걸로 뭔가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프로’를 위해서는 정말 ‘이거다‘ 싶은 기계임에 틀림 없을 듯 하다.

주. 이 글은 애플코리아(유)에서 대여받은 프레스용 임대기기를 사용해 테스트하여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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