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위터를 하면서 초반에는 엄청 싸웠다. 내 구우가 있는데 그 녀석이 왜 너는 허구헌날 트위터를 하면서 쌈박질만 하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평온한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블락을 한다거나 언팔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나는 아주 평화롭고 조용한 트위터를 즐기고 있다. 어찌보면 우물안 개구리속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트위터라는게 다 그렇고, 솔직히 그런식으로 따지면 크기의 차이지 모든 인터넷이 그렇고, 모든 교류의 장이 다 그렇다. 모든 의견이 모이는 장이라는 건 허구의 개념이다. 전쟁터(무기가 말이던 칼이던) 빼고.
비결이 있다면.. 그냥 다만 팔로우를 신중하게 할 뿐이고, 말을 신중하게 할 뿐이고, 조심하게 들을 뿐이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비교적 온건한 리버럴인데, 자연스레 그러다보면 얽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뭐 알다시피 그 사람들도 이해관계가 참 많이 복잡하다. 그 사람들 두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유탄이 아주 장난이 아니다. 나라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의 주장을 듣는 것이다.
4.11 총선 때 나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설파했었다. 나는 악어처럼 입을 다물고 그냥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기만 하겠다고, 여기서 백날 떠들어봤자 결국 중요한 일은 기표소에서 일어난다고 말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흉흉한 상황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신변에 하등 좋을 게 없다.
나의 경우.. 딱히 대놓고 정치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때 부터 크루그먼의 팬이었기 때문에 IHT를 읽거나 New York Times 웹사이트를 통해서 그의 컬럼을 때때로 읽곤 했다. 그의 컬럼 중 몇개는 수년전에 이 블로그에 (무단으로;죄송) 번역해서 올린 적이 있다. 그러니까 굳이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누구를 이상적으로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내가 크루그먼 컬럼을 올리고 블로그에 정치얘기를 하다가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던건 IT블로거로 노선을 정리하면서(정확히 말하면 악플에 못이겨서 그냥 정리를 해야겠다고 여겼던 까닭) 선명성을 높이기 위함이고 그것을 계승해서 트위터에서도 그런 셈이다.
보신주의라고 하면 보신주의일 수도 있으나, 나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트위터스피어, 더 나아가서 웹스피어의 정치편향성에 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수가 없다. 물론 거슬러올라가서 케텔, 하이텔시절의 큰마당시절부터 시대담론을 형성하던 장이었던 것을 인정안할 수 없지만, 이제는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비정치성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인터넷 인구는 늘어났고. 인터넷으로 못하는게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온 국민이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에 온국민이 모여들고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인터넷으로 은행일을 보고 인터넷으로 주식을 하고 인터넷으로 일을 하는데, 인식은 90년대의 엘리트 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트위터는 초기의 소수가 사용하던 인식에 더해 사회를 바꾼다는 인식까지 더해져서 그 엘리트 주의가 더 심한듯 하다. 마치 집단각성이라도 보는 듯 하다.
어째서 온국민이 바글바글 거리는 인터넷에서 온국민이 정치를 의식하지 않으면 건전하지 않은 것인가? 가령 생각해보자, 시장이나 마트에서 이웃주민을 만날때마다 “아, 정치인들이 정치를 올바르게 하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걸어다닌다면 정신이 온전할리 없다.
정치를 언급 안한다고 해서 정치를 모르는것은 아니다. 블로그에 드러나는 인간상은 극히 작고, 트위터에 드러나는 인간상은 블로그에 비해서도 더욱 더 작다. 휴대폰의 스크린을 끄고, 노트북의 리드를 닫고 정확히 무엇을 할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제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때이다. 그냥 자기가 즐거운 이야기, 자기가 잘하는 이야기, 자기가 파고드는 이야기, 자기의 일상, 자기의 생각, 거기에 곁들여 정치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정치가 주가 되고 정치가 없어서 이상하게 여겨진다면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