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호쿠 태평양 연안 지진 사태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정보력을 풀 가동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평생 읽었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일본어 텍스트를 읽고, 사전을 뒤졌으며, NHK는 실시간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 정보는 트위터를 통해서 발신되었다.
헌데, 참 안타까운 사실은 지진 초기에 언론에서는 우왕좌왕하며 CNN에서 NHK를 번역한걸 재인용하질 않나 특보하나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문제가 참 많았다. 나중에 가니 도쿄 나가노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의 지인을 찾는 안부 RT가 퍼지질 않나, 각종 미확인 루머가 RT되었다.
사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는 있는 기이한 존재가 하나 있는데 파워트위터가 아닐까. 뭐하는 건지 당췌 알지 못할 인간들이 수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고, 또 맞팔을 한다. 맞팔을 할 수 없으면 블록을 한다. 프로텍트 계정이 맞팔을 걸면 블록을 건다. ‘맞팔을 걸수 없어서’란다. 그런식으로 맞팔율 100%를 만드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뭐 맞팔율을 100%를 만들던 팔로워를 줄을 세우던 RT봇을 하던 내 알바 아니다. 문제는 수만명의 팔로워/팔로윙을 가지고 있다보니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소스를 무작정 RT하다보니 수만명 더 나아가 그 수만명의 팔로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병신 짓을 해버리는 것이다. 하도 많이 흘러나오고 멘션함은 하도 불이나고 누굴 팔로했는지도 다 기억안나니 그냥 RT해버리니 나오는 일이다. 사실 ‘만팔’이 현명하게 가려서 팔로윙 하고 있다 리트윗했다면 루머를 줏어듣고 리트윗하는 일은 없을 터인데. (좀 과격한 표현인데) 개나소나 다 맞팔 해주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듣고 흘린거다. 나는 이에 대해서 “썩은 루머 자판기”라고 표현한 바가 있다.
사실 트위터는 마이크로 블로깅/구독 네트워크이다.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것을 대폭 간소화 한것이고, 이것을 RSS로 구독하거나 직접 들어오는 것을 대폭 간소화한 것이 트위터인데, 불필요하게 많은 팔로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내 타임라인에 들어오는 정보를 필터링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있어요’ 라지만, 리스트는 organization(정리)정도는 해줄 수 있어도 타임라인을 대체해줄 수는 없다.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리스트도 한정되어 있고, 넣을 수 있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다. 또 20개까지가 맥시멈인데, 그 리스트에 사람을 일일히 넣고 빼고, 들어가서 보는 정성도 솔직히 한정되어 있다. 항상 말하면 1/n이다. 돌려서 말하면, 1만명 팔로윙을 리스트를 써서 정리가 잘되요! 하면 난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1000명 팔로윙을 리스트를 쓰면 더 확실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솔직히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나는(물론 딱 한분 빼먹는 중대한 결례를 범했는데….) 일본 현지에 계신 트위터 지인들 리스트를 파악해서 현지 상황을 취득하고 트위터로 돌아다니는 각종 루머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과 한국에서 취합할 수 있는 일본 뉴스를 바탕으로 한국에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정정해서 발신할 수 있었다. 즉, 다시 말해서 내 팔로윙 규모는 아직은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때 어느 사람을 찾아야겠다라는 것을 궁리할 수 있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명의 팔로워를 가지던 십만명의 팔로워를 가지던 그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만명의 팔로윙을 가진것은 필견 비정상이다. 그 사람은 절대로 그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으며, 특히 고 모씨처럼 멘션함이 불이 나는 사람은 더더욱 그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 가능하다. 평시에는 어찌저찌 그냥 흘러가는대로 캐치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비상시에는 정말 ‘썩은 루머 자판기’가 되어서 온 세상에 독을 퍼붓는 그야말로 도처에 퍼져있는 후쿠시마 원전들인 셈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필요한 정보만을 얻기 위해 과감하게 언팔을 하며, 무조건 맞팔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언팔당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트위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곳이지 팔로워를 늘리거나 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 흡사 누구는 고에이 삼국지 류의 육성 게임을 연상시키듯이, 이러면 팔로워가 는다, 팔로워가 준다 류의 말을 한다. 그들에게는 나를 비롯한 팔로워가 게임의 스탯치로 보이는것이고 트윗은 공략을 위한 게임 조작에 지나지 않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그런 이후로 훨씬 트위터 하기가 즐거워졌고. 내 할 말을 하니 마음은 시원해졌다. 아무튼 역설적으로 팔로워는 더 늘었다.